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12. 23:55

D+99 070622 아기바 비치, 마사마트루

아침밥을 따로 계산해야 하기에 어제 사온 아에시와 과일로 아침을 먹고 오늘도 맥도날드에 가서 커피 한잔.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은 바다.
발코니에 앉아 있는 게 너무 좋아서 호텔 나서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아름답다는 아기바 비치는 보고 가야지.
미니 버스 타러 간다.

이집트를 방문한 사람은 알 것이다. 이렇게 깨끗한 거리가 얼마나 신기한지...
25Km 떨어져 있다는 아기바 비치, 미니버스 타고 사막을 달린다.
중간 중간 마을에 설 때마다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옆동네로 마실 가는 걸까?
푸른 바다가 눈 앞에 펼쳐진다. 30분쯤 걸려서 아기바 비치에 도착.
넓은 주차장에 차가 좀 있고 수세식 공중화장실도 있다.
이런 사막에 어디서 물이 나올까? 하긴 나미비아 솔리테어에서도 아낌없이 물을 사용했는데 어떤 사막인든 물을 품고 있겠지.
이런 풍경을 뒤로 하고 발을 옮기니,
비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 크지는 않은데,
바다 색깔은 정말 아름답다.
계단을 내려간다.
이슬람 문화에서 남자들은 옷을 벗고 물에 들어가도 여자들은 옷 다 입은채로 해변에 앉아만 있기에 나도 차마 물에 들어갈 수는 없고 발이라도 담궈야겠다.
휴일이라 놀러온 가족들이 많다. 모두 다 남자와 아이들 뿐인데 저기 붙어있는 커플은 누구지?
아, 말로만 들었던 이집트 남자와 서양 여자의 조합이다.
샴엘세이크 같은 리조트에서는 서양 여자들이 혼자 와서 이집트 남자를 애인 삼아 즐기고 가는 일이 흔하단다.
결국 서로가 원하는 걸 얻는 것이니 남이 뭐라 할 문제는 아니지만 이런 곳에서 저 비키니라니...!
정말 부적절한(inappropriate) 한 행동이 아닌가 싶다.
물이 깊은 곳은 어두운 물빛, 얕은 곳은 아름다운 옥빛 물빛이다.
빈 파라솔 하나 없다. 이 곳 사람들도 즐길 건 즐기고 살아가고 있구나.
지나가며 서양 여자의 허니 허니 하는 들뜬 목소리를 들었다.
저 여자는 자기 나라에서 늙고 뚱뚱하고 아무도 사랑해주는 사람 없는 여자였겠지.
그런 여자가 열심히 일해 모은 돈으로 휴가를 와 짧은 시간이나마 자기를 사랑해 주는(척이건 간에) 남자를 만난다.
나중에 환멸에 빠지더라도 그 순간은 행복했었고 자기도 사랑받았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 비키니는 너무 했다 하더라도.  
더워서 물에 들어가고 싶다. 어젯밤에 보니 여자들이 그 긴 옷을 다 입은 채로 헤엄을 치던데 나도 그럴까?
그저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 한 번 찍고,
발을 담그는 것으로 만족.
어렴풋한 과학시간의 기억, 퇴적암,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의 흔적.
사람도 역시 흔적을 남긴다. 어디나 있는 모하메드.
덥고 그늘이 없어 오래 있기는 힘들다.
마지막으로 바다 한 번 돌아보고 돌아가는 미니버스를 탔다.
올 때는 1.5P였는데 갈 때는 2P라고 해서 운전수에게 항의했다. 작은 돈이지만 웬지 속는 듯한 느낌은 언제나 기분이 나쁘다.

웬지 피곤하여 호텔에 돌아와 낮잠을 잤다. 일어나니 9시, 오늘은 해지는 바다를 못 봤구나, 마지막 밤인데 아쉽다.
저녁 먹으러 나가니 어제 같은 북적북적한 분위기.
해산물이 싸다는데 파는 곳을 찾을 수가 없다. 뭐든지 먹어야 하는데,
사람 많아 보여서 들어간 동네 음식점. 케밥을 시켰더니,
우선 빵이 한 무더기 나오고 각종 반찬,
국물과 밥이 나오고,
엄청난 케밥이 나왔다.
나는 노력했다. 거의 다~먹어버렸다. 한 4인분 양을 준 것 같았다.
20P는 내 생각보다는 비쌌지만(또 속는 듯한 기분) 잘 먹었기에 만족.

이집트에는 일하는 꼬마들이 많다.
길에서 휴지 같은 걸 파는 애들도 있고, 가게, 호텔, 식당 등에서도 일하는 남자애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여자는 집을 지키고 남자들이 경제 활동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일까?
실업자 어른들도 많다는데 애들을 쓰는 건 임금을 적게 줘도 되기 때문이 아닐까?
어린이 노동금지법 같은 건 없는지 궁금하다. 아이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는게 마음이 편치 않다.

시장을 가로질러 돌아오며 발견한 도넛집.
열심히 만드는 아저씨.
저녁을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도 달콤한 디저트 들어갈 배는 남아있다. 딱 우리나라 찹쌀 도넛 맛.
먹고 산책하고 돌아오니 11시. 나도 이집트 생활 리듬에 점점 맞춰지고 있다.
저녁은 9시 넘어서 먹고 새벽까지 놀다가(그냥 바닷바람 맞으며 왔다갔다 하는 일) 늦게 일어나는 생활.
여기 며칠 더 있고 싶지만 관광객 너무 없고 동양인은 아예 없어서 그들이 나를 구경하기에 조금은 불편하기도 하다.
내일 카이로-아스완 기차를 예매해 놨기에 어차피 가야 하고.
진짜 이집트의 모습을 본 도시, 피라밋과 고대 유적 말고 이집트인의 생활이 뭔지 알게 해 준 도시, 마사 마트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