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26. 22:39

D+28 070412 thu 빅토리아 폭포, 짐바브웨

트럭투어의 마지막 날이다.

이 풍경도 오늘이 마지막,

이렇게 아침마다 텐트를 걷는 일도 마지막, 샤워하고 난 후 텐트를 접고 정리하다 보면 다시 온 몸이 먼지로 덮히곤 했었다.
지금은 텐트에서 자는 일이 지긋지긋하지만 언젠가 이런 날들이 몹시 그리워지겠지...

보츠와나 짐바브웨 국경에 9시 반쯤 도착했다.
30불을 내니 바로 여권에 도장찍어준다. 통행세 같은 거군.

짐바브웨는 무가베 통치 후 독재 정치와 살인적인 인플레로 유명하다. 표지판부터 웬지 허름하다.
짐바브웨 출신 심바와 한장. 드디어 트럭 투어의 종착지 짐바브웨에 도착했다.

코끼리는 국경이 없겠지, 여기서도 길을 건너는 코끼리 발견.
마지막 도시, 빅토리아 폴스에 도착했다. 빅토리아 폭포를 보러 갔다.
저 멀리서부터 하늘 높이 물보라가 날리는 것을 보았다. 얼마나 대단한 걸까?

역시 웬지 허름한 표석.

가까이 갈수록 귀를 찌르는 물소리, 물보라.

지금이 우기라서 수량이 많단다.

오, 대단한 걸.

멋지다. 그냥 폭포를 보는 것이 아니라, 소리, 물보라로 온몸으로 폭포를 느끼고 있다.

폭포 줄기를 따라 걸어다닐 수가 있는데,

결국은 이렇게 쫄딱 젖어버린다.
이거 원 이슬비 수준이 아니라 햇볕은 쨍쩅한데 여름 장마 폭우처럼 물보라가 튄다.
입구에서 비옷 사라고 난리인데 오히려 옷을 벗고 다니는게 나을것 같다.

짐바브웨-잠비아 국경을 잇는 다리, 무지개가 걸려있다.
저 위에서 번지점프를 할 수 있다. 오,노~
내일 저 다리를 건너 잠비아로 갈 것이다.

역시 벗고 도착한 도미닉과 친구들.

이건 멀리서,

이건 폭포 위에서.
물보라가 너무 많이 튀어서 폭포를 자세히 볼 수 없어서 조금 아쉬웠고 수량이 많아 물이 느려 래프팅을 할 수 없다는것도 역시 아쉬움.
우리가 폭포를 둘러볼 동안 가이드 니키는 환전을 하러 갔다왔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심해서 은행에서는 1달러가 200짐달러인데 블랙 마켓에서는 12000짐달러란다.
결국 블랙마켓에서 해야 하나 속임수가 난무하고 경찰에 잡혀가는 경우도 있다고, 믿을 만한 지역사람을 통해서 해야한다.
우리에게는 심바가 있다. 아마 그래서 운전사로 짐바브웨인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몇장의 달러를 가져가서 이렇게 많은 돈을 가져왔다고 자랑하는 니키, 저 털북숭이 팔은 누구?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돈도 1달러에 1000원 정도이니 나한테는 별로 신기한 일도 아니다.

오늘의 숙소, 사바나 롯지.

네 명 자는 돔인줄 알았는데 하이드룬과 트윈 룸을 쓰게 되었다. 저 깨끗한 침대, 얼마만인지...!

서양애들이 노는데는 다 저렇게 풀이 있다. 물에 있는 시간을 별로 없고 풀체어에서 일광욕 하는 시간이 거의 대부분이다.
왜 그렇게 해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네. 나보고 왜 썬탠하는 걸 싫어하냐고 묻더라. 화상 입고 색소침착 생기쟎아, 덥기도 하고.
빅폴(도시이름이기도 함)을 좀 둘러보기로 했다.
니키는 정말 조심하라고, 절대 혼자 다니지 말라고 한다.
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엉성한 장식품 같은 걸 들고 팔려고 애쓴다.
웬지 우중충한 분위기, 가게에는 물건이 별로 없고 까페 하나도 없고 인터넷은 너무 느리다.
200란드를 240000짐달러로 바꾸었는데 (한화 26000원 정도) 살 것이 없다. 엽서 질도 안 좋은데 2불이나 한다.
헌책방에서 'Pagan's song'이라는 책을 55000에 사고 바르는 모기 퇴치제를 샀다.

공립도서관 발견.

오래되고 낡은 책들, 낮에도 컴컴한 내부인데 전등도 안 켜져있다. 그래도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언젠가 이 나라를 더 좋은 나라로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 낯익은 심장 그림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저 그림이 내 생활의 전부였는데 이제 아주 오래 전 일처럼 느껴진다.
나는 결국 돌아가기 위해 떠나온 것일테니, 어디로 돌아가야 할 것인가?

닥터 초이가 말했던 그림을 여기서 발견하다.
서쪽에 싱글 남자가 많고 동쪽에는 싱글 여자가 많으니 내가 서쪽으로 세계를 한 바퀴 돌고자 계획한 건 너무 좋은 선택이라고 했었지.
음, 어떻게 결론이 날 지 두고 보자.
롯지 오피스에서 잠비아 리빙스턴의 졸리 보이즈 백패커스에 전화했다.
전화비만 2불이고 자기네가 전화해 주는 건 6불이란다. 영어에 자신이 없어서 6불을 지불했다.
이 나라 물가에 비하면 한 없이 비싼 것.
배낭여행객들 사이에 유명한 숙소,졸리에 예약하면 국경픽업, 비자, 2일간 도미토리 숙박, 한 끼의 저녁식사, 한 병의 맥주가 25불이다..
어떻게 그런 가격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원래 국경 비자만 25불인데,뭔가 국경관리와 검은돈이 오가는 거겠지.
어쨌든 예약을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 여기 롯지에서 국경까지 가는 택시도 심바에게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5불이란다.
마지막 저녁 식사을 하러 레스토랑에 갔다.

메뉴를 보고 있음. 또 모두 차려입고 왔다. 골초들...

빅토리아 폭포를 만드는 강이 잠베지 강이다. 강이름을 따라 만든 짐바브웨 맥주.
식사를 마치고 바에 가서 '쫑파티'를 했다. 뭐 별 거 없네.
서양애들의 밤문화라는게 서서 이사람 저사람과 얘기하다가 음악 나오면 그 자리에서 춤도 추고 그런거다.

투어 중 가장 좋은 친구였던 요른. 요른과 마일린도 잠비아를 거쳐 탄자니아까지 올라간단다. 같이 가줘~ 혼자 가기 무섭단 말이야.^^;:
저녁 식사를 하며 요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었다. 무척 과학적인 글자라고 자랑도 했다.
요른도 5주동안 중국에 있으면서 한자를 이해한 것보다 한글을 더 많이 이해했다고 했다.
20분 안에 받침 없는 글자는 읽을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귀여운 도미닉, 여행 중 돈도 잃어버리고 카메라도 고장나고 여러 안 좋은 일을 겪었다. 그래도 끝까지 유머감각을 잃지 않았던 친구.
모든 일에 솔선수범했던 이언, 난 니가 이번 여행의 베스트 멤버라고 생각해 라고 말해주었다.
오버랜드 트럭투어, 힘든 일도 있었지만 재미있었고 멋진 경험이었고 앞으로 여행을 계속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될 것 같다.
내일부터는 혼자구나. 다시 모든일을 혼자 결정해야 한다.
나, 잘해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