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29. 09:59
D+249 071119 피츠로이 트래킹
2009. 9. 29. 09:59 in 2007세계일주/아르헨티나,파타고니아
어젯밤 아홉시 반에 엘 찰텐에 도착했는데 초행길에 날도 어두워져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숙소를 잡기가 어려웠다.
눈에 띄는 아무데나 들어갔는데,
바로 여기, 방, 부엌, 목욕탕이 있는 독립된 산장 스타일의 숙소. 170페소(5만원)의 거금이었지만 그냥 하루 묵기로 했다.
'Cabanas Austral' 남쪽 오두막이란 뜻.
부엌 시설이 아까워 어젯밤에도 라면 끓여 먹고 오늘 아침에도 밥을 해서 라면과 같이 먹었다.
그러느라고 9시에나 나서게 되었다.
피츠로이 등반은 8시간 걸리고 칼라파테로 돌아가는 버스는 6시니 시간이 빠듯하겠다.
마을을 벗어나니 바로 등산로 입구가 나타난다.
'피츠로이 가는 길' '빙하 국립 공원'의 일부이다. 국립공원인데 입장료도 안 받는게 신기하다.
나무로 만든 안내판. 담배 피우지 말고, 험한 날씨에 주의하고, 애완동물은 안 되는 등등 주의 사항이 씌여 있다.
용변을 볼 때는 물에서 100m 떨어진 곳에서 해결할 것, 이 지역의 개울물은 모두 먹을 수 있다니 조심하는 게 당연.
국립공원 입구인데 간이 화장실 하나 없다. 자연의 부름을 자연에서 해결하는 게 당연한 곳이다.
우리는 피츠로이 바로 아래 있는 로스트레스호까지 갔다올 예정. 꼬박 네 시간이 걸린다고 안내되어 있다.
우선 작은 구릉을 하나 넘어가야 한다.
엘 찰텐이 한눈에 들어온다. 피츠로이 등반의 거점마을, 여름에는 인구가 1800명인데 겨울에는 500명 정도로 줄어든다고.
강변에 캠핑장도 있다. 지붕 아래서 자도 추운 날씨인데 저기서 자면 얼마나 추울까?
거대한 바위 덩어리를 돌아가니,
회색빛의 구불구불한 강이 내려다보인다. 이 강 끝에는 뭐가 있을까? 더 높은 산, 더 황량한 벌판?
걷기 좋은 등산로가 이어진다.
온통 민들레다. 파타고니아에도 봄이 와 있는 것.
나는 쭉쭉 앞서 나가고,
꽃, 나무 찍기를 좋아하시는 대디는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걸어오신다.
오래전 수명을 다한 나무.
갈림길이 나온다. 'Usted eata aqui' 너는 여기 있다.
가이드북도 보며 연구 좀 하고, 갈 때는 카프리 호 옆으로 가고 올 때 전망대를 통해 오기로.
이제 숲길이다.
여기도 캠핑장. 텐트 종류가 같으니 빌려주는 것. 무겁게 짊어지고 올라오지 않아도 된다면 한 번 해볼만 하겠는걸.
눈 앞에 나타나는 호수.
멀리 모습을 나타낸 피츠로이봉.
호수를 뒤로 하고 다시 걷는다.
사람은 왼쪽, 말은 오른쪽. 말이 다니기도 한단 말이지? 오며 가며 한 마리도 못 보긴 했지만.
멀리 빙하. 빙하를 만난 건 킬리만자로 꼭대기 이후 두 번째다.
곧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바위. 다음번에 올 때쯤에는 없어져 있지 않을까?
낮은 관목이 자라는 평지를 걷는다.
엄마와 딸 길이라고?
고여 있는 물도 맑다.
아마도 리오 블랑코(하얀 강)에 놓여 있는 나무 다리.
한 사람씩만 건너야 한다.
리오 블랑코 캠프장의 나무로 만든 집. 비슷하게 만든 화장실 건물도 있다.
여기 도착한 시간이 12시 50분. 남들은 2시간 20분 걸린 길을 3시간 50분 걸려서 왔다. 너무 즐기면서 왔나?
여기서부터 가파른 언덕길이 한 시간 정도 이어진다는데 빨리 갔다 내려와야지 까딱하면 버스 놓치겠다.
걷기 힘든 돌길이 시작된다.
경사가 급해진다. 길이 아닌 곳으로 가면 위험하다는 표지판이 있었는데 어디가 길인지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올라간다. 여기까지 와서 피츠로이를 가까이 못 보고 간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점점 뒤로 처지기 시작하는 대디, 폐가 안 좋으시기에 이런 언덕길을 꽤 힘드실 것이다.
올라갈수록 바람이 세진다. 주변에 바람을 막아줄 것이 하나도 없다. 진짜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숨은 턱까지 차오른다. 평지로 이어지다가 갑자기 가파른 경사라니 웬지 속은 것 같은 기분.
에고에고, 죽겠다. 밑에서만 봐도 멋있구만 왜 꼭 꼭대기에 올라야 하는지, 포기하지 못하는 성격이 문제.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몇 분이나 남았냐고 물어보니 45분 남았다는 사람도 있고 20분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이 언덕만 넘으면 피츠로이?
아니다, 하나 더 넘어야 한다.
그리고 눈 앞에 나타난 피츠로이와 얼어붙은 로스토레스호.
아빠, 괜찮으세요? 소리를 지르니 괜찮다고 손을 흔드시는 대디.
호수까지 가보고 싶지만 10분은 족히 걸릴 것 같다. 여기서 보이는 피츠로이 모습에 만족하자.
나무 지팡이를 주워서 끝까지 올라오신 대디, 진짜 바람에 날아갈 것 같은 모습.
남들 한 시간 걸린다는 길을 50분만에 올라왔다. 내려가며 아까 못 보고 올라온 경치를 구경한다.
낮은 구릉, 강,
시간과 자연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낸 대지의 모습, 뒤를 돌아보면 우뚝 솟은 피츠로이봉, 이것도 수만년의 세월이 흐른 뒤 낮은 땅으로 변할 것이다.
올라가서 본 모습보다 여기서 본 게 더 멋있다.
피츠로이에는 칼바람이 불더니 내려올수록 유순해지는 자연을 만나게 된다.
피츠로이 전망대.
우리는 오른쪽 아래 평평해 보이는 곳까지 올라갔던 것.
피츠로이봉은 3441m로 전세계에서 클라이머들이 모여든다고. 암벽등반을 한다면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을 것 같다.
오후 네 시,시간에 댈 수 있으리라는 게 확실해졌을 때 잠깐 쉬며 카스테라, 바나나 등으로 점심을 먹었다.
아무래도 여행을 너무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다. 다시 눈 앞에 나타난 엘 찰텐, 이제 좀 천천히 걸어도 되겠다.
갈 때 다섯 시간 걸린 길을 세 시간만에 돌아와서 다섯 시에 마을에 도착.
좀 여유있게 갔다왔으면 좋았겠지만-아침에 더 일찍 일어났어야 했다-다양한 산길, 마지막의 피츠로이봉 모습까지 트래킹 최고의 코스였던 것 같다. 엘 찰텐 마을에도 민들레가 가득 피었다.
버스를 타고 칼라페테에 돌아오니 아홉시.
오늘 힘든데다 점심을 부실하게 먹었으니 저녁은 잘 먹어야 해서 중국 부페에 갔다.
저녁 먹고 호스텔에 들어와 바로 쓰러졌다.
다리도 아프고 온 몸이 땅으로 꺼지는 느낌, 아, 멋진 풍경을 보려면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눈에 띄는 아무데나 들어갔는데,
바로 여기, 방, 부엌, 목욕탕이 있는 독립된 산장 스타일의 숙소. 170페소(5만원)의 거금이었지만 그냥 하루 묵기로 했다.
'Cabanas Austral' 남쪽 오두막이란 뜻.
부엌 시설이 아까워 어젯밤에도 라면 끓여 먹고 오늘 아침에도 밥을 해서 라면과 같이 먹었다.
그러느라고 9시에나 나서게 되었다.
피츠로이 등반은 8시간 걸리고 칼라파테로 돌아가는 버스는 6시니 시간이 빠듯하겠다.
마을을 벗어나니 바로 등산로 입구가 나타난다.
'피츠로이 가는 길' '빙하 국립 공원'의 일부이다. 국립공원인데 입장료도 안 받는게 신기하다.
나무로 만든 안내판. 담배 피우지 말고, 험한 날씨에 주의하고, 애완동물은 안 되는 등등 주의 사항이 씌여 있다.
용변을 볼 때는 물에서 100m 떨어진 곳에서 해결할 것, 이 지역의 개울물은 모두 먹을 수 있다니 조심하는 게 당연.
국립공원 입구인데 간이 화장실 하나 없다. 자연의 부름을 자연에서 해결하는 게 당연한 곳이다.
우리는 피츠로이 바로 아래 있는 로스트레스호까지 갔다올 예정. 꼬박 네 시간이 걸린다고 안내되어 있다.
우선 작은 구릉을 하나 넘어가야 한다.
엘 찰텐이 한눈에 들어온다. 피츠로이 등반의 거점마을, 여름에는 인구가 1800명인데 겨울에는 500명 정도로 줄어든다고.
강변에 캠핑장도 있다. 지붕 아래서 자도 추운 날씨인데 저기서 자면 얼마나 추울까?
거대한 바위 덩어리를 돌아가니,
회색빛의 구불구불한 강이 내려다보인다. 이 강 끝에는 뭐가 있을까? 더 높은 산, 더 황량한 벌판?
걷기 좋은 등산로가 이어진다.
온통 민들레다. 파타고니아에도 봄이 와 있는 것.
나는 쭉쭉 앞서 나가고,
꽃, 나무 찍기를 좋아하시는 대디는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걸어오신다.
오래전 수명을 다한 나무.
갈림길이 나온다. 'Usted eata aqui' 너는 여기 있다.
가이드북도 보며 연구 좀 하고, 갈 때는 카프리 호 옆으로 가고 올 때 전망대를 통해 오기로.
이제 숲길이다.
여기도 캠핑장. 텐트 종류가 같으니 빌려주는 것. 무겁게 짊어지고 올라오지 않아도 된다면 한 번 해볼만 하겠는걸.
눈 앞에 나타나는 호수.
멀리 모습을 나타낸 피츠로이봉.
호수를 뒤로 하고 다시 걷는다.
사람은 왼쪽, 말은 오른쪽. 말이 다니기도 한단 말이지? 오며 가며 한 마리도 못 보긴 했지만.
멀리 빙하. 빙하를 만난 건 킬리만자로 꼭대기 이후 두 번째다.
곧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바위. 다음번에 올 때쯤에는 없어져 있지 않을까?
낮은 관목이 자라는 평지를 걷는다.
엄마와 딸 길이라고?
고여 있는 물도 맑다.
아마도 리오 블랑코(하얀 강)에 놓여 있는 나무 다리.
한 사람씩만 건너야 한다.
리오 블랑코 캠프장의 나무로 만든 집. 비슷하게 만든 화장실 건물도 있다.
여기 도착한 시간이 12시 50분. 남들은 2시간 20분 걸린 길을 3시간 50분 걸려서 왔다. 너무 즐기면서 왔나?
여기서부터 가파른 언덕길이 한 시간 정도 이어진다는데 빨리 갔다 내려와야지 까딱하면 버스 놓치겠다.
걷기 힘든 돌길이 시작된다.
경사가 급해진다. 길이 아닌 곳으로 가면 위험하다는 표지판이 있었는데 어디가 길인지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올라간다. 여기까지 와서 피츠로이를 가까이 못 보고 간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점점 뒤로 처지기 시작하는 대디, 폐가 안 좋으시기에 이런 언덕길을 꽤 힘드실 것이다.
올라갈수록 바람이 세진다. 주변에 바람을 막아줄 것이 하나도 없다. 진짜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숨은 턱까지 차오른다. 평지로 이어지다가 갑자기 가파른 경사라니 웬지 속은 것 같은 기분.
에고에고, 죽겠다. 밑에서만 봐도 멋있구만 왜 꼭 꼭대기에 올라야 하는지, 포기하지 못하는 성격이 문제.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몇 분이나 남았냐고 물어보니 45분 남았다는 사람도 있고 20분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이 언덕만 넘으면 피츠로이?
아니다, 하나 더 넘어야 한다.
그리고 눈 앞에 나타난 피츠로이와 얼어붙은 로스토레스호.
아빠, 괜찮으세요? 소리를 지르니 괜찮다고 손을 흔드시는 대디.
호수까지 가보고 싶지만 10분은 족히 걸릴 것 같다. 여기서 보이는 피츠로이 모습에 만족하자.
나무 지팡이를 주워서 끝까지 올라오신 대디, 진짜 바람에 날아갈 것 같은 모습.
남들 한 시간 걸린다는 길을 50분만에 올라왔다. 내려가며 아까 못 보고 올라온 경치를 구경한다.
낮은 구릉, 강,
시간과 자연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낸 대지의 모습, 뒤를 돌아보면 우뚝 솟은 피츠로이봉, 이것도 수만년의 세월이 흐른 뒤 낮은 땅으로 변할 것이다.
올라가서 본 모습보다 여기서 본 게 더 멋있다.
피츠로이에는 칼바람이 불더니 내려올수록 유순해지는 자연을 만나게 된다.
피츠로이 전망대.
우리는 오른쪽 아래 평평해 보이는 곳까지 올라갔던 것.
피츠로이봉은 3441m로 전세계에서 클라이머들이 모여든다고. 암벽등반을 한다면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을 것 같다.
오후 네 시,시간에 댈 수 있으리라는 게 확실해졌을 때 잠깐 쉬며 카스테라, 바나나 등으로 점심을 먹었다.
아무래도 여행을 너무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다. 다시 눈 앞에 나타난 엘 찰텐, 이제 좀 천천히 걸어도 되겠다.
갈 때 다섯 시간 걸린 길을 세 시간만에 돌아와서 다섯 시에 마을에 도착.
좀 여유있게 갔다왔으면 좋았겠지만-아침에 더 일찍 일어났어야 했다-다양한 산길, 마지막의 피츠로이봉 모습까지 트래킹 최고의 코스였던 것 같다. 엘 찰텐 마을에도 민들레가 가득 피었다.
버스를 타고 칼라페테에 돌아오니 아홉시.
오늘 힘든데다 점심을 부실하게 먹었으니 저녁은 잘 먹어야 해서 중국 부페에 갔다.
저녁 먹고 호스텔에 들어와 바로 쓰러졌다.
다리도 아프고 온 몸이 땅으로 꺼지는 느낌, 아, 멋진 풍경을 보려면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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