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30. 10:01

D+318 080127 죽음의 계곡에 가다, 데쓰 밸리 국립공원

라스베거스에서는 그랜드캐년에도 갈 수 있다. 그런데 차로 다섯 시간을 가야 하고, 친구도 벌써 몇 번 갔다 왔다고 해서 데쓰 밸리(Death Valley National Park)에 가기로 했다. 
미국에서 제일 더웠던 기록(53℃)을 갖고 있고 미국에서 가장 낮은 땅의 기록(282ft below sea level)도 갖고 있는 죽음의 땅으로 가보자.

지평선을 향해 쭉 뻗은 길, 양쪽에는 낮은 관목이 자라는 마른 땅.  
점점 더 황량한 땅이 펼쳐진다.
마주 오는 차도 거의 없는 길, 혹시 차가 고장이 나기라도 하면 큰일일 것 같다.
라스베가스를 떠난 지 세 시간만에 데쓰 밸리 입구에 닿았다.
첫번째 볼 거리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차를 세우고 기어올라간 곳은,
주름 치마 같은 지형의 자브리스키 포인트(Zabriskie Point). 인간을 겸허하게 만드는 자연의 모습을 여행하면서 수없이 보았지만 현대 문명의 최고봉, 미국에서 이런 것을 보게 될 지는 몰랐다. 역시 넓은 땅덩어리다.
Furnace Creek의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지도를 받고 모래 언덕(Sand Dunes)을 보러 갔다.  
사막이면 해가 쩅쨍 내려쬐는 걸 생각했는데 흐리고 비도 한 두 방울씩 뿌린고 있다.
모래도 젖어 있다.
사막은 물을 머금을 수 없기에 사막인 것이다.
다시 달린다. 한여름에는 온도가 너무 올라가 새벽 일찍 구경해야 하고 성수기는 야생화가 만발한 3,4월.
지금이 그냥 차로 돌아보기에는 딱 좋은 계절이다.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
나쁜 물(Bad water)라 불리는 소금 사막에 도착했다.
해수면보다 85.5m 낮고 증발이 계속되어 소금으로 이루어진 낮은 땅.
요르단의 사해는 해수면보다 414m낮다. 몇 달 전 그 짠 바다에 둥둥 떠 있었지...
소금 사막이라고 해서 우유니 정도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냥 거무튀튀한 소금 결정체가 있으니 좀 실망.
세계 여행의 후유증, 이미 좋은 걸 다 보아버려서 웬만한건 눈에 들어오지가 않는다.
버클리 한 연구소에서 포닥하고 있는 친구 뒷모습(지금은 좋은 회사에 취직했다).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진다.
여러 색깔의 바위가 있어 화가의 길(Artists Drive)이라고 불리는 곳.
언덕을 올라가니,
색색깔의 바위가 펼쳐져 있다.
와이오밍에서도 보러 오고,
알래스카에서까지 차를 몰고 왔다. 표지판이 재미있다.
한 달간 대중 교통을 이용해 미국을 돌아다니다 보니 언젠가 차를 렌트해 횡단 여행을 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체력이 받쳐주면 자전거 횡단도 좋지만 아마 무리겠지?
그런데 그 전제 조건은 미국에서 번 돈으로 해야 한다는 것, 재화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우리나라에서 돈을 벌어 미국에 가서 쓰는 건 탐탁치가 않다.
이제 데쓰 밸리를 떠나 살아있는 인간의 도시로 돌아가야겠다.
무지개가 작별 인사를 한다.

라스베가스는 사막 위에 건설된 도시, 어두운 국도를 달리다 어느 순간 넓게 펼쳐진 환한 빛이 보였는데 그게 밤의 라스베가스였다. 우주에 떠도는 외로운 행성을 보는 것 같았다.
하루 종일 운전하고 여기 저기 둘러 봤더니 무척 피곤해 한국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일찍 돌아왔다.
우리가 묵는 써커스써커스 호텔 방에서 1149 ft(350미터)높이의 Stratosphere가 보인다.
저 위에 롤러코스터가 있다는데  길반장님이 타고 즐거워하던 그 롤러코스터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별로 타보고 싶지는 않다.
라스베가스도 한 번은 와보고 싶었던 곳인데 다시 오고 싶지도 않고.
물론 이 곳에서 태어나 이 도시가 삶의 터전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허황된 꿈을 쫓는 사람들, 인위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은, 쉽게 바스러질 것 같은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