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16. 11:30

D+214 071015 살타에서 케이블카 타기

살타에서 유명한 것은 주변의 깊은 캐년, 말타기, 래프팅 등 액티비티,  와인산지, 고산 열차 등이라는 데 나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다.
오로지 코르도바까지 빨리 가는 게 목표(이럴려면 뭐하려 직접 산티아고로 안 가고 아르헨티나를 거쳐 가기로 한 거지?)
호텔에서 주는 아침-크로와상과 진짜 에스프레소 커피- 처음에 감동했다가 쥬스가 없어 실망-을 먹고 부리나케 터미널로 갔다.
esta noche(오늘밤) 물어봤는데 역시 없단다. 세번째 창구에서 오케이, 있다.
이제 코르도바에 갈 수 있구나, 내가 너무 좋아하니까 창구 아저씨도 덩달아 좋아한다.
표를 손에 넣고 나니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 이제 하룻동안 살타를 천천히 둘러보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너무 흥분해서 방향 감각 완전 상실, 시내와 반대로 가버렸다. 갈수록 더 변두리 모습인 것이다.
태양의 방향을 보니 서쪽으로 가야 하는데 동쪽으로 한참 걸은 것, 자전거를 끌고 오는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여기 아니란다. 걸어갈 수 있냐고 하니 멀어서 콜렉티보를 타란다.
같이 걸었다. 아저씨는 자전거 페달이 망가져서 고치러 가는 중, 모퉁이에서 콜렉티보 세워보려했으나 다 지나가버린다.
결국 아저씨가 택시를 잡아주었다. Gracias, Ciao.
택시가 미터기를 꺾는다. 여행하면서 택시 많이 탔는데 미터기 꺾는 택시는 요르단 암만에서 한 번, 이번이 두 번째.
4.1페소 나왔는데 4페소만 받는다. 미터기 꺾는 택시, 0.1페소 깎아 준 것이 이렇게 감동이 밀려올 수가...

중심가는 보행자 전용 쇼핑가,  무슨 휴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휴일이라 문닫은 가게가 많다.
7월 9일 광장(9 de julio)으로 나왔다.
1600미터의 고도에 위치한 아열대성 기후의 도시라더니 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하다.
산 프란시스코 교회(Iglesia San Francisco), 분홍색의 교회라니 웬지 어울리지 않는 색깔 같다. 오래된 교회란 자고로 좀 칙칙한 색깔이어야 하지 않을까?
큰 나무들을 보니 이 도시의 역사도 꽤 오래된 것 같다. 1582년 볼리비아에서 내려온 스페인 사람들이 건설했다고 한다.
비행기표를 사야 해서 아르헨티나 항공 사무소 찾아갔는데 오늘 휴일이다. 빨리 예약해야 하는데 코르도바에나 가야 할 수 있을 것 같다.
광장 옆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에 들어가보았다. 공짜라 부담없이.
스페인어 설명 뿐이고 너무 깜깜해 잘 보이지가 않아서 별로.
배고프니 점심이나 먹자.
광장 주변의 레스토랑의 메뉴는 주로 핏자와 파스타, 아르헨티나에 이탈리아에서 이민자가 많다더니 음식에서 그걸 알 수 있다.
광장을 내다볼 수 있는 야외 테라스, 갑자기 럭셔리한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라비올리를 시켜보았다. 후식으로 에스프레소까지 한 잔, 16페소(4800원).
페루, 볼리비아에서는 여행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 같았는데 아르헨티나에 들어서서 낭만적인 여행이 되어버렸다.

밥도 먹었고 할 일도 없다. 아까 길에서 만난 삐끼 청년이 말을 타거나 래프팅을 하라고 했는데 말이라도 타볼 걸 그랬나?
살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Teleferico(케이블카)를 타러 가기로 한다. 
재미있겠는걸, 편도 6페소, 내려올 때는 걸어내려올 예정.
케이블카는 남아공 케이프타운 이후 처음이다.
4인용인데 나는 혼자 탔다. 유리창은 누가 이렇게 긁어 놓은 걸까?
오호, 이거 재밌다. 혼자라 조금만 움직여도 기울어진다.
주변 사람들과 비슷하게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 오지에서는 추리닝 같은 걸로 버텨도 도시에서는 청바지 정도 입어줘야 한다. 그래야 여행자 티가 안 나고 사람들 눈에 잘 안 띄어 안전하다.
점점 올라간다.
경사가 꽤 급하다.
50만명의 인구가 사는 도시, 붉은 색으로 통일된 지붕과 쭉 뻗은 가로, 아름다운 도시다.
날씨가 좋으면 주변의 산들도 잘 보이겠는데...
도착한 곳은 산 베르나르도 언덕(Cerro San bernardo). 분수, 까페 등 시민들의 휴식처가 마련되어 있다.
케이블카 타러 오길 잘했다. 가이드북에도 별로 중요하게 나와 있지 않았었는데,
하늘에서 본 아름다운 도시로 살타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동네 꼬마들이 찍어준 사진.
내려가는 길은 돌계단, 20분쯤 열심히 내려와야 한다. 올라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많이 힘들어 보였다.
1070계단이니 당연히 힘들겠다.
동상이 있는 공원.
유명한 사람일까?
버스 시간이 남아 산 마르틴 공원(Parque San Martin)을 산책했다. 남는 시간에 걷기 밖에 할 일이 없다.
여기도 쭉쭉 뻗은 나무.
공원 연못에는 오리보트, 주변에는 초리소를 구워 파는 노점.
어떤 아저씨가 아는 척을 한다. 누구신지? 아침에 길 가르쳐 준 아저씨다. 자전거에 아이스크림 박스를 싣고 팔고 있다.
아침에 이 자전거 고치러 갔던 거지요, 하는 투다. 다시 만나니 반가워서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사 줄까 하고 얼마에요, 물으니 그냥 준다.
진짜 고맙다. 아침에 길 가르쳐 준 것도 고마웠는데 도시가 이렇게 큰 데 다시 만난 것도 반갑고 공짜 아이스크림까지!
사실 내심 배탈날까 걱정했는데 별 일 없이 맛있게 먹었다.

하루 종일 걸었더니 힘들어서 터미널까지 시내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물어보니 6A 타라고 해서 탔더니 이건 안 간단다. 기사 아저씨가 다른 버스 정류장까지 태워주고 어떤 버스를 타야 한다고 가르쳐 준다. 버스 요금 1페소.
아르헨티나 사람들 진짜 친절하다. 페루는 너무 투어리스틱 했고 볼리비아 사람들은 수줍음을 많이 탔는데 여긴 그냥 친절하다. 그런데 관광지가 아니라 그런지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동양 사람은 하나도 보이질 않고 사람들이 진짜 많이 쳐다본다.

터미널 앞 노점에서(Sandiwicheria, 스페인어는 -ria를 붙이면 뭐 하는 장소이다. zapateria-구두가게, lavanderis-세탁소 등) Milanese를 먹었다. 스테이크를 끼운 빵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언제나처럼 먹기 시작한 다음에 찍어서 사진이 좀 그렇지만, 고기, 달걀, 토마토, 양상추를 끼워주는 큰 샌드위치다.
단돈 1000원, 만들어 준 아줌마랑 수다 떨면서 다 먹긴 했지만 좀 버거웠다.

8시에 Chevalier 회사 버스를 타고 코르도바로 출발. 앞자리와 간격도 넓고 버스는 여태껏 본 것 중 제일 좋다. 
저녁으로 샌드위치도 주었다. 배불러서 못 먹었지만. 
소리 안 나게 영화를 틀어 줘서 잘 사람은 자라는 얘긴데 10시에나 겨우 잠들었다. 
한 시에 옆 사람이 내리길래 일어나 보니 투크만(Tucman), 버스는 아침 9시에 코르도바에 닿았다.  


*살타 케이블카, 편도 6페소, 올라가 볼 가치가 있다.
*살타-코르도바 야간 이동, Chevalier 회사 버스, 103 페소, 13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