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14. 23:04

D+212 071013 달의 계곡 투어, 산 페드로 아타카마

달의 계곡(Valle de la Luna) 투어는 오후 3시부터 시작하니 오전에는 시간이 난다.
오전 내내 론니를 보고 인터넷으로 아르헨티나 항공 스케줄을 확인하며 보냈다.
아빠가 오셔서 3주 정도 파타고니아를 같이 여행하는데 버스만 타고 다니려니 시간도 빠듯하고 힘들 듯해 항공편도 이용해 보려는 것이다. 으, 머리 빠지겠다, 남미는 아무래도 너무 넓다.

오후에 출발하는 투어를 알아보러 나가봤다.
온통 하얀 산 페드로 성당(Iglesia San Pedro)
오늘은 토요일, 아르마스 광장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악사들.
댄서들이 입장한다. 아주 어린 애들도 나오고 청년들도 나온다.
전통춤과 스페인의 플라멩고가 결합된 것 같다.
저런 드레스, 유치원 이후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는데 웬지 떙기네.

몇 군데 투어 사무실을 돌아봤다. 영어 가이드가 없으면 4000페소, 있으면 5000페소가 적정 가격.
Andino expedition으로 결정. 우유니 투어 때 실패해서 신중하게 고르려고 했다.
론니에 나온 투어는 대개 믿을 만하지만 가격에 거품이 있고 서양애들이 너무 많다. 하긴 여기는 온통 서양애들이지만.
너무 싼 가격을 제시하는 곳도 안 좋다. 싼 데는 이유가 있는 법.
내가 결정하는 기준은 사무실 사람이 친절할 것, 방명록 같은 게 있어서 사람들이 좋은 얘기를 써 놓은 곳, 다른 여행객들에게 물어봤을 때 좋은 평가를 받은 곳 등이다.

하릴 없이 동네를 돌아다니다 주차장 앞 로컬 식당에서 스테이크(1200페소)로 점심을 먹고 3시에 사무실로 갔다.
열 명 정도의 소그룹, 가이드가 젊고 영어를 잘 해서 우선 맘에 들었다.
투어 차량도 좋다. 열악한 볼리비아에서 넘어오니 모든 것이 다 고급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이 차는 우유니 사막 같은 곳을 달릴 수 없을 것이다.
달의 계곡 투어는 아타카마 주변 사막이 달 표면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우선 간 곳은 죽음의 계곡(Valle de la muerte), 원래 화성을 닮았다고 martes 라고 한 것이 muerte 로 잘못 전달되어 그렇게 불리는 곳이다.
화성하고 닮았나? 안 가봤으니 모르겠고 오히려 죽음의 계곡이 더 어울린다.
회색 모래의 사막.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형, 그 지구과학 시간에 배운 게 그게 이름이...
색깔이 다른 고무찰흙을 쌓아 옆에서 눌러 만든 지형, 눈 앞에 있다.
우유니에서 멋진 걸 너무 많이 보아 기대 별로 안 했는데 여기도 멋있다.
긴 모래 언덕이다.
걸어 내려간다. 남들보다 30분 일찍 시작하는 이유가 이 듄(Dune)을 걸어내려가기 위한 것.
바람이 만든 모랫결.
모래에 발을 담그고 있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벌써 오래 전 일이 돼버린 나미비아 붉은 사막이 생각난다.
점점 모래는 뜨거워지고 모래 속에 파묻은 발만 시원했던  느낌이 기억난다.
그래도 여기서는 굴러내려가는 사람은 없다.

달의 계곡 입장료(1500페소)를 내고 소금으로 이루어진 계곡에 갔다.
흙으로 덮여 있지만 실제로는 소금 기둥, 원래 소금 채굴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고.
젊은 가이드, 원숭이를 닮았다. 보통 이름을 기억하는데 나에게 관심을 안 가져줘서 기억을 못했나?
조용히 있으면 소금이 갈라지는 소리가 난다. 온도 차이에 의해 소리를 낸다고.
압력에 의해 투명한 유리처럼 된 곳도 있었다.
꽤 울퉁불퉁해서 조심해서 내려와야지 넘어졌다가는 여기저기 긁히기 딱 좋은 곳이다.

차를 달려 다음 장소로 이동중.
비포장도로지만 길이 잘 닦여 있다. 벌써 그림자가 길어지고 저녁이 오는 중.
세 명의 마리아(Tres Marias)라나? 글쎄...이 곳 사람들이 종교적이라는 건 알겠는데 아무데나 마리아를 붙이는 건 좀...
스타디움을 닮은 지형.
자 이제 듄에서 석양을 보려면 우선 올라가야 하는 것.
세 가지 코스가 있다. 당연히 제일 힘들고 그만큼 멋있는 코스를 선택.
능선을 따라 끝까지 걷는다.
휴우,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 언덕을 걷는다는 건 쉽지 않다.
아코디언 같다. 누가 옆에서 양 손으로 쭉 밀어서 주름을 잡아논 모습.
그림자 점점 길어진다. 나는 벌써 올라왔지롱.
진짜 스타디움 닮았다.
관악산 꼭대기에서 아줌마들이 찍는 포즈.
도시에서는 언제 낮밤이 바뀌는지도 모르는데 언덕 위에서 그림자가 점점 길어지고 하늘 색깔이 바뀌는 걸 보고 있으니 지구가 분명 자전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돌아가는 소리도 들릴 것 같다.
반 바퀴 돌고와서 다시 만날 수 있겠지?
듄에서의 일출도 좋지만 석양도 좋다.
6시 반에 해가 졌는데 역시 어두워지니 바람이 몹시 불고 추워졌다. 내려갈 때 능선이 아니라 듄의 옆으로 내려갔는데 밑에서 경비원인지 그리로 내려오면 안 된다고 소리친다. 어쩐지, 아무도 안 내려가더니. 다시 언덕 오르는데 숨차서 혼났다.
아타카마로 돌아온 시각이 7시 30분, 버스에 팁을 주면 감사히 받겠다고 씌여 있어 가이드에게 500페소를 팁으로 주었다.
만족했으면 돈으로 표시하는 것이 팁 문화, 나쁘지 않다.

온통 모래투성이가 되어 돌아왔는데 뜨거운 물이 안 나온다. 낮에는 태양열에 의해 물이 데워지는데 해가 지니 안나오는 것. 덜덜덜 떨면서 찬 물에 대충 샤워했다.
원래 오늘 방을 바꿔주기로 했는데 지금 와서 안 된다고 한다. 아침에는 분명 바꿔준다고 했는데 왜 안 되냐고 마구 불평을 해댔다. 찬 물에 샤워해서 열도 받았기에.
나이 지긋한 주인 아저씨는 뭔가 오해가 있었다고 한다. 아저씨가 영어를 잘 못하긴 하지만 분명 바꿔준다고 했던 것.
크리스틴이라는 남자가 오더니 릴랙스하라고 중재한다. 부산에서 온 한국 여자애랑 데이트한 적이 있어 '친구'라고 나를 부르며. 결국 Very sorry 하다는 사과를 받아내고 그 방에 머물기로 했다.

참,엠피쓰리도 분실했다. 어디 넣어두었겠거니 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아침에 여행 계획하고 일기 쓸 때 정원 테이블 위에 꺼내 놨는데 그 때 누가 가져간 것 같다. 그대로 두고 방에 왔다갔다 하며 방심한 것이 문제.
이제 버스 야간 이동도 많은데 심심해서 어쩌지? 볼리비아에서 담아온 남미 노래도 듣고 싶은데.
원래 메모리 카드도 엠피쓰리와 같이 두는데 사진 확인하느라 카메라에 담아둔 것이 그 중 다행, 하마터면 볼리비아 사진 다 날아갈 뻔 했다.

답답해서 나가 본다.
성당 안에서 또 댄스와 음악 연주를 하고 있다. 오늘이 무슨 날인가?
또 동네 식당에서 1600페소짜리 스테이크를 먹고 들어와서 잤다. 꿈에 엠피 쓰리를 찾는 꿈을 꾸었지만 결국 찾지는 못했다.

*달의 계곡 투어. andino expedition투어 회사. 5000페소, 문밸리 입장료 1500페소 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