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7. 21:50

에어 아시아 타고 코타바루 가기

7시 4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5시 반에 일어났다. 앞으로 며칠간 이것보다 좋은 샤워 시설을 만나기 힘들 것 같아 샤워도 했다.

그런데 수건을 빌리지 않았다. 갖고 오긴 했지만 축축한 수건을 배낭에 집어넣는 일만큼 기분 안 좋은 일도 없다.
잠시 생각하다가 젖은채로 시트에서 굴렀다(상상하지는 마세요). 어차피 시트는 빨 것이니 이게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인 것도 같고...

튠 호텔에서 LCCT 공항까지 24시간 내내 셔틀을 운행한다.
어제 올 때는 1링깃 안 받더니 오늘은 꼬박꼬박 받아서 가져간다. 돈 받고 안 받고는 기사 아저씨 마음대로인가보다.
LCCT 공항 모습, 새벽 6시인데 남대문 시장이 따로 없을 정도로 붐빈다.
외국인은 별로 안 보이고 다 이나라 사람들, 다 무슨 일로 어디로 가는 걸까?
체크인은 셀프. 체크인을 하고 짐을 맡기는 카운터로 갈 때는 짐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몸이 가벼워졌으니 여기 저기 둘러본다.
스타벅스는 말레이지아에도 있다.
올드 타운 커피숍은 이 나라 브랜드인 것 같다.
7시까지 오라고 해서 출발홀에 들어갔다. 코타바루, 영어 약자로 KBR, 내 이름 약자와 똑같다.
밖에서도 느꼈지만 아무리 봐도 공항이라기보다는 버스 터미널 같다. 이 동네 해가 늦게 뜨는지 7시가 넘어도 어둑어둑하다.
게이트가 열렸는데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어, 비 오면 안 되는데...
비행기들은 장난감처럼 느껴지고...
어떤 비행기를 타야 할 지 모르기에 앞 사람을 졸졸 쫓아가야 한다.

이렇게 모여서 가라는 표시도 있다.
비행기까지 비 맞고 가야하나 했더니 우산도 준비되어 있다. 열대 우림 기후니 비 오는 것에 대비를 잘 해 놓았다.
트랩 오르기.
비가 점점 그쳐가나?

일주일 전에 인터넷을 통해 예약했는데 쿠알라룸푸르-코타바루 왕복이 222링깃, 공항세가 15링깃, 연료비(Fuel Surcharge) 20링깃, 좌석을 선택할 때도 돈을 내야 한다. 보통 좌석 12링깃, 짐 15kg까지(최소 단위였음) 50링깃. 식사는 선택하지 않았다.
저가 항공이라고 하지만 이것저것 덧붙이다 보니 다 합쳐서 12만원쯤 되었다. 프로모션을 예약하면 훨씬 싸겠지만 그건 몇 달 전에 미리 예약해야 하니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요즘 세상에는 별 의미가 없다.

빨간 좌석은 10달러 넘어간다.
비싼 좌석 바로 앞 줄 11A를 선택했는데 누가 앉아 있다. '거기 제 자린데요'
미리 예약을 안 하고 바로 표를 사면 좌석도 지정되어 있지 않아 아무데나 앉는다.

고심해서 고른 좌석인데 잘못 골랐다. 날개와 엔진이 시야를 다 가려버린다.
돌아올 때도 11A 이니 멋진 풍경 보긴 다 글렀다. 11번에서 15번 사이는 선택하지 않는 게 좋겠다.
그래도 그럭저럭 땅이 보이기는 한다.
한 시간 비행 후 코타바루에 착륙 중, 진흙빛 강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여기도 열대 우림.
짐은 잘 실려왔겠지? 

자, 이제 택시를 타고 쿠알라 베슷 선착장에 가야 하는데 일행을 만들어 택시값을 나눠 내야 한다.
동북 아시아인처럼 생긴 사람이 몇몇 있긴 한데...트래블 메이트 가방을 멘 20대의 여자가 혼자 걸어가고 있다.
'안녕하세요?' 말을 걸었다.
'아, 안녕하세요, 한국분이세요?'
'네, 혼자 오셨어요? 쁘렌띠안 가시죠?'
'네, 저도...'
'그럼 택시 같이 타고 가지요'
평소에는 낯선 사람에게 말 안 붙이는데 여행 오면 없던 사교성이 마구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