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18. 22:22

D+129 070722 안탈랴-파묵칼레(Pamukkale) 이동, 동네 애들하고 놀다.

덥다. 어제보다 더 더운 것 같다.
돌무쉬 탔는데 오토갈까지 들어가지 않고 길 건너서 내려준다.
횡단보도도 없는 차가 쌩쌩 달리는 길을 건너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어떤 건 너무 현대적인데-장거리 버스, 터미널 등-이런 건 또 말도 안 된다.

파묵칼레로 가기 위해 데니즐리(Denizli)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는 고급, 나비 넥타이를 맨 아저씨 두명이 서빙한다. 요금도 세 시간 정도 거리에 20리라(만5천원정도)니 비싸다.
바닷가를 떠나 내륙으로 향하는 여정.
넓은 평원과 구릉이 펼쳐진다.
학교때 사회과부도 기억을 되살리면 터키가 위치한 앙카라 반도 색깔이 고동색으로 높은 지형이었던 것 같다.
지도에 선으로 나타나 있던 길을 실제로 달리고 있다는 생각은 언제나 가슴을 뛰게 만든다.
데니즐리 도착, 어느 동네나 빌라(?)가 대세.
내일 저녁 이스탄불로 가는 버스표를 사고 파묵칼레 가는 돌무쉬를 탔다.
지중해를 건너 그리스로 들아가고 싶은데 이스탄불은 봐야겠고, 그래서 이스탄불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기로 했다.
버스가 구석구석 잘 연결해 주니 다행.

파묵칼레에 내리니 어떤 아저씨가 방 15리라라고 가자고 한다. 그냥 돌아서니 다급하게 10을 부른다.
그럼 가볼까? 파묵칼레는 워낙 작은 동네, 오토바이 타고 동네 끝에 있는 숙소에 갔다.
왼쪽 두 번째 방문이 내 방. 에어콘 당연히 없고 팬도 없는 베이직한 방인데 싼 맛에 하루 묵기로 한다.
손님은 달랑 나 혼자. 난 왜 맨날 이런 곳에 묵게 되는거지?
론니에 나온 집은 서양애들 시끌벅적하고 한국책에 나온 집은 단기 여행자가 많고, 결국은 뭔가 인기없는 숙소에 나 혼자 있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아저씨가 오라고 해서 따라가니 살림집이다. 아저씨 엄마와 세 명의 딸, 손주들이 쉬고 있다.
방도 몇 개 없어보이는데 여기 다 사냐고 했더니 이 동네에 흩어져 사는데 놀러왔단다.
할머니가 저녁 안 먹겠냐고 꼬셔서 10리라에 먹기로 했다. 방이 너무 싸서 미안하기도 했고.

너무 덥다. 수영장이 있으니 한 번 뛰어들어볼까?
동네애들이 놀고 있는 수영장.
이름이 뭐냐고 해서 가르쳐줬더니 마구 불러댄다. 아니 어디 누나 이름을 마구 불러?
내 이름은 'Nuna'라고 다시 가르쳐줬다. '누나, 누나' 부른다. 그럼, 그래야지.
신났다.
동네 꼬마들 놀이터구나. 서양애들 벗고 누워있는 수영장 풍경보다는 훨씬 낫다.
그늘에 숨어 있는 건 동네 아줌마들. 그냥 옷입고 들어가 시원하게 쉬고 계신다.

해가 기울자 좀 시원해져서 동네 구경을 나갔다.
동생을 돌보고 있는 소녀. 어, 팔 사진 이상하네. 팔찌 낀 팔은 엄마팔.
저 곳이 파묵칼레에서 유명한 석회봉. 내일 아침 일찍 올라가야지.
인터넷 까페에만 애들이 바글바글한 조용한 동네다. <미노의 수상한 매력이 있는 나라 터키>라는 책을 보고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 웬지 쇠락해 가는 동네라는 느낌.

저녁식사, 10리라나 준 것에 비하면 조촐(?)하다.
코프테(Kofte)라 불리는 미트볼, 터키 전통 음식인데 양이 너무 적었다. 그냥 퍽퍽한 미트볼 맛.
사실 저녁식사라고 했을 때는 할머니 가족들 식사하는데 끼여들고 싶은 생각이었는데 역시 나는 손님.
그래도 수영장 가에서 혼자 즐기는 식사, 유명 레스토랑 부럽지 않았다.
중동 이후 여정 핀란드, 에스토니아, 러시아 숙소 예약하느라 열심히 공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