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28. 16:12
D+153 070815 상트에서 시간 죽이기, 상트-모스크바 이동
2009. 6. 28. 16:12 in 2007세계일주/러시아
에르미타쥐도 보았고 러시아 미술관도 봤고 분수 궁전도 갔다왔고 이제 또 뭘해야 하지?
밤기차 시간까지는 한참 남았으니 일부러 늦장 부리다 12시나 되서 체크아웃했다.
이삭 성당이나 들어가 볼까 하고 아주 천천히 걸어갔는데 오늘 수요일, 휴일이란다.
이런이런, 공부 안하고 대충 다녔더니 그걸 못 챙겼다. 좀 이상하기도 하다. 대개 휴일은 일,월, 화 중 하나인데.
며칠째 겉모습만 보고 있다.
이삭 성당 앞 공원.
할 일 없는 여행자는 걸을 수 밖에 없다.
네바 강을 건넜다.
가까운 곳에 있는 인류학 박물관(Museum of Anthropology & Ethnography), 쿤스트카마(Kumstkammer)에나 가보자.
여기도 줄을 서네. 100루블. 쿤스트카마는 표트르 대제가 여기저기서 수집한 사람표본(샴 쌍동이, 기형아 등)로 유명한 곳.
머리 두 개, 수두증, 눈 한 개 등 징그런(?) 표본이 유리병에 담겨 있었다. 그림으로 많이 본 건데 실제로 보니 끔찍할 뿐.
으~괜히 들어왔다. 그 외 여러 민족의 생활양식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뭔가 익숙한 병풍.
역시, 그랬던 거군.
나와서 다시 걷는다.
한낮의 도심 풍경.
결혼식 야외 촬영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네바 강 한 가운데도 분수, 러시아 사람들이 분수를 좀 좋아하는 듯.
여기가 웨딩 촬영 명소인가보다.
네바 강가의 중년 연인, 대낮부터 난리났다, 난리났어.
그러거나 말거나 웨딩 촬영은 계속 된다.
발길 닿는대로 동쪽으로 걷는다. 아, 표트르 대제가 상트를 건설할 때 처음 만든 곳, Peter & Paul Fortress가 저기 있다.
강에는 유람선.
이 배는 레스토랑이었나?
길가에서 장미 화환을 만드는 아저씨. 어디선가 시끄럽게 들리는 소리, 헬리콥터다.
요새에 착륙, 오호, 진짜 요새 같은 걸.
이 요새는 1703년에 지어졌고 상트의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표트르 대제가 스웨덴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다 만들기도 전에 스웨덴을 무찔러 버렸다는.
1917년까지는 주로 정치감옥으로 쓰였다. 도스토예프스키, 고리키, 트로츠키, 레닌 형 등이 수감되어 있었다.
122m의 황금빛 첨탑은 성당.
들어가진 않았다.
결혼식 차?
역사의 현장이었던 요새가 지금은 일광욕 명소가 되었다.
트로이츠키(Troitskky) 다리 위,이쪽으로 가면 탈린, 모스크바, 키예프가 나온다고? 설마 헤엄쳐 가라는 소리는 아니겠지?
배 보라고 세워둔 표지판은 아닐텐데, 어쩌라구?
다시 강을 건너니 이틀 전에 왔던 마르스 광장이다.
혁명, 전쟁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꺼지지 않는 불.
땅 속에 석유를 붓는 파이프를 묻어놨겠지, 아마도.
작은 운하도 있다. 배를 타고 도는 운하 투어도 많이 있다.
이삭 성당을 못 봤으니 피의 성당이나 들어가볼까 했더니 여기도 수요일에 문 닫는다. 이 동네 성당은 다 수요일에 놀아?
배고프고 지쳐 쓰러지기 일보 직전, 셀프 서비스 식당을 발견, 먹고 싶은 접시를 골라담고 나중에 돈 내는 시스템.
러시아식 수프 보르시치, 토마토 수프 맛이다. 고르다 보니 모두 느끼한 걸 골랐다. 단무지 그리워.169루블.
다시 넵스키 대로. 카잔 성당은 안 닫았겠지. 입장료도 안 받는 그냥 성당이니까.
황금빛으로 장식된 성당 내부.
미사가 행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의자가 없다. 모두 서서 노래하고 성구를 읊조리고 있다.
신부는 파란 옷을 입고 여자들은 대부분 머릿 수건을 썼다. 미사포 같은 건가?
미사 시작은 6시라고 적혀 있었고 7시 20분이 되서야 노래만 하다 끝났다. 그리스 정교는 이렇게 미사 드리는 구나.
하루 종일 걸어다녔는데 아직도 기차 시간 되려면 멀었다.
시간 죽이기 좋은 곳, 서점. 상트에서 제일 크다는 돔 끄니끼(Dom Knigi) 서점에 갔다. 건물도 멋지네.
러시아어를 모르니 그림책이나 봐야지.
월드 요리책에 나온 한국 음식. 뭔가 한국음식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너무 소박하쟎아?
캐비어 요리책.
거리의 악사.
인터넷 카페에 가서 인터넷 좀 하고 이제 슬슬 돌아가 짐 갖고 역에 가야한다.
슈퍼에 물 사러 갔다가 찍은 술 진열대 사진. 작은 슈퍼라도 술 컬렉션은 대단하다. 최고의 음주 강국 러시아다.
이제 더이상 시간을 죽일 곳도 없어 모스크바 역에 도착한 시각이 11시.
역 건물도 뭔가 유명한 건축물이겠지?
천장의 그림이나 벽의 부조도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의자가 없다. 그리고 왜 이리 사람이 많은 건지 모두 짐을 깔고 바닥에 앉거나 누워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나도 배낭에 기대어 일기를 쓰며 하염없이 기차 시간 기다린다.
그런데 옆의 젊은 남자가 말을 건다. 무얼 쓰고 있냐고.
이반, 깔라닌그라드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결혼식 참석하러 상트 왔고 모스크바에 가족이 있어 보러 간다고.
깔라닌그라드? 그게 어디지?
지도를 찾아보니 거대한 러시아 영토와는 떨어져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사이에 끼여 있다.
구 소련의 연합국들이 독립할 때 러시아에 남아있기로 결정한 곳인가? 저런 곳이 있다는 걸 이반을 통해 처음 알았다.
결혼식 파티는 3일동안 한단다. 중동도 그렇던데 여기도 그런가보다.
10년동안 영어를 공부했는데 2년동안 안 써서 다 까먹었단다.
내 일기장을 보고 한글로 뭐 좀 써달라고 해서 내 이름을 써주고 한글 자모를 가르쳐 주었다.
자음, 모음을 연결해 읽어보라고 하니 잘 읽는다.
-너 천재인가봐.
영어를 하는 현지인을 만났으니 궁금한 걸 물어봐야한다.
-역에 사람이 왜 이리 많은거야?
-4일전에 기차에서 테러가 났거든.
잉?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
-러시아 사람들은 술을 무척 많이 먹는 것 같아.
-겨울에 추워서 그래
-지금은 여름인데도 정말 많이 마시던걸. 슈퍼에는 온갖 종류의 술이 있고 말이야.
-여름에는 더워서 많이 마시지.
-러시아 사람들은 무뚝뚝해서 뭐 물어보기도 겁나.
-안 그래, 영어를 못해서 그렇지, 친절한 사람들도 많아.
-응, 너를 만나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네가 러시아 사람들에 대한 내 생각을 바꿔 놓았어.
기차 시간이 되었다. 전광판의 글씨도 알아볼 수가 없는데 이반이 기차 왔다고 가자고 한다.
어디서 기차를 타야 하는지 알 수가 없는데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가는 이반을 졸졸 따라갔다.
자기가 탈 객차는 여기라고 나는 앞으로 쭉 가면 된단다. 음, 중동이었으면 내 객차까지 바래다 줬을텐데.
어쨌든 혼자서 기차 찾느라 고생했을 텐데 꼭 필요한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좀 헤매다 내 자리 발견, 큰 배낭을 짐받이에 올리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팔 떨어지는 줄 알았다.
기차는 통일호 수준, 싼 기차표라 그런가 에어콘도 안 나와 덥다.
옆에 아무도 안 타더니 출발 직전 스케이트 보드를 갖고 탄 여자애가 와서 앉는다.
최악의 상황은 아니군, 뚱뚱한 털복숭이 아저씨는 아니니까.
잠들었다가 새벽 세 시에 추워서 깼다. 이제 에어콘이 너무 빵빵하다. 긴 옷도 안 꺼내 놓아 덜덜 떨면서 또 잤다.
밤기차 시간까지는 한참 남았으니 일부러 늦장 부리다 12시나 되서 체크아웃했다.
이삭 성당이나 들어가 볼까 하고 아주 천천히 걸어갔는데 오늘 수요일, 휴일이란다.
이런이런, 공부 안하고 대충 다녔더니 그걸 못 챙겼다. 좀 이상하기도 하다. 대개 휴일은 일,월, 화 중 하나인데.
며칠째 겉모습만 보고 있다.
이삭 성당 앞 공원.
할 일 없는 여행자는 걸을 수 밖에 없다.
네바 강을 건넜다.
가까운 곳에 있는 인류학 박물관(Museum of Anthropology & Ethnography), 쿤스트카마(Kumstkammer)에나 가보자.
여기도 줄을 서네. 100루블. 쿤스트카마는 표트르 대제가 여기저기서 수집한 사람표본(샴 쌍동이, 기형아 등)로 유명한 곳.
머리 두 개, 수두증, 눈 한 개 등 징그런(?) 표본이 유리병에 담겨 있었다. 그림으로 많이 본 건데 실제로 보니 끔찍할 뿐.
으~괜히 들어왔다. 그 외 여러 민족의 생활양식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뭔가 익숙한 병풍.
역시, 그랬던 거군.
나와서 다시 걷는다.
한낮의 도심 풍경.
결혼식 야외 촬영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네바 강 한 가운데도 분수, 러시아 사람들이 분수를 좀 좋아하는 듯.
여기가 웨딩 촬영 명소인가보다.
네바 강가의 중년 연인, 대낮부터 난리났다, 난리났어.
그러거나 말거나 웨딩 촬영은 계속 된다.
발길 닿는대로 동쪽으로 걷는다. 아, 표트르 대제가 상트를 건설할 때 처음 만든 곳, Peter & Paul Fortress가 저기 있다.
강에는 유람선.
이 배는 레스토랑이었나?
길가에서 장미 화환을 만드는 아저씨. 어디선가 시끄럽게 들리는 소리, 헬리콥터다.
요새에 착륙, 오호, 진짜 요새 같은 걸.
이 요새는 1703년에 지어졌고 상트의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표트르 대제가 스웨덴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다 만들기도 전에 스웨덴을 무찔러 버렸다는.
1917년까지는 주로 정치감옥으로 쓰였다. 도스토예프스키, 고리키, 트로츠키, 레닌 형 등이 수감되어 있었다.
122m의 황금빛 첨탑은 성당.
들어가진 않았다.
결혼식 차?
역사의 현장이었던 요새가 지금은 일광욕 명소가 되었다.
트로이츠키(Troitskky) 다리 위,이쪽으로 가면 탈린, 모스크바, 키예프가 나온다고? 설마 헤엄쳐 가라는 소리는 아니겠지?
배 보라고 세워둔 표지판은 아닐텐데, 어쩌라구?
다시 강을 건너니 이틀 전에 왔던 마르스 광장이다.
혁명, 전쟁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꺼지지 않는 불.
땅 속에 석유를 붓는 파이프를 묻어놨겠지, 아마도.
작은 운하도 있다. 배를 타고 도는 운하 투어도 많이 있다.
이삭 성당을 못 봤으니 피의 성당이나 들어가볼까 했더니 여기도 수요일에 문 닫는다. 이 동네 성당은 다 수요일에 놀아?
배고프고 지쳐 쓰러지기 일보 직전, 셀프 서비스 식당을 발견, 먹고 싶은 접시를 골라담고 나중에 돈 내는 시스템.
러시아식 수프 보르시치, 토마토 수프 맛이다. 고르다 보니 모두 느끼한 걸 골랐다. 단무지 그리워.169루블.
다시 넵스키 대로. 카잔 성당은 안 닫았겠지. 입장료도 안 받는 그냥 성당이니까.
황금빛으로 장식된 성당 내부.
미사가 행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의자가 없다. 모두 서서 노래하고 성구를 읊조리고 있다.
신부는 파란 옷을 입고 여자들은 대부분 머릿 수건을 썼다. 미사포 같은 건가?
미사 시작은 6시라고 적혀 있었고 7시 20분이 되서야 노래만 하다 끝났다. 그리스 정교는 이렇게 미사 드리는 구나.
하루 종일 걸어다녔는데 아직도 기차 시간 되려면 멀었다.
시간 죽이기 좋은 곳, 서점. 상트에서 제일 크다는 돔 끄니끼(Dom Knigi) 서점에 갔다. 건물도 멋지네.
러시아어를 모르니 그림책이나 봐야지.
월드 요리책에 나온 한국 음식. 뭔가 한국음식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너무 소박하쟎아?
캐비어 요리책.
거리의 악사.
인터넷 카페에 가서 인터넷 좀 하고 이제 슬슬 돌아가 짐 갖고 역에 가야한다.
슈퍼에 물 사러 갔다가 찍은 술 진열대 사진. 작은 슈퍼라도 술 컬렉션은 대단하다. 최고의 음주 강국 러시아다.
이제 더이상 시간을 죽일 곳도 없어 모스크바 역에 도착한 시각이 11시.
역 건물도 뭔가 유명한 건축물이겠지?
천장의 그림이나 벽의 부조도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의자가 없다. 그리고 왜 이리 사람이 많은 건지 모두 짐을 깔고 바닥에 앉거나 누워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나도 배낭에 기대어 일기를 쓰며 하염없이 기차 시간 기다린다.
그런데 옆의 젊은 남자가 말을 건다. 무얼 쓰고 있냐고.
이반, 깔라닌그라드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결혼식 참석하러 상트 왔고 모스크바에 가족이 있어 보러 간다고.
깔라닌그라드? 그게 어디지?
지도를 찾아보니 거대한 러시아 영토와는 떨어져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사이에 끼여 있다.
구 소련의 연합국들이 독립할 때 러시아에 남아있기로 결정한 곳인가? 저런 곳이 있다는 걸 이반을 통해 처음 알았다.
결혼식 파티는 3일동안 한단다. 중동도 그렇던데 여기도 그런가보다.
10년동안 영어를 공부했는데 2년동안 안 써서 다 까먹었단다.
내 일기장을 보고 한글로 뭐 좀 써달라고 해서 내 이름을 써주고 한글 자모를 가르쳐 주었다.
자음, 모음을 연결해 읽어보라고 하니 잘 읽는다.
-너 천재인가봐.
영어를 하는 현지인을 만났으니 궁금한 걸 물어봐야한다.
-역에 사람이 왜 이리 많은거야?
-4일전에 기차에서 테러가 났거든.
잉?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
-러시아 사람들은 술을 무척 많이 먹는 것 같아.
-겨울에 추워서 그래
-지금은 여름인데도 정말 많이 마시던걸. 슈퍼에는 온갖 종류의 술이 있고 말이야.
-여름에는 더워서 많이 마시지.
-러시아 사람들은 무뚝뚝해서 뭐 물어보기도 겁나.
-안 그래, 영어를 못해서 그렇지, 친절한 사람들도 많아.
-응, 너를 만나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네가 러시아 사람들에 대한 내 생각을 바꿔 놓았어.
기차 시간이 되었다. 전광판의 글씨도 알아볼 수가 없는데 이반이 기차 왔다고 가자고 한다.
어디서 기차를 타야 하는지 알 수가 없는데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가는 이반을 졸졸 따라갔다.
자기가 탈 객차는 여기라고 나는 앞으로 쭉 가면 된단다. 음, 중동이었으면 내 객차까지 바래다 줬을텐데.
어쨌든 혼자서 기차 찾느라 고생했을 텐데 꼭 필요한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좀 헤매다 내 자리 발견, 큰 배낭을 짐받이에 올리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팔 떨어지는 줄 알았다.
기차는 통일호 수준, 싼 기차표라 그런가 에어콘도 안 나와 덥다.
옆에 아무도 안 타더니 출발 직전 스케이트 보드를 갖고 탄 여자애가 와서 앉는다.
최악의 상황은 아니군, 뚱뚱한 털복숭이 아저씨는 아니니까.
잠들었다가 새벽 세 시에 추워서 깼다. 이제 에어콘이 너무 빵빵하다. 긴 옷도 안 꺼내 놓아 덜덜 떨면서 또 잤다.
'2007세계일주 > 러시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D+155 070817 크렘린에 가다 (8) | 2009.07.01 |
---|---|
D+154 070816 모스크바 도착, 아르바뜨 거리 산책 (8) | 2009.06.29 |
D+152 070814 에르미타쥐(Hermitage) 미술관 (11) | 2009.06.27 |
D+151 070813 러시아 미술관(Russian Museum), 피의 성당, 한국 음식을 먹다. (8) | 2009.06.25 |
D+150 070812 분수 궁전(Petrodvorets)에 가고, 상트를 걷다. (8) | 2009.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