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점심을 먹던 사무실 옆 식당이 이사를 가 버렸다. 돼지고기, 닭고기, 때로는 새우, 종류를 바꾸어가며 볶음밥을 먹는 게 지겨웠지만 그나마 없어졌으니 어쩌나, 이제 반경 200미터 안에 먹을만한 식당이 없다. 내가 이럴 줄 알고 한국에 있을 때 야심차게 사 놓고 거의 써먹지 않았던 도시락을 지난 번에 가져왔단 말이지.
찹쌀 반, 멥쌀 밥의 비율로 지은 밥, 밑반찬, 아랫집 MJ양이 가져다준 팟봉 볶음으로 도시락을 싼다.
그 사이에 아침도 먹어야 하고, 사무실에 가져갈 커피도 내려야 한다.
신 맛이 나는 코스타리카 커피와 구수한 맛의 볼라벤 커피 반반씩 핸드밀로 갈고 물 끓여서 내린다. 핸드밀과 드리퍼는 한국에서 공수한 것.
이걸로 출근 준비 끝.
더운 나라이다 보니 8시에 시작해서 5시에 끝나는데 자전거로 10분이 채 안 걸리기에 그런대로 아침이 여유 있다.
점심 먹으러 사무실 부엌으로 가니 라오 스텝들이 땀막흥(파파야 샐러드)을 만들고 팟봉을 볶고 닭날개에 쿠아 미(볶은 국수)로 진수성찬을 차려 먹고 있다. 결국 내 반찬은 뒷전, 라오 음식만 잔뜩 먹었다.
저녁은 또 뭘 먹나?
간만에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어보았다. 내 인생 두 번째인걸로 생각됨. 마른 고추(페퍼론치노)를 넣으라는데 그런 게 있을리가 있나, 라오 고추를 두 개 잘라서 넣었더니 매워서 혼났다. 다음부터는 한 개만 넣어야지. 어제 갑자기 먹고 싶어져 만든 코울슬로를 곁들이니 그나마 나았다.
한국에 있을 때는 밖에 나가서 사 먹으면 되었는데 여기서 뭔가 먹고 싶으면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인생은 결국 셀프 케이터링, 셀프 서비스, 다음에는 뭘 만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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