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15. 11:58

D+8(1) 말뫼에서 Ystad까지

말뫼(Malmo), 스웨덴에서 세 번쨰로 큰 도시이지만 별 특징은 없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도시인데 나에게는 말뫼가 참 친근한 이름이다.

1995년 처음 유럽 배낭여행을 왔을 때 코펜하겐까지 와서 말뫼행 배를 탈까 말까 고민하다 안 타고 돌아섰었다. 지금은 다리로 연결되지만 그 떄는 배로 연결되엇던 두 도시, 코펜하겐 여객 터미널에서 시간표와 요금표를 보면서 갈까 말까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때의 이야기를 '말뫼 가는 길'이라는 짧은 단편 소설로 썼는데(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쓴 소설) 축제때 학교 문학 동아리에서 주는 상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원고가 어디 있는 지도 모르겠지만 그 이후로 말뫼는 내게 '가지 못한 길'의 이미지로 남아 있었다.

토요일 아침 말뫼 역 앞이다. 가지 못한 곳이었지만 막상 갔어도 별 거 없었을 듯한 평범한 유럽 소도시의 모습이다.

원래 말뫼는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위험한 도시로 알려졌으나 2000년에 이웃한 코펜하겐과 다리와 터널로 연결되면서 활기찬 코스모폴리탄 도시로 바뀌어 가고 있단다. 스웨덴에서 이민자가 가장 많은 도시로 150개국에서 온 사람들이 살고 있다.

말뫼역. 우리는 말뫼를 기점으로 인근도시 Ystad, 코펜하겐에 하루씩 다녀올 계획이다.

토요일인데도 관광안내소가 문을 열어 말뫼와 Ystad 지도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11시 38분 Ystad행 기차를 기다린다.

Ystad는 말뫼에서 기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인구 18,400명의 작은 도시로 스웨덴 스릴러 작가 헤닝 만켈의 왈란더 시리즈의 무대로 잘 알려져 있다. 또 중세풍의 거리가 예쁜 소도시라고 들어서 한 번 가보기로 한 것이다.

기차역 벽면에 거리 모습 동영상이 휙휙 지나간다. 무슨 예술 작품인 것 같다. 광고 동영상으로 채워지는 우리나라 지하철역과는 많이 다르다. 

기차 내부는 평범하다. 한 시간 가는데 만 원 정도 들었다.

창 밖엔 넓은 평원이 이어지다가,

바다도 보이기 시작한다.

한 시간 만에 Ystad에 도착, 이름을 보니 드디어 책 속의 무대에 와 있다는 실감이 난다.

토요일에 열지 않는다는 관광 안내소가 문을 열고 있어 들어가 보았다.

벽 한 편이 왈란더 시리즈의 책으로 가득 차 있고 갖가지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왈란더 시리즈는 또한 영화로 만들어져 인기를 끌고 있는데 대부분 진짜 이 곳 Ystad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윤이 선물로 사 준 Ystad 머그잔, 꺠지지 않게 잘 들고 와서 커피잔으로 애용 중. 이 잔을 살 때는 왜 Ystad의 집이 그려져 있는지 몰랐다.

왈란더 시리즈의 무대가 되었던 곳이 표시되어 있는 'In the Foodsteps of Wallander' 팜플렛을 하나 얻어 도시를 돌아보기로 한다. 왈란더 시리즈는 1991년에 처음 발표되어 책으로는 열 한 권이 나와 있고 그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는 50편이 넘는다고 한다.

우선 컨티넨탈 호텔, 소설 속에서 왈란더가 애용하는 레스토랑이 여기 있다.

나는 현대적인 호텔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부는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왈란더 TV 시리즈는 스웨덴에서 만든 것과 케네스 브래너 주연으로 BBC 에서 만든 것이 있는데 이 호텔이 스웨덴 필름에 두 번 나왔다고 한다.

돌로 포장된 소박한 쇼핑 거리가 무척 마음에 든다.

아,Ystad는 이런 예쁜 집과 골목길들로 또한 유명한 것이었다. 왜 머그컵에 집이 그려져 있는지 바로 이해하였다.

왈란더와 그의 전부인 Mona가 결혼식을 올렸다는 Santa Maria 교회. 여기 시계탑에서1250년부터 지금까지 야경꾼이 밤 아홉시 15분부터 새벽 세 시까지 15분 간격으로 경적을 분다고 한다. 혹시 야경꾼이 졸아서 경적을 못 불면 목을 치는 벌을 내렸다고 한다. 역시 중세는 무서운 시기였다.

내부 모습.

골목길과 집이 영화 세트장 같다.

사람들이 이런 집에 살고 있기는 한걸까? 창문을 엿보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

잘 정리된 이 작은 도시가 무척 맘에 든다. 그런데 이런 평화로운 곳에서 소설에서처럼 많은 범죄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은데 헤닝 만켈은 왜 이 도시를 배경으로 스릴러물을 쓴 것일까?

중세 시대에 세워진 수도원(Klostret i Ystad)

Backahasten 까페.

햇살 좋은 정원에서 토요일 오후를 즐기는 사람들.

Ystad에 갔을 때는 왈란더 시리즈 영화를 보기 전이었는데 얼마 전 영화를 보니 'Firewall'에서 왈란더와 엘라가 처음 만난 곳이었다. 낯익은 곳이 나와서 반가웠다.

발길 닿는대로 걷는다.

이 집들은 페인트칠을 한 번 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왈란더 때문에 Ystad가 유명해졌지만 꼭 그 시리즈가 아니더라도 한 번 와볼만한 스웨덴의 소도시 Ystad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