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21. 23:06

D+56 070510 thu 아프리카를 떠나며, 모시-아루샤-나이로비

아침에 짐을 싸는데 웬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제 정말 떠나는구나, 아프리카.
여행자 셔틀이 10시에 데리러 온다고 했다.
호텔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케시 브라더스 컴퍼니에서 버스표를 주러 왔는데 보니 2만실링이다.
5천 실링을 커미션으로 자기네가 먹은 것이다.
내가 친구로 생각해도 역시 이들은 나를 봉으로 생각하는구나. 갑자기 화가 솟구쳤다.
그래, 간다 가, 이제 좀 더 현대적이고 합리적인 사회로 간다. 정가대로 돈을 지불하고 흥정이 필요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
아프리카 떠나기를 아쉬워하는 내 등을 떠밀어 주는구나.
프랭크가 배웅하러 왔다.
프랭크에게 남은 돈 2천 실링과 다 읽은 책과 남은 볼펜을 주었다.
-언제 다시 와? 프랭크의 말
-글쎄, 그럴 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널 잊지 않을께.
-나도 널 안 잊을거야, 가끔 이메일을 보내줘.
-그럴께, 나의 탄자니아 베스트 프렌드, 잘 있어.

버스를 타니 눈물이 났다. 익숙한 도시를 떠나 낯선 곳으로 갈때 항상 마음이 불안해지지만 이번에는 남다르다.
한 시간을 달려 아루샤에 도착했다. 여긴 모시보다 훨씬 큰 도시다. 호텔도 진짜 호텔같이 고급스럽다.
버스를 갈아타고 지루하게 달린다. 주로 외국인 관광객이나 선교사들이 타는 셔틀이다.
아스팔트 곳곳에 패인 자국이 있고 길가에 마사이 족 같은 사람이 걸어가고 있다.
어느 곳에서는 트럭이 전복되어 길이 완전히 막혀 있어 풀숲을 헤치며 돌아가야 했다.
케냐 국경에는 손으로 만든 장신구를 팔러나온 여인들이 많았다.
케냐 비자가 50불인 줄 알았는데 오늘 저녁 비행기를 탄다고 하니 20불짜리 통과비자를 내주었다.
안 그래도 50불이 비싸다 했는데 다행이다.
케냐도 주변 풍경은 비슷하다. 마을이나 학교 등이 조금더 현대화 되어있는 느낌을 주었다.
케냐에서 찍은 단 두 장의 사진.


잠깐 들른 휴게소의 예쁜 꽃.
나이로비 시내에 가까워지니 교통 체증도 심하고 거리에 나와있는 사람도 많고 무질서한 느낌이다.
혹시 늦을까 걱정했는데 7시 반에 나이로비 공항에 도착, 이 셔틀은 공항에 들르고 나머지 사람들은 호텔까지 태워다주는 시스템이다.

50여일만에 타는 비행기, 원월드 4번째 비행이다.
공항 직원이 여권을 붙들고 시간을 끌어 기분이 매우 나빠졌다. 아프리카를 육로로 올라왔다는 게 무슨 문제가 되는가?
모든 상황을 웃으면서 대처하고자 하는데 그렇게 안 될때가 꽤 있다.
우울한 분위기의 공항이었다. 밤에 출발하는 비행기가 많은지 기다리는 승객이 많았다.
까페에서 신용카드로 커피와 크로와쌍을 사먹었다. 신용카드로 현금인출은 많이 했는데 긁어본 것은 오랜만. 공항이니까 되는 거겠지.

11시 반에 영국 항공, 런던행을 탔다.
여행하면서 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무르면 안 될 것 같다.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너무 정을 줘서도 안 될 것 같고.
어차피 다시 못 볼 사람들이라는 걸 알기에 정을 주지만 역시 다시 못 볼 사람들이기에 그만큼 마음이 아프다.
아프리카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말을 걸어와 성가신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 시간은 즐거웠다.
위험하다는 곳을 여행하며 잃어버린 물건도 없고 나쁜 일도 안 당했으니 나는 꽤 운이 좋은 편인 것 같다.
언제 다시 올 지 몰라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아프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