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18. 09:08

D+216 071017 코르도바 걷기, 코르도바-멘도사 이동

어제 인터넷을 하느라 늦게 잤더니 9시 반에 깼다. 이런, 체크 아웃이 열 신데, 어제 찾아온 란드리도 정리 안 했는데...
오랜 경험(?)을 살려 10시까지 짐을 다 싸서 맡기고 옆에 있는 Ritz 호텔로 아침을 먹으러 갔다.
이름은  Ritz 지만 소박한 호텔, 크로와상과 토스트, 까페 콘 레체(Cafe con leche, 우유를 넣은 커피), 쥬스는 작은 잔.
아르헨티나에서 커피를 시키면 가스물(Agua con gas)를 꼭 같이 준다. 입가심하라는 얘긴가?
그래도 호텔이라 봉사료 붙을까 했는데 안 붙고 4.5 페소.
이런 아침식사 맘에 든다. 느지막히 일어나 창밖에 바쁘게 출근하는 사람들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천천히 커피를 마시는 것.

시립 미술관을 향해 걸어가는 길.
Parana 거리 모습. 완만한 오르막길인데 햇빛 쨍쩅한 여름 날씨.
여긴 강남의 오피스텔 단지 같은 느낌이다. 높은 빌딩, 세련되어 보이는 까페들.
한참이나 걸어갔는데 공사중으로 닫혀 있다고. 이런, 그럼 오후를 뭐하며 보내지?
다시 센트로를 향히 걸었다.
지도에 안 나와 있던 미술관 발견. 앞에는 방송 무대를 설치하는 작엄이 한창이었는데 누가 리플렛을 한 장 준다.
-에스파뇰 못하는데요. 이게 미술관인가요?
-그래요, 아직 문 안 열었고 오늘 전야제를 하고 내일 문을 열 거에요.
그런데 무슨 일...?
-우리는 이 미술관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어요.
-왜요?
-이 건물은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프랑스 스타일의 건물인데 정부가 리노베이션을 한다고 실내 장식이며 가구들을 다 훼손하고 어딘가로 팔아버렸어요. 우린 건축가, 화가 등인데 그걸 반대하는 운동을 하는 거에요.
-벌써 다 끝내고 내일 새로 문을 연다면서요?
-되돌릴 수는 없어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주목적이에요.
-당신들의 운동이 성과를 얻길 바래요.
소수지만 자기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존경스럽다.

지금 걷고 있는 지역은 Nueva cordobq(새 코르도바), 오피스 밀집 지역 같다.
깨끗한 거리와 쉴 공간까지, 걷기 좋은 거리다.
이건 뭘까?
Buen pastor 는  Good shepherd 라는 뜻, 좋은 양치기라니 정체를 알 수 없는데 우선 들어가 본다.
야외 까페도 있고,
전시 공간도 있다.
이런 게 바로 복합 문화 공간이라는 건가보다.
전시는 별로였는데 까페에 아르헨티나 사진집이 많아 차 한 잔을 시키고 그 책을 다 봤다.
주로 정원을 주제로 한 것과 파타고니아 풍경. 그리고 Polo. 폴로가 말 타고 하는 스포츠인줄은 알았지만 여러 나라에서 그렇게 열심히 하는 줄은 몰랐다. 특히 대평원이 펼쳐진 아르헨티나에서는 인기가 많은 것 같았다.
크리켓도 그런게 있나 했는데 남아공에서 사람들이 너무 열광해서 놀랐던 적이 있다.
이런 사소한 지식이 살아가는 데 실제적 도움은 안 되겠지만 어쨌든 무엇인가를 새롭게 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아랍을 연상시키는 건물, 우연히 들른 곳이었지만 좋은 곳이었다.
건물 꼭대기가 신기해서 찍은 사진.오래된 도시 답게 큰 가로수도 많다. 택시는 노란색, 차가 밀리고 있다.

이제 슬슬 배가 고프다. 지도를 확인하니 가까운 곳에 아르헨티나에서 제일 큰 부페 식당(Tendor libre, 아르헨티나에서 흔한 식당 스타일))이 있다.
어제 고기 먹고 당분간 먹을 거 안 땡길 줄 알았더니 때 되니 배고픈 건 마찬가지.
입구부터 심상치 않다. 강이 흐르고 있다.
혼자니 가방하고 마주 앉아 먹어야 한다. 와, 크긴 크다.
수십 가지의 샐러드.
따뜻한 음식도 역시. 즉석 코너도 여러 곳, 중국 음식, 타이 음식, 아르헨티나 음식, 없는 게 없다. 아, 한국 음식이 없다.
디저트도 장난 아니다. 우리나라 부페 디저트와는 차원이 다르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뚱뚱한 게 이해가 된다.
샐러드와 해물을 넣은 즉석 타이 국수.
김초밥 발견, 신난다.
디저트는 진한 초코 무스와,
과일, 아이스크림까지. 포식했다.
평일 점심 18페소(5400원), 콜라 3.5페소, 내 테이블 담당 웨이터가 웃어줘서 팁 1.5페소. 팁 주는 사람이 없는지 아저씨가 놀란다.
아르헨티나, 사랑한다, 나의 아르헨티나.

너무 배불러 어디 가서 앉아있고 싶은 생각 뿐.
산 마르틴 광장.
살타의 분홍색 성당과는 다르게 이건 칙칙하다.
벤치에 앉아 그늘과 바람을 즐기고 있는 중. 여긴 꼭 유럽 같은데 다른 점은 하릴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다는 것.
향수 팔기 위해 말 거는 남자도 있고, 저기 경찰이 젊은 여자들을 잡아가고 있다. 조끼를 맞춰 있고 판촉행사 같은 걸 하는 모양이었는데...
 
옆에 어떤 중년 여인이 앉는다. policia라고 말을 건다.
- no habla espanol, 스페인말 못해요. 
-English?
-Yes
아줌마 영어 잘 하신다.
-경찰이 진짜 필요한 일은 안 하고  남들 눈에 띌 일만 하고 있죠.
그렇게 마리아 테레사 아줌마랑 한참 대화를 하게 되었다.
코르도바에서 태어나 코르도바에서 평생을 살았다. 아들, 딸은 바르셀로나에서 살아 가끔 만나러 가는데 거긴 말도 안 통하고 각자의 삶이 있어 코르도바에 남을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정치가 문제다. 지금 대통령 선거 중인데 모두 마피아들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없다. 20년전에는 유럽에서 아르헨티나로 살러 왔는데 지금은 모두가 유럽으로 떠날 꿈만 꾸고 있다.
권력을 가진 자들, 정치에 대한 불신, 패배주의 같은 걸 잠시 엿보았다고 할까? (이 당시는 아르헨티나 역사에 대해 잘 몰랐는데 나중에 아르헨티나 군사 독재 시절 3만여명이 실종, 학살되었다는 걸 알았다.)
아줌마는 이제 가야 한다고 내 이름을 묻더니 느낌이 아주 좋다고, 좋은 여행을 하라고 하고 가버리셨다.
내게 코르도바는 마리아 테레사 아줌마를 만난 곳으로 기억될 것 같다.

호텔로 돌아가 짐을 찾고 어제 엠피쓰리 파일을 다운 받기로 한 인터넷 까페에 갔다.
아저씨가 한참이나 꾸물대 버스 시간이 다 되어서 겨우 다운받을 수 있었다. 제대로 해 줬는지 확인도 못하고 급하게 나왔다. 450메가 바이트 쯤 되는데 10페소, 기다리는 시간에 내가 인터넷 쓴 것은 공짜.

급하게 버스 터미널 갔는데 시간을 완전히 잘 못 알았다.
23:50분 버스인데 플랫폼 넘버 20-30을 시간으로 본 것.
또 어제 표 살 때 23:30 vingt tres(23)를 20:30 vingt trente(20 30)으로 잘못 들은 것.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되었는데...다행히 엠피쓰리는 잘 작동되고 있다.
Mana 라는 그룹 노래를 많이 해 줬는데 무척 좋다.

또 슬슬 배가 고파오네. 뭐 좀 먹어볼까? 12시에 타는데도 버스에서 먹을 거 줄까?


*코르도바 부페 식당, Las Tinajas. Boulvard San Juan 32, 평일 점심 18페소, 당신이 원하는 건 다 있다, 김치 빼고.
*코르도바-멘도자, 야간버스 78페소, 10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