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23. 19:30

쁘렌띠안 해변에서 빈둥대기

어제 스노클링을 했더니 온 몸이 녹초가 되었다. 헤엄치는 것보다 사다리를 잡고 배를 오르내리는 데 힘을 더 써서 어깨와 팔이 아팠다.

여전한 마타하리 아침 풍경.
차차는 내일 쁘렌띠안을 떠나야 하기에 오늘도 스노클링을 갈 거란다. 젊은게 좋긴 좋구나. 나는 해변에서 빈둥대는 편을 선택.
차차가 떠나면 숙소를 옮겨볼까 하고 저기 언덕 위 rock garden 샬레에 올라가 보았다.
경치는 좋은데 역시 올라가기 힘들고 비싸다.
예약은 할 수 없고 내일 아침 일찍 와 보라는데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오늘은 그냥 해변에 누워 있기로 했다.
파라솔 빌리는데 하루 10링깃. 서양 애들은 파라솔 따위는 빌리지 않는다.
우리나라 것과 똑같은 돗자리는 좋은 아이디어.
점심 먹으러 갔다. 아이스 커피 한 잔 먼저 시키고,
커리 국수를 시켰다. 매콤하고 고소한 것이 딱 입맛에 맞았다. 말레이지아 음식은 대체로 맛있는 것 같다는 결론.
오전에는 물이 좀 깊은데 오후가 될 수록 얕은 바다가 길게 이어진다.
물 속에 떠 있을만큼 깊은 곳에 가려면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슬슬 심심해지기 시작할 때 스노클링 갔던 차차가 돌아왔다. 어디까지 헤엄쳐 가고 있는 거야?
스노클링, 재미있었는데 나중에는 체력 저하로 물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이틀 연속 스노클링은 역시 무리인 것이야.
시원한 것 한 잔 마시러 간 제대로 된 까페.
아이스 쵸코 한 잔 시켜서 나눠 먹기. 여기는 와이파이가 되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차차.
저녁은 마타하리 레스토랑에서 주방장 특선 요리를 시켰는데 질긴 스테이크 한 점, 실망했다. 똠얌 수프에 밥 말아 먹었음.
차차와의 마지막 밤이니 해변에 가서 맥주 한 잔하기로 했다.
불이 밝혀져 있는 쪽으로 다가가니,
낮에 누워 있던 파라솔 자리에 앉은뱅이 상과 돗자리, 촛불 하나.
불쇼(?)를 구경하며 맥주 한 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노는 26살의 차차, 나는 그 때 뭐하고 있었지? 공부 좀 하고 잘 놀지는 못하고 그랬던 것 같다.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다르게 살 수 있을까? 아니,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는 몰랐을 테니까 돌아간다 해도 똑같이 살 것 같다. 그래서 난 앞으로만 나아가고 싶다. 돌아가고 싶은 시절은 없다.
차차를 만나서 쁘렌띠안 여행이 훨씬 즐거웠다.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과는 금방 마음을 터놓고 친해지게 된다. 배경은 생각하지 않고 인간 자체로 만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서울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 했지만 비록 다시 못 만난다 해도 쁘렌띠안을 떠올릴 때마다 발랄한 차차가 생각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