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24. 09:41

D+246 071116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발데스 반도 투어

발데스 반도는 두 개의 깊은 만으로 이루어진 평평하고 마른 땅.

과나코, 고래, 바다 코끼리, 펭귄 등이 살고 있다는데 오늘 어디까지 볼 수 있을까?

반도 입구 가장 좁은 곳의 폭은 5km라고.

투어 버스는 8시에 왔다.

왼쪽의 귀엽게 생긴 청년은 보조 가이드, 오른쪽의 가우초 스타일의 아저씨가 진짜 가이드. 오늘 투어 재밌겠는걸.
그런데 멤버가 별로. 제일 나중에 내 옆에 탄 아줌마는 뭐가 불만인제 계속 가이드에게 퍼붓고 있다. 분위기 좀 좋게 가져가면 좋으련만. 아, 그리고 페루 아레끼파에서 만난 글루미한 스위스걸, 테레사를 다시 만났다. 한 달도 훨씬 지난 일이고 이동한 거리가 얼마인데 다시 만나니 신기하다.
오늘의 첫번째 주인공은 거미, 설마 독은 없겠지?
반도로 들어서서 한참을 달려 고래 투어 하는 푼타 피라미데(Punta Piramide)에 도착했다.
테레사, 아레끼파에서도 느꼈지만 그리 즐거워보이지 않는다.
고래를 보러 바다로 나가는데 비옷과 구명조끼는 필수.
두꺼운 우비를 입고 구명조끼를 걸치는게 쉽지 않다.
대디, 그렇게 입어서 혹시 물에 빠졌을 때 뜰 수 있겠어요?
부두 같은 게 없고 해변에서 바로 배를 띄우기에 배를 차로 끌어내야 한다.
이건 좀 좋아보이는 배.
이건 보통.
준비 다 됐으면 가볼까?
계단을 올라가 배에 탄다.
사람 꽉꽉 들어찼다.
육지가 안 보이도록 멀리 나간다. 이런 망망 대해에서 어떻게 고래를 찾나, 했는데,
바로 고래 출현.
아니 상어인가?
물밖으로 보이는 부분은 얼마 안 되지만 나는 지금 바다에 살고 있는 진짜 고래를 보고 있는 것이다.
고래 두 마리.
고래 등에도 세월의 흔적.
꼬리를 보여줘~!
어,어, 배 뒤집어지겠다. 모두 고래 있는 쪽으로 몰리니.
진짜 고래를 볼 수 있다는 건 의미있었지만 잘 보이지도 않고 배가 흔들려 멀미 나기 시작, 돌아가주세요, 선장님.
트랙터 같은 차가 물 속으로 들어가 배를 끌어내고 있다.

다음으로 간 곳은 펭귄이 있다는 Caleta Punta.
케이프타운 이후 8개월만에 다시 만난 펭귄.
아프리카 펭귄 보러가기
왜 펭귄은 남반구에만 있는걸까, 혹시 아시는 분?
바닷가에는 펭귄이,
언덕 위에는 사람들이 서로를 관찰하고 있다.
황량한 풍경. 바다로 깊숙이 나온 반도는 대개 이런 풍경인데-케이프타운 희망봉, 아일랜드 모어 절벽-바람이 워낙 강해 식물이 자라기 힘들어 그럴 것이다.
이런 곳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자연이다. 인간이 지배하고 있는 면적이 점점 늘어가긴 하지만 이런 곳이 오랫동안 남아있었으면 하는 바램.
가이드가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무얼 물어봤던 걸까?
아르헨티나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도로 Ruta 40이 씌여진 티셔츠를 입고 있다.

점심은 각자 알아서 먹는 것, 푼테 델 가다(Punta delgada)의 셀프 서비스 레스토랑 앞에 세워준다. 
음식을 두 가지쯤 고르고 싸갖고 간 과일과 빵으로 점심을 먹었다.   
 레스토랑 주변 해변에 늘어져 있는 것은?
바다 코끼리(sea elephant), 자고 있는 걸까?
가끔 이렇게 요동치는 놈도 있지만,
대개는 가만 누워 있다. 바다로 들어가는 것도 있는데 팔, 다리가 없기에 몸을 힘들게 움직여 이동한다.
가이드 말로는 엄마와 애기가 수유를 위해 해변에 남아있고 숫놈은 먹이를 구하러 바다로 나간단다.
어쨌든 팔자는 무척 좋아보인다.
푼타 노르테(Punta Norte)까지 50km를 달렸다.
페루에서 본 삐꾸냐를 닮았는데 이건 과나코(guanaco).
푼타 노르테도  바다 코끼리가 누워있는 해변이었다.
내렸다 탔다 하는 투어가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오늘의 마지막 스탑은 반도 입구의 박물관.
전망대에 올라 카메라 줌을 당겼다.
무얼 닯았나요?
생텍쥐뻬리는 1929년부터 1931년까지 이 곳에서 우편 비행사로 일했다.
이 섬(Isla de los Pajaros, 새들의 섬)이 <어린 왕자>에 나온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에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책에서 본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건 놀라운 경험이다. 80년의 시간을 넘어 생떽쥐페리와 같은 것을 보고 있다는게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오늘 투어 중 가장 인상깊었던 곳.
박물관 안에 전시된 고래뼈. 크긴 정말 크다.
발데스 반도 항공사진.
이제 돌아갈 일만 남았다. 푸에르토 마드린까지는 50km가 넘으니 한참을 달려야 한다.

돌아오는 길에 아까 옆에서 계속 투덜대던 아줌마랑 얘기하게 되었는데 큰 버스와 큰 배를 탄다고 알고 있었는데 큰 버스가 와서 다른 손님만 태우고 가버리고 한 시간이나 기다려 작은 버스를 타게 되어 화가 났다는 것이다.
투어 프로그램은 똑같으니 지금은 화가 조금 풀어진 것 같은데 투어 얼마에 했냐고 묻는다.
-160페소요.
-뭐라구요? 나는 230페소나 줬다구요.
얼굴이 울그락 푸르락 하더니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에 했냐고 다 물어보기 시작한다.
테레사는 190페소에 했단다. 난 160페소(5만원)도 무척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싸게 한 거였다. 
경험상 싼 호스텔에서 신청하면 싸다. 호스텔에서 마진을 조금만 남겨서 그런 것 같다
아줌마 무척 화나서 우리가 묵고 있는 호스텔 주소까지 물어보고, 가서 단단히 항의하겠다고 한다.
누가 싸게 했냐에 신경쓰는 건 한국 사람인데 외국 사람이 그러는 건 처음 봤다. 
그렇게 화낼 줄 알았으면 조금 비싸게 부를 걸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푸에르토 마드린에 도착하니 7시, 테레사와 이메일 주소를 교환했는데 내려서는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간다. 그러더니 돌아서서 손을 흔들긴 한다. 웬지 안쓰러운 테레사,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간다니 현대적인 도시에서 여행을 즐기길 바란다.
저녁 식사는 즉석국, 햇반, 참치 통조림, 고추장에 찍어 먹는 오이, 호스텔 식당에서 저녁을 먹던 다른 여행자들이 모두 쳐다본다. 둘이 여행다니니 이것도 좋은 점, 혼자서는 이렇게 펼쳐놓고 먹을 엄두를 못냈을 것 같다.


*발데스반도 투어, 160페소, 가격이 좀 비싸지만 고래, 펭귄, 바다 코끼리를 보고 싶다면 해 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