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18. 17:04

D+217 071018 멘도사에서 와인 마시기

코르도바에서 멘도사(Mendoza)가는 버스는 빈자리가 많았다.
나는 맨 앞자리, 옆의 아저씨가 뒤로 가줘서 혼자 편하게 잘 자고 왔다.

멀리 눈덮인 안데스 산맥이 보인다.
10시 넘어서 멘도사 도착. 우선 내일 산티아고로 넘어가는 버스표를 사고 택시를 잡아타고 론니에서 본 Hostel laser로 가자고 했다.
그런데 별로 맘에 안 든다. 침대도 푹 꺼지고 빛도 안 들어오고. 이 주변에 호텔이 많다고 해서 나와서 돌아다녀 보는데 별로 없다. 뭐야, 배낭은 무겁고 햇볕은 따가운데.

세련되어 보이는 간판 발견. 싱글룸은 35, 도미토리는 30, 싱글룸은 침대 하나뿐, 도저히 있을만한 공간이 못 된다.
아무도 없는 도미토리에 짐을 풀었다.
가이드북에도 안 나오고 인터넷 예약 사이트에도 안 나오는데 꽤 좋다. 부엌도 넓고 아저씨도 친절, 인터넷도 공짜.
라면을 끓여먹고 잤다. 시간을 아낀다고 밤버스를 타는데 이후 낮잠을 자야 하기에 시간 아끼는 효과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깨보니 오후 네 시, 슬슬 나가볼까?

멘도사는 아르헨티나의 최대 와인 생산지, 아르헨티나가 세계 4위의 와인 생산국인데 그 와인의 80%를 여기서 생산한다.
1561년에 세워진 도시로 안데스의 눈 녹은 물을 끌어들여 포도 재배를 하는 곳.
1861년에 지진이 일어나 도시 대부분이 폐허가 되었고 이후 길을 넓게 내고(토사가 흘러내리도록), 넓은 광장을 여기저기 만들어(비상시 대피 장소) 지금의 아름다운 도시 모습을 이루게 되었단다.

정말 넓은 길, 100년은 되었을 쭉쭉 솟은 나무가 시원스럽다. 그런데 길가에 하수도처럼 물이 흐르고 나무 심은 곳이 푹 패여 있는 곳이 많다. 위 사진의 오른쪽 나무처럼. 술 취한 사람이 지나가다 발목 부러뜨리기 딱 좋은 상황. 그래도 이 곳 사람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다.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

독립 광장이었던가?

다음은 에스파냐 광장.

광장 한 가운데 분수.

타일로 만든 분수가 특이하다.

역사를 표현한 걸까?

색색의 타일이 아름다운 곳이다.

도시 여기저기를 거닐다가 란칠레 사무실로 항공권 리컨펌을 하러 갔다. 이스터 가는 항공권은 대기자가 많다고 해서 일부러 갔다. 사람은 많은데 일하는 사람은 단 한 명, 30분 이상 기다렸다. 옆의 할머니랑 같이 투덜투덜대면서 기다려 겨우 컨펌했다.

와인이 유명하다는 멘도사에 왔으니 와인을 곁들여 멋진 저녁 식사를 해야한다.
보행자 거리에 레스토랑이 많은데 사람들이 들어오라고 호객행위도 한다.
중앙 시장(Central mercado)에도 들어가 봤는데 푸드 코트 같이 되어 있다. 그런데 너무 밝아서 와인 먹고 얼굴 빨개지기는 좀 그래서 다시 나왔다.
대충 골라들어간 어느 레스토랑, 라자냐 셋트를 시키고 와인 리스트를 들여다 보는데 뭐 알 수가 있나.
제일 싼 것은 6페소였는데 중간 정도 10페소짜리로 시켰다.

375ml, 작은 병의 와인이지만 내가 다 마실 수 있을까?
맛은 텁텁하지 않고 뒷맛이 맑다고 해야 하나, 싱겁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나쁘지는 않았다.

셋트 메뉴이다 보니 전채로 엠빠나다(만두 같은 것,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흔한 음식) 두 개가 나오는데 이거 먹고 벌써 배부르다. 13% 와인 두 잔에 벌써 정신이 몽롱해오고...

라자냐도 맛있었는데 너무 배불러!

후식 아이스크림까지.
배불러서 힘든 건지 취해서 힘든 건지 모르겠다. 와인은 1/3을 남겼고 어두운 거리를 어떻게 걸어 호스텔로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구덩이에 빠져 발목 부러뜨리는 사람이 나일수도 있었겠다.
혼자 술먹고 이렇게 취한 적은 또 처음이네. 다행히 도미토리에 나밖에 없어 혼자 괴로워하며 잤다.


*멘도사 호스텔, hostel punto urbano, Av.Godoy cruz 326, 싱글 35페소, 6인 돔 30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