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18. 23:54

D+146 070808 수오멘리나 섬, 헬싱키-탈린 이동

수오멘리나(Suomenlinna)섬은 핀란드의 요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었단다.
한 바퀴 돌아보자.
벌써 많은 사람들이 섬에 들어왔다.
이건 무슨 성당.
바다와 성벽.
다리도 있고,
고요한 풍경.
너넨 어디서 온 거야?
햇볕은 쨍하지만 바람은 차가운 우리나라 9월말 같은 날씨다. 해변이랄 것도 없는 조그만 모래밭에서 노는 사람들.
쌀쌀한데 옷 벗고 썬탠을? 여름이 짧으니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저 건너편은 다른 섬.
바닷가 성채를 따라 대포가 있다.
이 요새는 스웨덴이 1748년에 러시아로부터 영토를 보호하기 위해 세운 것. 그 때 이름은 Sveaborg-스웨덴 요새라는 뜻.
1805년에 전투에서 패해 러시아 영토가 되었고 이름이 Viapori로 바뀌었다.
이후 러시아는 이 요새 때문에 핀란드 수도를 Tuku 에서 헬싱키로 옮겼다고.
1917년 핀란드가 독립할 때까지 러시아 영토였고 이후 이름이  Suomenlinna 로 바뀌었다.
1973년까지 군사적으로 중요한 곳이었고 아직도 해군이 주둔하고 있다고, 론니의 말씀.
우리나라로 치면 강화도쯤 되겠다. 대포, 요새가 있는 분위기도 그렇고.
그 모든 역사를 넘어서 지금은 헬싱키 시민의 하루 피크닉 장소.
나도 분위기 내며 커피 한 잔 마시고 이제 배 타러 가야 한다.
기념 우표, 역사에 따른 세 개의 이름이 씌여 있다.
마지막으로 수오멘리나에서 헬싱키 나오는 페리를 탔다. 왠지 아쉬워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헬싱키에서 탈린 가는 배는 여러 종류가 있다는데 제일 싸다는  Eckero는 시간이 안 맞는다.
내가 타고 갈 것은 Nordic Jet line.
시간마다 요금이 다 다른데 헬싱키에서 1일 여행으로 탈린 갔다오는 사람이 많아서 아침 일찍 가는 게 비싸다.
내가 탈 것은 15시 제일 싼 28유로짜리, 학생 할인 20% 해 줘서 22.4유로.
배를 기다리는 데 동양인 아줌마 네 명이 보였다. 출국 심사도 오래 걸리는 것 같아 중국 아줌마들인가 했더니 한국분들.
나이도 적지 않으신데 북유럽 자유 여행을 하시다니 정말 대단하다.
혼자 다닌다고 용감하다고 고추장, 커피 믹스 등을 주신다. 커피 믹스는 정말 고마웠다. 다방 커피 먹어본지 어언 다섯 달.
탈린 입국 심사가 까다롭다는 소문 들었는데 무사 통과.
아주머니들이랑 구도시까지 같이 왔다. 내 호스텔은 금방 찾았고 예약한 호스텔까지 같이 가드린다고 했는데 그냥 씩씩하게 가신다. 탈린 어딘가에서 또 만날 수 있겠지.

Old B&B 호스텔에 예약했는데 5시에 도착했다고 예약을 캔슬하고 내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줘버린 것이다.
여행 5달만에 이런 일은 또 처음이다. Hostelworld.com 보면 그 날 도착 안 하면 예약비 냈던 신용카드로 하루치 방값을 물게 되어 있는데 말이다. 나 말고도 두 커플이 똑같은 일을 당해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다.
지금이 휴가 시즌이라 손님이 많은 건 이해해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나보고는 다른 summer hostel 가란다. 지금 다른 숙소를 찾는 것도 어려워 그러기로 했다.
원래는 295 크룬(1EEK=90원)인데 깎아서 200에 해 준단다. 그럼 내가 인터넷 예약금 낸 29*2크룬은 빼고 해줘야지.
주인 불러오라고 해서 따져서 오늘은 200, 내일은 150에 묵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 도착한 방, 원래 6베드룸 예약했는데 이건 9베드룸. 남자 두 명이 웃통 벗고 자고 있다.
여름에만 쓰는 호스텔이라 그런지 건물이 낡고 화장실에서는 나쁜 냄새가 난다. 
으~에스토니아 첫인상 완전 황이다, 황. 
그래도 구석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머리맡 책장에는 웬 러시아 문학? 도스토예프스키, 고리키, 솔제니친 다 있다.
누군가 야심차게 배낭에 넣고 러시아를 횡단한 후 여기다 두고 갔나보다. 러시아 가이드북도 있어서 바로 가방에 챙겼다.
그래, 가이드북을 얻은 일을 위안으로 삼자.

탈린, 첫인상은 별로 안 좋지만 나가봐야지.
구도시의 중심 Raekoja Plats(Town Hall square) 시청 광장.
러시아의 지배를 받아서 뭔가 좀 다르지 않나 기대했는데 광장 주변의 까페며 관광객 북적이는 건 여느 유럽도시와 같다.
북구 분위기의 민속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서빙한다.
저건 다 피뢰침일까?
상트 페테르부르크 가는 버스 알아보러 갔더니 금요일 밤은 꽉 찼고 토요일 아침에 가야 한단다.
그럼 하루를 더 탈린에 있어야 하는데 별로 재밌을 것 같지도 않고 물가도 안 싸다.
 
관광객 레스토랑에 들어가기 부담스러워 싼 식당을 찾아다니다 구시가 경계, 간이 매점에서 햄버거와 콜라를 먹었다. 
옆에 있던 두 남자와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영어를 굉장히 잘 한다.
학교에서 배우지는 않았고 소프라노스 등 미국 드라마를 보고 배웠단다.
부두에서 일하고 벌써 약간 술에 취해 있는 듯 술냄새가 났지만 착해 보이는 청년들이었다.
진짜 현재의 에스토니아를 보여 달라고 했더니 쇼핑 센터로 데려간다. 다른 나라 사람들처럼 자기네 취미도 쇼핑인데 돈이 없는 게 문제라고.
다국적 브랜드의 상품이 다 있는 백화점이다. 핀란드랑 분위기는 비슷한데 고급스러움은 덜한.
식품 매장에 가서 전통 음식이라는 KAMA 도 골라주었다.
어, 신기한 것 발견.
타조알, 이런 걸 어디서 갖고 와서 팔까? 에스토니아에 타조 농장이라도 있단 말인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 에스토니아 청년, 타조알을 들고 포즈를 취하다. 혹시 깨뜨리면 어쩌나 걱정이 되긴 했다.
에스토니아 전통 술이라는 Vana Tallinn, 45도라는 높은 알콜 도수를 자랑한다.
8시 넘으면 술 안 판다고 빨간 줄이 쳐져 있었다. 이런 동네는 나미비아 이후 처음이군.
두 청년은 가야 할 곳이 있다고 인사하고 가버렸다. 술마시러 가는 것 같았다.
친절한 두 청년 덕분에 탈린에 대한 인상이 조금은 나아졌다.
탈린 올드 타운은 뾰족한 지붕의 건물과 돌이 깔려 있는 골목들이 이어져 있는 동네이다.
골목골목 까페와 작은 박물관과 기념품 가게들이 숨어 있다.
꽃집은 어디나 이렇게 모여 있다.
꽃을 사고 판다는 건 어느 정도 생활을 즐길 여유가 있다는 걸 의미할 것이다.
탈린의 첫날밤이 이렇게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