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21. 22:48

D+148 070810 툼피아(Toompea), upper town, 탈린

어지럽고 컨디션이 안 좋다. 아테네 이후 일주일동안 계속 달려와서 그런가? 그렇다고 야간 이동을 많이 한 것도 아닌데...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탈린 풍경을 제일 잘 볼 수 있는 언덕에는 올라가 봐야 한다.
오늘도 나를 맞아주는 첨탑 풍경.
Upper town, Toompea 로 올라가는 길을 몇 개가 있는데 대충 발 닿는대로 갈림길에서 오르막길을 선택하면 된다.
중세 분위기의 건물.
점점 지붕과 눈 높이가 같아진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툼피아.
19세기 후반 발틱해의 국가들을 러시화하기 위해 지어진 러시아 정교 교회, Alexander Nevsky Cathedral.
금요일인데 결혼식? 여기도 이슬람 국가처럼 금요일이 휴일인가? 세계 공통의 흰색 웨딩 드레스.
양파 모양의 지붕, 처음 보니 신기하다.
윗동네도 아랫 동네처럼 골목길 사이사이 예쁜 집과 박물관, 탑, 정원 등이 있다.
재밌는 부조, 집주인인가? 위인인가? 잘 모르겠다.
전망대에 도착.
탈린 하면 떠오르는 풍경, 바로 이거다.
또 다른 전망대에서도 비슷한 풍경.
또 다른 교회였던가?
내려가는 길,
그리 열심히 구경한 것 같지 않은데 너무 피곤해서 가서 쉬어야겠다.

같은 방 사람들은 대부분 떠났는지 9개 침대 중 3개만 남고 나머지는 새 시트가 깔려 있었다.
도미토리에서 며칠 지내다 보니 빈 방에 혼자 있는 게 좋다. 낮잠을 자고 깨보니 벌써 저녁 5시가 넘었다.
내일 러시아 가야 되니 공부하며 아까 슈퍼에서 사 온 샐러드와 바나나로 저녁을 먹는다.
그저께 에스토니아 청년이 이 곳 전통 음식이라고 알려준 까마,
요구르트에 곡물 가루 같은 걸 섞어 먹는 것이다. 별 거 아니군.
터어키에서 요구르트 많이 먹었는데 이 동네도 요구르트 많이 먹는 줄은 몰랐다.

저녁 먹고 러시아 공부하고 있는데 어떤 여자애가 들어온다.
어제 새로왔는데 미국식 영어를 쓰고 얼굴은 동양인, 인디언인가? 혼자 생각하고 있었다.
얘기해 보니 시애틀에서 온 일본계 미국인 신디, 나처럼 원월드 티켓으로 유럽, 아시아 여행중.
-어떻게 이렇게 긴 시간 여행할 수 있어?
-Antarctica에서 일했는데 지금은 겨울이라 쉬고 있거든.
Antarctica? artica 의 반대말? 남극? 오, 대단한데...!
-여름에는(10월-2월) 남극 미군 기지에 천 명이 넘는 사람이 일해, 과학자는 아니고 스텝으로 일했어.
나의 마지막 로망, 남극, 여행자로서는 가기 힘든 곳(너무 비싸서) 거기서 일했다니 정말 부럽다.

혼자 여행하냐고 물었더니 남자친구랑 일본, 인도, 네팔 여행하고 그는 남미로 가고 신디는 유럽으로 왔단다
그런데 2주전 남자친구로부터 일방적으로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았다고, 어쩐지 많이 우울해 보였다.
-일본에 가서 거기 가족들에게 인사도 시키고 시애틀에서 미래를 같이 계획하자고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어. 아시아 문화는 그냥 가족에게 인사시키는 게 아니쟎아?
-그래, 그 친구는 아마 거기까지는 잘 몰랐나보다.
-이번 겨울에 다시 남극으로 가야겠어.
-남극에서 남자친구 만났다며? 생각나고 힘들지 않겠어? 그 친구도 돌아올 지 모르쟎아.
-그래도 가서 맞설거야, 이번 일만 빼놓고는 남극이 내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시기였거든. 그 때문에 피하고 싶지는 않아.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는 잠깐 스치고 지나가는 사이인데 깊은 얘기를 하기가 더 쉽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모르기에, 현재의 나만을 보여줄 수 있기에 그렇고 다시 만날 수 없는 사이이기에 그렇다.   
신디가 상처를 회복하고 더 멋진 남자를 만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