2009. 9. 26. 15:53

D+248 071118 아직도 이동중, 리오가예고스-엘칼라파테-엘찰텐 이동

찬바람이 살을 에이듯이 쌩쌩 분다.이제 파타고니아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난다.
파타고니아라는 이름은 파타(Pata발)곤(Gon크다)라는 스페인어로 원주민들이 신고 있던 큰 신발에서 유래했다. 
남아메리카 대륙의 남위 40도 이남 지역을 가리키며 광대한 팜파스, 거센 바람이 지배하는 불모의 대지로 알려져 있다.
빙하, 설산을 즐길 수 있는 국립공원이 여러 곳 있지만 험난한 자연환경으로 인구 밀도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다행히 터미널 안은 따뜻하다.
7시에 엘 찰텐으로 가는 버스가 있단 얘기를 푸에르토 마드린에서 들었는데 버스표를 파는 창구는 모두 닫혀 있다.
리오가예고스는 파타고니아 여행의 거점도시, 각지에서 새벽에 도착한 여행객들이 새우잠을 청하고 있다.
여행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길래 이렇게 잠도 못자고 고생을 하냐는 대디 말씀.
그렇게요. 낯선 곳을 헤매며 잘 먹지도 자지도 못하는 여행이 뭐가 좋다고 모두들 집을 나서는지... 
200일이 지났는데 나도 여행이 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추운 새벽 공기 속에 웬 작전 수행? 수갑이 채워진 손목이 무척 차가울 것 같다.

8시가 넘어 창구가 열렸다. 물어보니 엘 찰텐까지 직접 가는 건 없고 엘 칼라파테까지 가서 갈아타야 한단다.
첫 버스는 10시에나 있고. 이 터미널에서 4시간이나 보내게 되는구나.
엘 칼라페타에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최대 빙하, 모레노 빙하가 있고 엘 찰텐에는 깎아지른 듯한 봉우리 피츠로이를 보러 가야 한다. 오늘 엘 찰텐까지 연결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동양 남자 네 명이 엄청난 카메라 장비를 갖고 대충 기대어 자고 있다. 딱 일본인처럼 생겼는데 말하는데 한국말.
아까 우리가 얘기하는 거 들었을 텐데 눈이 마주쳐도 눈인사도 안 한다. 무척 피곤해 보여 이쪽에서 말 걸기도 그렇고.
우슈아이아 가는 버스가 들어오니 일어선다. 어디 가세요? 우슈아이아요. 끝. 썰렁~
방송 관계일이 스케줄이 벅차 피곤한 건 알겠는데 그래도 '그쪽은요?'라고 질문 한 번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열 시에 버스를 탔다.
나무가 거의 자라지 않는 땅.
평원에는 아마도 양 떼.

네 시간을 달려 칼라파테에 닿았다. 다행히 엘 찰텐 가는 버스가 18시 30분에 있다.
찰텐 왕복과 모레노 빙하 왕복 패키지(?)가 140페소, 따로 끊으면 160페소. 내일 찰텐에서 돌아오는 스케줄로 표 예메.
터미널에서 한국 여자 여행자 두 명을 만났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이후 한국인 처음 만난 것.
지금까지 거쳐온 길, 앞으로 가야할 길 등에 대해 수다를 한참 떨고 즉석국, 김 등 한국 음식을 나누어주고 헤어졌다.
 
시간이 남아 엘 칼라페테를 돌아보았다.
넓고 깨끗한 도로에 나무가 울창하다.
방풍 목적으로 일부러 심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집은 모두 뾰족한 산장 스타일.
인구 8천명의 도시, 80km 떨어져 있는 모레노 빙하와 엘 찰텐 관광의 거점 도시다.
관광 도시 다운 기념품 가게 몰.
눈이 쌓여 있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여름으로 가고 있는 중이니 그렇지는 않고.
겨울에는 교통편도 줄고 무척 추워 여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산장 스타일의 호스텔에 내일 숙박을 예약하고 파타고니아 양 스튜를 먹고 버스를 타러 갔다.
아까는 노란 버스, 지금은 빨간 버스, 아르헨티나 감성의 버스. 오늘도 휴식 시간은 YPF 주유소에서.
회색빛의 강이 흐르고,
버스 차장은 마떼차를 마시고 있다.
점점 더 황량한 풍경이 필쳐지고,
 9시가 넘어 어둑어둑해질 무렵, 깨진 유리창 너머로 피츠로이가 나타난다. 
파타고니아는 유배의 땅, 죄수들이 보내져 노동을 했고,  고향을 떠나온 자들이 원주민을 밀어내고 양을 키우는 대목장(estancia)을 만든 곳이다.
그들은 이런 자연을 보며 우리만 외로운 게 아니라고, 또 세상에는 인간의 소소한 일말고도 훨씬 위대한 것이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았을 것 같다.
그런데...우리 내일 저기 올라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