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25. 23:41

일요일 오후 동네 산책

날씨가 조금씩 선선해지고 있다. 2주 전에만 해도 에어콘 없이 잠을 이룰 수 없었는데 요새는 에어콘 없이 창문을 닫고 지낼 정도이다. 그래도 낮에는 한여름의 태양이 여전히 내리쬔다.

일요일 하루 종일 TV를 벗삼아 지내다(YTN월드, KBS월드, 아리랑TV, 태국유선방송-FOX, HBO) 지내다 오후 네 시 정도 되어 동네나 한 바퀴 돌까 하고 나왔다.

비엔티안 국제학교, 평일 아침 8시에는 애들을 데려다주는 자동차로 무척 붐빈다.

출근할 때 지나가는 길, 평일과 다르게 차 한 대, 오토바이도 안 지나가는 한가한 분위기.

지금은 아파트에 살지만 주택에 살아보고 싶은 생각도 살짝 드는데 안전과 관리가 문제.

보도가 좁고 나무가 드리워져 있어 걷기 그리 좋은 길은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고샘이 일 년 동안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자전거를 줬다. 이제 뚝뚝 요금을 흥정하거나 택시를 부를 필요가 없어져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어디 가든지 자전거를 타고 간다. 안전을 위해 거금 4만원을 주고 헬멧도 장만했다.

산책의 목적지는 조마 까페. 시내에 있는 조마 까페가 워낙 유명한데 거기보다 동팔란에 있는 이 곳이 더 크고 분위기도 더 좋다. 관광객은 많이 안 오는 곳이고 비엔티안 사는 외국인이나 젋은 라오스인들이 주로 찾는 것 같다.

카푸치노 한 잔 시키고 비엔티안 타임즈를 읽고 있으니 나는야 비엔티안의 차도녀. 원래는 헬멧 벗을 때 긴 머리 탁 풀려나오는 걸 해보고 싶은데 머리가 짧아서 아직은 안 되겠다. 아니 그건 모터바이크 헬멧이었나?

차가운 물을 가져다 주고 다 먹으면 끊임 없이 채워주는 친절한 서비스가 좋다.

카푸치노를 다 마시고 일주일간 먹을 반찬을  공수하러 '엄마네 반찬'에 갔다. 아직 몇 가지 안 먹어 봤지만 김치도 맛있고 반찬도 깔끔하다. 그런데 반찬 가게가 하나 더 있으면 좀 더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가 와서 하나 안 내나?

또 그냥 가지 못해 들르는 K마트, 한국마트인데 과자 두 봉지 집고 왠지 모르게 아쉬워하며 가게를 나섰다.

비엔티안에 뚜레쥬르 빵집도 있다. 간판 공사를 하는 걸 봤는데 어느새 문을 열었다. 빵 종류는 한국 뚜레쥬르보다 훨씬 적어서 약간 실망했으나 쏘세지 빵은 맛있었다. 진짜 한국에서 분점을 낸 걸까, 간판만 빌어온 걸까?

여행할 때는 그 나라 고유한 것을 맛보고 느끼려 노력했으나 막상 살게 되니 한국과 비슷한 것, 한국에서 온 것만 찾게 된다.

오늘 저녁도 마무리는 수영장에서. 

출퇴근할 때 자전거 타고 밤마다 수영을 하다보니 마라톤까지 해서 철인 3종 경기 선수가 되서 돌아갈까 하는 헛된 생각이 잠깐 머리를 스친다. 원래는 요리사가 되어 돌아가려고 하였으나 그건 안 될 것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