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22. 22:20

D+131 070724 이스탄불 산책

이스탄불 버스터미널은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 못지 않게 컸다. 더 복잡한 것 같기도.
시내까지는 메트로가 연결되어 있다. 오전 10시의 메트로는 붐볐다. 큰 배낭을 갖고 타기가 미안할 정도.
악사레이(Aksaray)역에서 트램으로 갈아탄다. 역은 꼭 사당역 같았다. 크기, 방향, 에스컬레이터까지.
지하철처럼 표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데 표가 토큰이다.
트램에서 보는 까페, 상점들의 풍경은 유럽이다. 여긴 보르포러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대륙에 속하니 그렇기도 하겠다.
 
술탄 아흐멧(Sultanahmet)역에 내리니 블루 모스크(Blue Mosque)와 아야 소피아(Aya Sofya)가 바로 보인다.
그 사이는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고 돌로 깔린 길, 활짝 피어난 꽃, 아침부터 까페에 자리잡은 관광객까지 분위기가 꽤 좋다.
하지만 나는 빨리 숙소를 잡아야 한다. 술탄 아흐멧 지구로 들어가니 호텔, 레스토랑이 즐비한데 모두 비싸보인다.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여기는 원래 그런지 삐끼도 한 명 없다. 이럴 때 참 난감.
별 소득 없이 거리 끝까지 걸어갔는데 누가 '언니'부른다.
시리아 하마에서 알레포 거쳐 터어키 카파도키아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윤-이 커플이다.
나는 벌써 동유럽 올라갔는 줄 알았더니...1년반의 여행에 지쳐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포기하고 내일 한국 간단다.
그동안 우연히 만날 때마다 반가웠는데 기대 안 하고 있다 만나니 더 반갑다.
한국인이 많이 묵는 호스텔 에 묵고 있단다.
모여앉아 아침을 먹고 있던 한국 친구들.
이들이 남긴 빵, 달걀 등으로 아침을 먹고 가방을 맡기고 숙소를 구하러 나섰다.
많이 돌아다녔는데 방이 없거나 최소 싱글룸 가격이 70이다. 음, 이건 좀 곤란한데...
마지막 순간에 들러본 문라이트 호텔에 방이 있다. 화장실 딸린 싱글이 55, 지루한(?) 협상 끝에 이틀에 105로 깎았다.
다시 배낭을 가지러 돌아왔다. 윤-이 커플과는 이따 밤에 맥주 한 잔 하기로 했다. 그들에게는 마지막 밤인 것이다.
한국 남학생 한 명은 학생 세계일주 항공권으로 8개월간 여행했고 열흘 후 돌아간단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나와 같은 여행사, 같은 직원과 상담을 했었다. 내일 한국 음식 먹으러 간다고 해서 같이 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둘이 가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까.
이제 가서 낮잠 좀 자줘야겠다. 밤샘 버스는 가만히 앉아서 잠만 자도 무척 피곤한 것이다.
어,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다합에서 만났던 한 언니와 후루가다에서 다합까지 같이 온 미연씨를 만났다.
난 둘을 따로따로 만났는데 어느 순간에 이 둘이 같이 여행하기도 했었단다.
중동 여행의 종착지는 이스탄불, 그동안 만났던 한국 사람들을 이 술탄 아흐멧 지구에서  다시 다 만나고 있다.

방이 어두워서 잠이 잘 왔다. 한잠 자고 다시 나가봤다.
이스탄불에 2박 3일만 있을거라 시간이 촉박하긴 한데 별로 보고 싶은 게 없다.
우선 블루 모스크.
1609년부터 1619년에 걸쳐 지어졌다. 미나렛이 6개라는데 어느 각도에서도 6개를 다 보기가 쉽지 않았다.
안이 파란 타일로 꾸며져 있어 블루 모스크.
아야 소피아.
6세기에 지어졌고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로 인정받았단다. 이슬람 정복 이후 모스크로 쓰였다. 지금은 박물관.
두 개 모양이 비슷해 보이는 건 나만의 느낌은 아니겠지?
두 건축물 사이는 푸르름 가득한 공원.
발길 닿는대로 걷는다. 톱카프 궁전(Topkapi Palace)옆의 귤하네 공원.
공원이 있는 도시는 참 좋다. 시민들이 산책하고 쉬고 있는 조용한 곳이다.
공원 끝에 나타나는 바다.
이게 그 유명한 보스포러스 해협이란 말이지?
파도가 세다. 아시아, 유럽 대륙을 나누고 있는 바다니 그렇기도 해야겠지.
또 발길 닿는 대로 걸으니 부두가 나타난다.
낚시하고 있는 아저씨들.
해협을 건너는 배가 출항하는 Eminonu부두, 여기서 보스포러스 크루즈도 출발한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다.
유명한 고등어 케밥. 남들은 다 맛있었다는데 가시가 많아 먹기 힘들어 나는 별로.
트램을 타고 돌아왔다.
밤의 블루 모스크.

9시에 윤-이 커플을 만나 맥주 한 잔. 러시아에서 가방에 꿰매고 다닐 태극기(중국인으로 오인받을까봐)와 이스탄불 가이드북을 받았다. 많이 고마웠다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언젠가, 어디에선가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취해서 돌아오는데 아까 만났던 미연양과 일행을 또 만났다.  미연씨 마지막날이라 맥주 쏘고 있다. 끼어들어서 또 한 잔, 잠깐 스치는 이런 인연도 여행 중이라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