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6. 09:54

D+324 080202 도쿄의 첫날밤

입국 심사대 앞에 줄을 섰는데 한국에서 온 비행기와 같이 도착했는지 온통 한국 사람들이다.
이렇게 한국 사람 많은 거 일 년 만에 처음 본다. 여기 저기서 들리는 한국말이 반갑다.
그런데 저 앞에 낯익은 뒷모습이 보인다.
이메일로 공항 어디선가에서 만나기로 해서 접선이 잘 될까 걱정했던 백 양과 입국심사대에서 만났다.
일 년 만에 보니 무척 반갑다. 내가 한국에 없는 동안 아버지 병원 다니실 때 쫓아다녀줘서 더욱 고맙고.

도쿄 공항의 한국어 간판, 벌써 한국에 돌아간 듯한 기분이다.
공항 버스를 타고 신주쿠 역으로 향했다. 도쿄 첫인상, 빌딩이 참 촘촘하고, 고가도로가 많다.
빌딩 사이사이로 몇 층이나 겹쳐져 있는 고가도로 모습이 영화에서 본 미래도시 모습 같았다.
신주쿠 역에 내려 백 양이 예약해 놓은 호텔을 찾아나섰다. 밤이니 방향도 알 수가 없고 길도 몇 갈래나 되기에 찾기가 쉽지 않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영어로 말을 거니 도망가버린다. 좀 젊은 사람에게 물어봐서 겨우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거금을 주고 예약했다는 레지던스 형태의 호텔, 방, 정말 좁다. 그래도 아마 내 여행 중 가장 비싼 방일 것이다. 
혹시나 호텔비 반반 내자고 할까봐 얼마인지 물어보지는 않았다. 배낭여행을 하고 나니 빈대 붙는 게 일상이 되었다.
목욕탕은 어찌나 좁은지 반신욕밖에 할 수 없는 욕조가 있는데 비데까지 설치되어 있다.  
부엌 시설도 세심하게 갖춰져 있어 작지만 완벽함을 추구하는 일본다운 호텔이다. 

도쿄의 밤거리는 어떨지 나가보자.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서울의 어느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하다.
저녁을 먹으러 간이 식당에 들어갔다. 식당 바깥에 있는 자판기에서 식권을 뽑고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바 형태의 식당에 양복을 입은 샐러리맨들이 혼자서 늦은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내가 시킨 건 커리 종류, 먹을만했다.
백양이 시킨 건 규동, 고기에 기름이 너무 많아 느끼해서 남겼다. 
저녁을 먹고 나니 긴 비행의 피로가 몰려온다.
호텔에 돌아와 잠을 청했으나 너무 푹신한 침대여서 오히려 잠이 잘 안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