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26. 09:40

D+299 080108 맨하탄 다운타운 걸어다니기, 뉴욕

어제는 맨하탄 북쪽을 둘러보았는데 오늘은 다운 타운을 둘러 보러 남쪽으로 향한다.
노란 택시는 뉴욕의 상징.
여기가 몇 번가쯤이었더라?
그동안 여행하면서 만났던 모든 인종의 사람들을 뉴욕에서 만날 수 있다. 흑인, 아랍인, 아시아, 히스패닉 등등.
시카고가 세련된 미국적 분위기라면 여기는 더 복잡하고 다양하고, 재미있으려면 더 재밌을 수도 있는 곳이다.
유니온 스퀘어, 노천 시장이 열린다는데 언제인지, 지금은 썰렁할 뿐.
유명한 헌책방 스트랜드 서점. 요즘은 반스 앤 노블스 등 체인 서점이 많아져 개인이 운영하는 서점이 많이 사라졌다지만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서점이 꽤 있다.
1달러짜리 헌책 코너에서 쓸만한 책이 있나 한참을 뒤졌다. 알 수 없는 제목의 책들이 대부분이다. 영어로 씌여 있으니 잠깐 읽어보고 고르기도 어려워 포기. 몰스킨 노트가 13불이길래 하나 구입, 멕시코에서 산 노트는 너무 허접해서.
그린위치 빌리지 가기 전 워싱턴 스퀘어, 가리발디가 누구길래 여기 동상이 서 있는 걸까?
대충 읽어보니이탈리아의 장군인 것 같은데 왜 여기 동상이 서 있는걸까?
주변에 거리 미술가와 음악가들이 많은 곳이라던데 겨울이라 그런지 역시 썰렁.
이 주변이 뉴욕 대학, 예술과 과학은 통하는 면이 있다.

차이나 타운까지 걸어갔다.
뉴욕의 거리와는 다르게 남대문 시장 같은 곳이다. 사람도 많고 온갖 물건이 다 있다.
점심 먹으러 중국 식당에 들어갔다.
Hot and sour 수프와 볶음밥을 시켰다. 맵고 시니 김치찌개 먹고 토할 때 나는 맛이었다. 중국 음식 중 맵고 신 맛이 맛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잠깐 까먹었다. 볶음밥도 습기가 없어 짜장이 필요했고. 팁까지 11달러.
차이나 타운의 콜럼버스 파크, 중국 아저씨들이 모두 나와 마작을 두고 있다.
어느 도시나 차이나 타운이 있는 건 먹는 음식이 달라서인 것 같다. 코리아 타운도 그렇고
비슷한 음식을 먹는 유럽 사람들 어디에서나 식재료를 조달할 수 있지만 아시아인들은 그들이 먹는 음식 재료를 파는 곳에 모여 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나의 해석.
정부 기관이 모여 있는 페데럴 플라자(Federal Plaza)의 한 건물, 무슨 정부 기관인데...
이제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보자.
1883년에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강철 현수교, 브루클린 다리.
다리 위에서 맨하탄의 촘촘한 빌딩이 잘 보인다.
예산 부족으로 인한 부실 공사 탓으로 건설 당시 20명이 사망했고 오프닝때 다리가 무너질까 봐 사람들이 몰려나가다 12명이 또 죽었다고. 1980년대에 보수 공사를 해 보행자 도로와 자전거 도로가 개통되었다.
여기가 바로 뉴욕이다.
다리 길이는 1596피트.
브루클린으로 연결된다.
업타운 쪽 모습, 고층 빌딩이 촘촘한 다운타운과 달리 이쪽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독보적이다.
브루클린으로 건너갈까 하다가 오늘은 이미 많이 걸어서 맨하탄만 돌아보기로 했다.
무역센터가 있던 그라운드 제로, 이 사건의 근본 원인이 무엇이든 예기치 않은 죽음을 맞게된 죄없는 시민들에게 조의를 표한다.
새로 지을 빌딩의 조감도, 다 지어질 때쯤 뉴욕에 다시 올 수 있으려나?

가까운 곳에 Centuray21이라는 유명한 할인점이 있어 들어가보았다. 미국의 옷가게는 참견하는 사람이 없어 아무거나 마구 입어볼 수 있어 좋다. 한아름 옷을 골라 탈의실에서 몇 개를 갖고 들어가나 체크하고 나올 때 그 갯수만큼 가져나오는지만 확인한다.
익숙한 유명 상표들이 많은데 질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맨하탄 남서쪽 끝의 배터리 파크(Battery Park).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저기 멀리 보이는 것은 자유의 여신상.
자유의 여신상까지 운행하는 페리는 벌써 끊어졌고 스테이튼 섬까지 가는 무료 페리를 타면 가까이에서 여신상을 볼 수 있단다.
페리를 타고 맨하탄을 떠나는 중.
 인간이 만든 현대 문명의 최고점 뉴욕, 맨하탄의 빌딩 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자유의 여신상도 가까이서 보인다. 10년동안 프랑스에서 만들어져 미국으로 실려와 1886년에 공개된 자유의 여신상.
강철 프레임에 구리로 만든 상으로 부식이 심해 100주년인 1986년에 1억달러를 들여 보수했다고 한다.
음, 내가 정말 뉴욕에 와 있긴 한 거구나.
스테이튼 섬에서 바로 돌아오는 페리를 타고 돌아왔다. 잠깐의 공짜 페리 여행, 지금까지 뉴욕에서 제일 좋았던 일 같다.

지하철을 타고 호스텔로 돌아왔다. 화요일은 호스텔에서 준비하는 공짜 피자 파티가 있는 날. 식당에 피자 몇 판이 펼쳐져 있다. 피자를 먹으며 유카리라는 일본 여자와 얘기를 나누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일하는 간호사, 거기는 아무것도 없어 가끔 뉴욕에 와서 쇼핑을 하며 놀다 간다고 한다.
미국인하고 결혼해서 아이가 하나 있는데 지금은 이혼했고 10년째 나이지리아 유학생을 사귀고 있단다. 내가 아프리카에 갔다왔더니 관심을 보인다.
그 유학생은 비자 문제로 미국을 떠나면 돌아올 수가 없어 10년 동안 나이지리아에 한 번도 못 갔다고 한다.
유카리가 미국 시민권자이니 결혼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데 그럴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같은 방의 새롬 양은 오늘도 오페라를 보고 늦게 들어왔다. 작곡과 학생이니 열심히 공연을 보러 다닌다.
나도 뮤지컬 같은 거 하나쯤 봐야할텐데, 런던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본 이후 다른 것은 다 시들할까 걱정.
16일까지 뉴욕에 있는다길래 내 캐리어를 좀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내일 2박 3일 예정으로 워싱턴에 다녀올 예정이니 큰 가방을 끌고 가긴 무리고, 호스텔에 있는 라커는 하루 5불이나 들기 때문. 아낀 15불로 맛있는 거 사주지 뭐.


*스테이튼 섬 페리, 배터리 파크의 선착장에서 출발, 무료, 자유의 여신상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