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27. 15:19

D+300 080109 미국 정치의 심장, 워싱턴 DC 걷기

35불에 뉴욕-워싱턴 왕복 그레이하운드 버스 티켓을 인터넷으로 사두었다. 8시라니 좀 이른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체크 아웃을 하고 식당에서 사과, 바나나, 베이글을 아침으로 챙기고 버스 터미널로 갔다.
역시나 칙칙한 분위기의 터미널, 좌석이 정해져 있지 않아 먼저 오면 먼저 타므로 줄 서서 기다려야 한다.
혹시 사람이 많아 못 타면?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컴퓨터는 왜 있는 거야, 좌석을 지정해서 쓸데 없이 기다리는 시간을 없애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 버스는 반도 안 차서 출발했다.  어차피 이용객이 많지 않으니 그냥 대충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 같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그런지 휴게소에 쉴 때 내리지도 않고 4시간 내내 자버렸다.
뉴욕은 흐리더니 워싱턴은 햇빛이다. 날씨도 따뜻하다.
워싱턴의 정식 명칭은 Washington District of Columbia로 이 곳 사람들은 워싱턴이라기보다 그냥 디씨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터미널에서 예약해 둔 HI Washing DC호스텔까지는 1km 정도. 공사중인 곳도 많고 걸어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는 곳이었다.
나중에 론니를 보니 위험한 곳이라고 시내까지는 택시를 타라고 나와 있었다. 그렇게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는데...

호스텔의 흑인 스텝은 역시 친절하지 않았다. 3개의 이층 침대가 놓여있는 방에 한 침대에만 짐이 있었는데 윗 침대를 주었다.
어떤 침대를 원하는지 묻지도 않고. 다시 내려가서 bottom으로 바꿔 달라고 했다. 비행기를 탈 때도 창가를 원하는지 복도를 원하는지 묻지 않는다. 아무래도 서비스가 좀...

디씨를 둘러보러 나가보자.
시내의 사람이 많은 까페에서 칠리 수프와 커피를 마시고 화이트 하우스 앞으로 향했다.

이름이 기억 안나는 뮤지엄. 길이 넓고 건물 사이가 멀리 떨어져 있어 이동 거리가 꽤 멀다.

1826년 영국인 제임스 스미슨(James Smithson)이 '지식의 증대와 보급'을 위해 4백 10만 달러를 미국에 기증해 스미소니언 협회를 설립하였고 거기 딸린 박물관이 국립항공우주박물관, 국립자연사박물관, 국립아메리카역사박물관 등등 12개가 넘는다.
컬렉션이 너무 방대해 전체 수집품의 1%만 전시되고 있고 모두 공짜.
제임스 스미슨은 미국에 한 번도 와 본 일이 없다고. 그런데 왜 미국에다 재산을 기증한 건지, 영국 사람이 와서 보면 배아프겠다.
백악관이 보인다. 생각보다 작다. 미국의 대통령이 사는 집이라 정말 클 줄 알았는데...
1800년부터 미국 대통령은 여기, 펜실베니언가 1600번지에 살았다. 재클린 케네디가 1960년대에 광범위하게 리노베이션 했다고.
백악관 투어는 학교, 군인, 재향군인회 멤버만 가능하단다. 뭐 별로 들어가보고 싶지는 않다.
백악관 앞에서 1981년부터 세계 평화를 위해 시위 중. 태극기도 한 자리를 차지. 우리나라도 평화가 절실히 필요한 곳 중 하나.
경비가 허술해 보인다. 경찰관 두 명이 슬슬 걷고 있을 뿐. 뭔가를 던지면 철담장 위로 전자파막 같은 게 튀어나오지 않을까?
멕시코시티에서 봤던 신기한 이동수단이 여기에도 있다.  뭘로 움직이는지 간단한 구조인데 어떻게 방향을 바꾸는 지 궁금.
자, 이제 포토맥 공원(West Potomac Park)쪽으로 가 보자.
지나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고 뭔가 너무 널찍널찍해서 걷기가 좀 힘들다.
영화에서 많이 본 워싱턴 기념탑(Washington Monument)가 보인다.
높이 169.3m 로 석조 건물 중 가장 높다고. 1848년 만들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남북분열로 인한 혼란으로 공사가 중단되어 37년 후에나 완공되었다고.
그래서 아래 1/3지점과 윗부분의 색깔이 다르다. 입장권을 받아아 꼭대기에 올라갈 수도 있다는데 이미 문을 닫았다.
반대쪽에 보이는 건 reflection pool 너머 링컨 기념관(Lincoln Memorial)
어렸을 때 링컨 전기를 읽고 무척 감명받았던 기억이 남아있어 가보고 싶지만 너무 멀다. 저녁 바람도 차가워지고 있어 포기.
그리스 양식의 건물로 36개의 기둥은 링컨 사망 당시 미합중국의 일원이었던 36개 주를 가리킨다고. 저 안에 커다란 링컨 동상이 있단 말이지. 24시간 개방으로 특히 밤에 멋있다고 한다.
워싱턴 기념탑 아래에서 본 국회 의사당(capitol), 언덕위에 세워져 있어 위용이 당당하다.
워싱턴 기념탐에서 국회의사당까지를 National Mall이라고 부르며 양쪽에 미술관, 박물관등이 줄지어 서 있다.
내일의 저 중에 하나, 내셔널 갤러리를 방문할 예정.

정부 기관인 듯한 큰 건물 사이사이에 정장을 입은 퇴근하는 사람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다운 타운으로 돌아오니 거리는 썰렁, 차도 별로 안 다니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다.
맥도널드에서 감자튀김을 먹고 그나마 늦게까지 문을 열고 있는 메이시 백화점을 방황하다 돌아왔다.
대국의 수도인데 노숙자도 많이 보이고 세련된 맛은 시카고보다 덜하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게이 소사이어티가 강하고 나이트 라이프도 알아주는 곳이라나.
어쨌든 여기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움직이는 힘이 나오고 결국은 세계를 좌지우지하게 만드는 곳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