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5. 23:25

D+97 070620 이제는 떠나야지, 알렉산드리아

오늘 아침에도 브라질리언 커피하우스에 들렀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어제 찾아낸 싼 인터넷 까페에 갔다. 한 시간에 2P인데 이집트 치고는 속도도 빠르다.
싸이를 열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한국 분이세요?' 한다.
뒤돌아보니 어디서 많이 본 아저씨다. 카이로 이스마일리아 호텔에서 만났던 코이카 아저씨, satprem님
바이올린 가르치는 일로 알렉산드리아에서 2년간 봉사하시고 귀국 전 이집트 여행을 하고 계시단다.
알렉산드리아에서 한국 사람 한 명도 못 만났는데 반갑다.

맛있는 피자로 점심 같이 먹고 성인 마가의 무덤이 있는 교회에 갔다.
기독교인들에게 성지라는데 나는 별로 관심이 없다.
수위에게 박시시(팁)을 쥐어주면 지하 무덤까지 안내해 준다.
이집트 생활을 오래한 satprem님에게 몇가지 물어보았다.
엊그제 모하메드가 나와 헤어지며 돈을 빌려달라고 해서 황당했던 애기를 하니 여기 애들이 원래 그렇단다.
돈 빌려달라는 얘기도 쉽게 하고 안 빌려줘도 상처받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자 친척이 한 명 있으면 거기 일가친척이 다 붙어서 사는 분위기란다.
그래서 유럽인들이 몰려와 자기네 고대문명의 흔적을 다 파가는 걸 용인하는 걸까?
아니면 그런 역사에 너무 익숙해져서 남의 도움 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걸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모하메드가 나를 특별히 뜯어먹으려한 건 아니라는 걸 알았다.

satprem님 말씀이 이 곳에도 스타벅스가 있단다.
전차를 한 시간이나 타고 간 곳은  St.stephan mall, 모하메드가 알렉산드리아에서 제일 큰 건물이라고 한 곳이다.
꼭 우리나라 코엑스 같은 복합쇼핑몰, 와, 어제 까르푸에서 한 번 놀라고 두 번 놀란다.
각종 향신료를 파는 가게.
스타벅스 커피 맛은 어디나 똑같은 것 같다. 매일 진한 이집트 커피만 먹다가 오랜만에 아메리카노 먹으니 색다르다.
음악 얘기, 이집트, 여행 얘기등,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
마사 마투르에 가면 꼭 림 호텔에서 묵으라는 조언.
그럼요, 마투르도 satprem 님 얘기 때문에 가는 건데요.

헤어질 시간, satprem님은 모임에 가야 해서 반대편에서 전차를 타신다.
-사진 한 장 찍어도 돼요? 그냥 기억하고 싶어서요.
-어디서 인연이 닿으면 또 만나겠지요.
그럴 것이다. 여행은 만나고 헤어지는 일의 반복이다.
그 인연이 길게 이어지던지, 그 순간으로 끝나던지, 그 만남들이 내가 여행을 떠난 목적일 것이다.

다시 밤이 오고.
웬지 발이 떨어지지 않아 오래 머물렀던 알렉산드리아.
바다가 있고 긴 제방이 있고 전차가 있고 에서 제일 아름다운 도서관이 있는 곳.
모하메드를 만나고(돈을 빌려달라고 해도 친구는 친구^^) satprem님을 만나 즐거웠던 곳.
꼭 다시 오고 싶은 도시, 알렉산드리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