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4. 22:17

D+96 070619 브라질리안 커피 하우스, 알렉산드리아 까르푸

아침에 화장실 물 안 내려가서 화가 많이 났다.
방도 안 옮겨주고 사람 부를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더니 그 사람이 언제 올지는 모른단다.
화장실을 사용하고 나면 직원을 부르란다. 그럼 물을 퍼서 변기에 부어주겠단다.
이런,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도 다 남자인데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결국 발코니가 있는 화장실 안 딸린 더블룸으로 옮겼다. 호텔비도 끝까지 안 깎아준다. 60P.
맘에 안 드는 호텔인데 이제 어디 옮길 데도 없고 그냥 좀 더 있어야겠다.

아침부터 이집트의 허술함에 열냈더니 뭔가 현대적인고 깔끔한, 이집트 같지 않은 게 필요하다.
그래서 들른 브라질리안 커피 하우스.
알렉산드리아에는 20세기 전반부에 생긴 이런 커피하우스들이 몇 개 있고 유럽적인 분위기와 커피맛을 자랑한다고 한다.
진짜 브라질에서 왔다는 거겠지?
메뉴도 우리나라 커피 전문점만큼 다양. 가격은 4P정도.
커피원두를 로스팅하는 광경.
서서 먹는 테이블이 준비돼 있다. 2층에 앉는 자리가 있는데 거기는 훨씬 비싸다.
카푸치노 한 잔으로 기분을 업시키고 까르푸에 갔다.
운동화를 스페인에 두고 여름용 신발을 신고 왔는데 바닥이 너무 얇아 발이 아파서 신발을 사야 한다.
신발 가게가 몰려 있는 골목이 시내에 있는데 사람들이 호객행위를 심하게 해서 맘대로 고를 수가 없다.
택시 타니 10P에 시 외곽에 있는 까르푸까지 데려다 준다.

여긴 딴 세상이네.

정말 이집트 같지 않다.
나이키 등 외국계 상표의 숍들도 있다. 아디다스에서 거금 500P(82500원)을 주고 여름용 운동화를 하나 샀다.
나에게도 이게 거금인데 어떤 이집트 사람들이 이런 걸 살 수 있을까?
어디나 부자는 있게 마련이지만 가난한 나라일수록 빈부격차가 심하다는게 마음이 안 좋다.
토끼 고기도 판다.
껍질만 벗겼지 진짜 토끼 같다, 귀도 있고.
썬크림과 휴지, 여성용품등을 샀는데 계산원이 다 남자다. 이거 곤란하다, 정말.
남자만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여자는 집에 있으라니 굉장한 인력의 낭비뿐만 아니라 괜히 얼굴 붉힐 일이 생기고 정말 안 좋다.

푸드 코트에서 점심.
피자 헛, 케이에프씨, 하디스 등 미국 패스트푸드 점이 있는 게 여느 대형마트 푸드코트와 다르지 않다.
여자들 스타일은 다 제각각, 히잡 안 쓴 여자들도 많다. .
이 곳의 외국 상표 숍에서는 보통 스타일 옷도 많이 파는데.상류층일수록 종교에 덜 엄격하다는 말이 맞는 거 같다.
오늘 점심은 중국식. 탕수육에 밥 얹어먹기. 여느때처럼 단무지가 필요하다.

이집트는 담배에 너무 관대하다. 이런 푸트코트에서도 담배피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10년 후 다시 오면 그러지 않을까? 우리나라도 10년전, 20년 전에 그랬던가?
못 사는 나라에서 사람들이 불편함을 견디는 힘은 놀랍다.
잔지바르 달라달라를 타면서도 느꼈던 거지만 여기 거리의 소음, 매연도 그렇고 어디서나 따라오는 담배연기도 그렇고.
아마 지구에 위기가 닥치면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은 유럽, 아메리칸이 아니라 이들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택시를 타고 돌아오는길.
오늘도 여전한 지중해의 석양.

호텔에 돌아와 샤워하려고 하니 꼭지에서 물이 나오는 방법을 찾을 수가 없다. 아래 수도꼭지에서만 나온다.
옷을 다 벗었다가 다시 입고 리셉션으로 달려가서 또 화내기 시작했다.
뭐 이렇게 되는 게 없는 호텔이야? 아저씨는 호텔 문제가 아니라 물 문제라고 하더니 이 사람 저 사람을 불러댄다.
온 호텔 스텝이 다 나와 수도 꼭지를 만지니 물이 위에서 나온다.
레버가 아니라 나사 같은 것으로 되어 있어 손으로 돌리기가 좀 힘들다. 나는 아무리 돌려도 안 되던데...
주인아저씨, 영어도 잘 하고 친절하긴 한데 깎아주지도 않고 내 말대로 해주는 게 없다.
이집트의 더위, 무질서에 지쳐서 사소한데도 열받고 있다. 좀 차분해져야겠다.
그래도 먹을 건 싸고 맛있다. 금방 과일을 갈아주는 생과일주스는 단돈 2P. 비타민 보충하고 릴랙스 좀 해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