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9. 23:34

D+98 0706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 마사마투르

일어나서도 떠날까 말까 망설였는데 결국 짐을 싸서 나왔다.
10시 버스 타고 출발, 45번 맨 뒷자리에 앉아 사막을 달린다.
아프리카 대륙의 북쪽 끝, 지중해를 오른쪽에 두고 서쪽으로 달린다.
사막에 갑자기 나타나는 건물, 리조트라는데 누가 이런데까지 올까 싶다.
12시가 되자 점심을 준다. 초콜렛이 들어있는 크로와쌍을 주고 차장이 뜨거운 물에 차를 준다.
마른 땅, 흙바람이 분다.
마투르, 67km 남았다.

세 시간 반 달려서 마투르에 도착.
터미날에 도착하니 택시 기사들이 '시와''시와'를 외치며 몰려든다.
이 도시는 시와 가는 중간 기착지로 알려져 있을 뿐이어서 론니 중동 편에도 안 나온다. 그런데 나는 이 도시를 보러 왔다.
모레 카이로로 돌아가는 표 미리 사려는데 역시 매표소에 줄이 없다.
레이디 퍼스트라고 여자 남자 다른 줄에 서라는데 창구는 하나, 결국 얼굴을 미리 들이미는 사람에게 표를 판다.
결국 말 못하고 쭈뼛대는 내가 제일 늦게 표를 사게 되었다.
이게 뭐 레이디 퍼스트에요! 혼자 투덜댔다.
이 줄서기 문화는 정말 맘에 안 든다. 줄서라고 줄까지 쳐놓았는데도 아무도 줄을 안 선다.

괜히 왔나 싶은 마음으로 택시를 타고 satprem님이 추천한 림 호텔에 가자고 했다.
거리는 정말 깨끗, 내가 탄 택시는 액센트.
길에 다니는 모든 택시는 액센트, 누가 영업사원인지 참 장사 잘하고 있다.

림 호텔에 도착했다.
바다가 보이고 욕실이 딸린 방 80P. 60P 면 안 되겠냐고 흥정을 시도하긴 했지만 알렉산드리아의 60P방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다.
발코니를 열고 나가면,
눈 앞에 펼쳐지는 푸른 바다. 와,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는 정말 처음이다.
오길 잘 했다. 정말 잘 했다. 이 도시는 저 바다 빛깔만으로도 올만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맥도날드. 정말 그렇군.
저런 바다를 바라보며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단 말이지?
대충 씻고 맥도날드로 직행한다.
다국적 패스트푸드점에 가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이 있지만 이런 맥도날드라면 가봐야 한다.
햇살 아래 파라솔 그늘은 시원하고,
직원들은 영어를 하나도 못하지만 미소와 친절은 최고다.
오늘 점심은 커피와 치킨 버거, 부가세까지 따로 붙어 20P라는 엄청난 가격이었지만 이 풍경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기분 좋아져서 셀카 한 장.
알렉산드리아의 바다는 오염된 뿌연 바다였는데 여긴 정말 깨끗하다. 똑같은 지중해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배도 부르니 동네를 좀 돌아봐야겠다. 자꾸 뒤돌아보게 하는 맥도날드.
해변으로 향한다.
모래도 정말 햐앟고...
외국인은 한 명도 안 보인다. 동네 사람들이 나와서 노는 분위기.
파라솔 관리하는 동네 청년들. 굳이 앉아서 차 한 잔 마시고 가란다.
땡볕인데도 뜨거운 차. 아이스티 같은 거 잘 팔릴 것 같은데...
차 잘 마셨다고 인사하고 바다를 뒤로 하고 시내로 향했다.
정말 깨끗한 거리, 이집트도 이럴 수 있다. 충분히 이럴 수 있다.
이런 분위기는 어떻게 형성되는 걸까? 정부가 노력하면 될 것 같다. 이집트인의 국민성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카이로나 알렉산드리아는 왜 그렇게 못할까?
거리의 재밌는 타일 벽화.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도 한 명도 없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신기한듯이 나를 쳐다 본다.
시장이 있고 빵집과 쥬스가게가 있는 거리다. 해산물 레스토랑이 많다는데 어디있는지 잘 모르겠다.
과일을 좀 사가지고 돌아왔다.
4.5P 어치. 우리 돈 800원정도.
이 호텔이 있는 거리는 패스트푸드점과 레스토랑이 있는 나름 이 도시의 번화가다.
지나가는 택시는 정말 다 액센트.
점점 해가 져 간다. 낮에는 텅비었던 거리에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
엄마와 딸이겠지?
첫번째, 두번째 부인일까?
팔짱을 끼고 다니는 남자들도 자주 보인다. 팔짱을 끼고 다니는 남,녀 커플은 못 보았는데...
남자친구까리 만날 때 볼키스로 인사도 한다.
유원지 분위기, 꼬마 기차도 지나간다.
이렇게 아무 일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 지는 해와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저녁 먹으러 다시 나갔다. 시장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satprem님 정보에 이 동네 미트파이도 많이 판다던데...찾아냈다.
불고기 넣은 파이, 샐러드랑 짠지까지 나오는데 단돈 5P. 맛도 있다.
감동, 이런 것에 여행자는 감동, 이제 이집션을 믿기로 했다. 맨날 사기만 치려고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경우도 많은 것이다. 다섯 개에 1P인 뜨겁고 바삭한 아에쉬를 사서 하나 먹으면서 돌아온다. 좋구나, 이런 저녁.
호텔 앞 공연장에서는 전통 무용 공연을 하고 있었다. 저게 수피 댄스인가?
오늘이 목요일, 이슬람의 토요일(금요일이 휴일임)이니 그런 것 같다.
내려가서 구경하고도 싶었지만 웬지 남의 잔치에 끼여드는 것 같아서 그냥 발코니에서 구경했다.
영어 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관광객도 하나도 없으니 말할 사람도 없고 좀 외롭다.
하지만 외로움이 달콤할 때도 많으니 지금이 바로 그렇다.

마사 마투르, 오지 않았으면 몰랐겠지만 와보니 정말 좋은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곳을 추천해주신 satprem님꼐 정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