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13. 21:51

D+100 070623 마투르-카이로-아스완, 여행 100일째

이동해야 하는 날은 잠이 일찍 깬다. 교통수단 안에서 잘 수 있으니 그게 좋기는 하지만.
일어나자 마자 발코니에 나가 다시 바다를 본다.
청소차까지 다니는구나.
못내 아쉽다. 당분간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13000원의 돈으로 최고의 전망의 호텔에 머물렀다 간다.
 
카이로로 돌아가는  웨스턴 델타 버스는 조금 늦게 출발했다.
내 옆 자리에 진짜 뚱뚱한 무슬림 아저씨가 앉아 있다. 구석에 낑겨서 숨도 잘 못쉬겠다.
버스 탈 때마다 이런 일이 있을까 겁냈는데 진짜로 일어난 것은 처음.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잽싸게 뒷쪽 빈자리로 옮겨 앉았다. 5시간이 넘는 여행이었는데 그 아저씨 옆에서는 무척 피곤했을 것 같다.

카이로, 마투르에서 돌아오니 더 시끄럽고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차와 사람은 왜 이리 많고 이 매캐한 공기는 어쩌나?
기차역까지 택시를 탔는데 13P나 불러서 또 상처받았다.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그냥 타기는 했지만.
밤기차라 2.5P를 내고 카이로 역에 짐을 맡겼다. 돈을 내고도 웬지 불안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일주일만에 Tahrir에 왔는데 한 번 와봤다고 그래도 익숙하다.
지난번에 갔던 Felfela takeaway 에서 타미야(Ta'amiyya)를 점심으로 먹었다.
콩을 반죽해서 튀겨낸 펠라펠을 빵에 넣고 샐러드와 소스를 뿌려 먹는 것.

힘을 좀 내서 인터넷 까페에 가서 두 시간 동안 블로그를 업뎃하고 씨티은행 ATM  찾아가서 돈 찾고 다시 배고파져서 피자 한 개 또 먹고 역으로 갔다.
아랍어, 배운다고 배울 수 있을까? 무척 어려운 언어라는 얘기는 들은 적이 있다.
아직 인삿말(쌀람~왈리쿰)도 입에서 뱅뱅 맴도는 수준이니. 최소한 숫자는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스완까지는 13시간 걸린단다. 일등석을 예약했는데 기차 겉보기와는 다르게 실내는 좋아보인다.
컴파트먼트보다 나은 것 같다.

오늘이 여행 100일째, 날짜를 혼동해서 기차에서 보내게 되었다.
1/3이 갔고 2/3가 남았다. 벌써 끝낼 날이 아쉬워진다.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겠지만 내 적성이 딱 이 쪽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어쩌나.
떠도는 삶, 유랑하는 삶, 낯선 곳에서 맞이하는 아침의 설레임...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것 같다.
어쩄든 지금까지 나쁜 일을 겪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이렇게만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