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1. 21:50

D+82 070605 tue 그라나다 둘러보기

5일간 집에서 쉬다보니 좀이 쑤신다.
얼마 있으면 중동 지방 여행도 시작해야 하니 연습삼아 스페인 남쪽 그라나다, 세빌랴에 가보기로 했다.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은 예약해야 한다는데 인터넷으로도 실패, 표를 판다는 은행에서도 실패했다.
그냥 가보자. 나 같은 사람이 한 두 명도 아니고 무슨 수가 있겠지, 개구멍이 있거나...
10시 반에 출발하는 그라나다 행 버스를 탔다.
중간에 휴게소에 한 번 서고,
이런 풍경을 계속 달린다. 건조한 이베리아 반도를 달리고 있다. 줄맞춰 심어진 건 포도나무일까?
세 시 반에 그라나다 도착. 터미널에 내리니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겠다.
보통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오는데 가이드북도 없고 오빠가 가르쳐준대로 움직이니까 도통 알 수가 없다.영어도 안 통하고.
호스텔 예약은 했는데 주소만 달랑 적어가지고 왔다. 터미널 인포에서 지도 한 장을 얻어보니 시내가 멀고 버스타고 가야한단다.
마드리드는 20도 정도, 봄날씨였는데 여기는 덥다. 제일 더울 오후 시간이긴 한데 벌써 35도.
숙소 찾아 헤매기 시작.
숙소가 밀집해 있는 골목, 노천 까페 테이블이 늘어서 있고, 햇볕이 강해서 길을 덮는 이런 차양이 쳐져 있다.
어렵지 않게 예약해 둔 숙소를 찾았다. Hostal Penelope, Calle navas n14, ,나바스 거리 14호, 화장실 딸린 싱글룸 28유로.
작은 방이지만 깨끗하고 있을 거 다 있고 좋다. 3박 4일 예정하고 왔으니 가방도 작은 배낭 한 개 뿐. 몸이 많이 가볍다.
슬슬 나가보자.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전구로 만든 장식이 여기 저기 걸려있다. 밤이 되면 저기 불이 들어오겠지?
스페인 도시 어디나 볼 수 있는 광장,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레스토랑, 까페들.
이 놀이기구는 마드리드에 있더니만 언제 이리 온 거야?
한낮이라 굳게 문이 닫힌 발코니. 15년전 여름, 처음 스페인에 왔을 때가 기억난다,무척 덥고, 해가 길어서 10시가 넘도록 놀 수 밖에 없었던 그 때.
이 차양은 정말 좋은 생각이다. 이것마저 없었으면 한낮에 거리를 돌아다니는 건 꿈도 못 꾸었을 것 같다.
분수도 빠질 수 없다.
발길 닿는대로 걷는다.
돌이 깔려 있는 길.
오래된 도시 풍경.
저 위가 알함브라 궁전, 내일 새벽에 일어나 줄 서야 한다.
태양은 끝없이 내리쬔다.
알바이신 지구로 올라갔다. 아랍인들이 모여 살았다는 언덕배기 동네. 걸어올라기는데 좀 헉헉댔다.
물과 지도만 있으면 못 갈 데가 없다.
알함브라 궁전과 시가지가 내려다 보인다.
이건 성당?
저기 보이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 이렇게 더운데 산꼭대기에는 눈이 쌓여있다.
배도 고프고 슬슬 내려가보자.
여기저기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다.
운치 있는 좁은 골목길.
시내로 내려왔다. 저녁때 되니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아까는 시에스타 시간이었나 보다.
긴 옷을 입은 아랍 사람들이 보인다. 예전에는 이 땅을 지배했던 사람들인데 지금은?
배고프군.숙소 앞의 레스토랑에 갔다.
내가 시킨 것은 Ambassador 셋트 메뉴.
그리고 안달루시아의 전통 음식, 가스파쵸.
가스파초가 먼저 나온다.
차가운 수프, 딱 오이냉국 맛이다. 음, 시원하고 맛있군.
이건? 삼겹살이 세 쪽 구워져 나왔다. 삼겹살의 살만 발라놓은 듯한 고기, 퍽퍽했다.
광장에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해가 져 가면서 장식에 불이 켜진다. 거리엔 관광객들이 가득하다.
아, 아름답다.
안달루시아의 여름은 이런 분위기구나. 낮은 고요하고 저녁에 살아나는 도시.
혼자여서 저기 앉기는 좀 그래서 서서 노래를 한참 들었다. 스페인의 정열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이었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알함브라 궁전 줄 서야 하는데 자명종 시계를 안 갖고 왔다. 일찍 일어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