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20. 09:53

D+219 071020 라파누이(이스터섬)에 가다

파티는 밤새 계속되었던 모양이다. 시끄러워서 잠을 못 이루다 어느 새 잠들었고 6시에 일어났는데 그 때까지도 거실에서 술을 마시며 얘기하는 애들이 있었다. 체력도 좋은 것들 같으니라고.
공항 픽업 버스가 벌써 와있다. 4500칠레 페소(9000원), 역시 백팩커는 이렇게 비싼 픽업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 중년의 비즈니스맨 같은 사람들만 타고 있었다. 다음에는 꼭 일반버스 이용해야지.

이스터섬(Easter island)가는 체크인 창구가 따로 있을 정도로 사람 엄청 많았다. 모두 여행객들, 섬 주민인 듯한 뚱뚱한 여인이 몇 명 보였다. 동양인이 의외로 많은데 중국 여자애 세 명, 아타카마에서 만났던 일본 여자애, 또 일본 남자애들은 5-6명 쯤 되어 보였다. 한국인은 어디 있는 거야? 왜 없는 거야? why? why?
산티아고 공항의 조형물.
드디어 가장 먼 곳에 있는 섬, 이스터로 향하고 있다.

이스터 섬은 칠레에서 3800km, 타히티에서 4000km, 가장 가까운 섬에서부터도 1900km 나 떨어져 있는 태평양의 외로운 섬. 기원후 400년 경, 폴리네시아인이 정착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스터 섬의 원래 이름은 라파누이(Rapa Nui), 1722년 네덜란드 탐험가 로게벤이 발견한 날이 부활절이라 이스터섬이라 불린다. 1888년 칠레령이 되었고스페인어로는 이슬라 데 파스쿠아(Isla de Pascua).
1966년 칠레 군정하에서 섬 사람들이 일어나 자치령을 획득했다.
원래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발견했다니 말도 안 되는 얘기, 그래서 지금부터는 라파누이라고 칭한다.

라파누이 섬은 란칠레 독점, 일주일에 4회 운항한다. 또 한 가지 라파누이로 갈 수 있는 방법은 뉴질랜드-타히티-라파누이구간의 항공을 이용하는 것.
무척 지루한 비행, 5시간 30분 걸려 도착했다. 시계는 두 시간 뒤로 돌려야 한다.
공항이 무척 작아 보였다. 어떻게 그 큰 비행기가 착륙하는지 약간 무섭기도 했다.
어쨌든 모두 신나보인다.
공항 건물 안에는 각 숙소에서 사람들이 나와 호객행위에 열심이다. 다 돌아봤는데 어차피 다 비슷, 인터넷에서 본  Apina Tupuma 에 묵기로 한다. 차로 픽업해 주는데 두 남자가 같이 간다. 체코 출신으로 지금은 호주에 살고 있다는 이보와 찰리, 사촌지간이란다.
차로 10분쯤 달려 숙소 도착.
마당은 넓은데 집은 웬지 허술하게 지어진 것 같다. 싱글룸 8000페소. 라파누이 물가가 비싸다고 들었는데 방값은 산티아고보다 싸다. 훨씬 넓은 방인데 말이다.
집 앞에 바로 바다가 보인다.
찰리와 이보가 렌트카에 대해 주인 아줌마와 얘기하더니 나보고 같이 가겠냔다. 물론 땡큐지. 165제곱 킬로미터의 면적(서울의 1/4)으로 차가 있으면 하루에 쭉 둘러볼 수 있겠다.

라면 하나 끓여 먹고 산책을 나갔다.
바닷가를 따라 나 있는 길.
돌담.
현무암. 뭐야, 제주도랑 너무 비슷한 거 아닌가? 둘 다 화산섬이니 그럴 수 밖에.
말 목욕 시키는 사람.
돌로 바닷물을 막아 놓았다. 피크닉 나온 사람들. 바람은 차가운데 햇볕은 따뜻해 해수욕도 할 만 하겠다.
엇, 모아이(Moai) 발견. 말로는 많이 들었지만 진짜 보니 정말 신기하다.
10분쯤 걸려 항가 로아(Hanga Roa)라는 마을 도착. 3800명이 살고 있는 작음 시가지다.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가게가 다 닫혀 있다.
소박한 교회.
연평균 기온 21도, 나무가 우거진 사이로 집이 띄엄띄엄 있다.
드디어 모아이 발견.
아후 타하이(Ahu Tahai)라는 모하이 상.
눈이 끼워져 있는 모아이는 흔하지 않다. 아후코테리쿠(Ahu koteriku))
바다 풍경, 저기 보이는 언덕이  오롱고(Orongo)성역이 있는 사화산 라노카오(Rano kao). 내일 차로 올라가봐야지.
죽은 나무.
서쪽이라 역광.
이 곳은 의식이 이루어지던 유적이란다.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는 모아이.

모아이는 라노 라라쿠(Rano Raraku)라는 채석장에서 만들어져 섬 각지로 이동되었다.
큰 모아이가 어떻게 운반되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른다. 그래서 모아이가 걸어다닌다는 전설도 있다.
모아이를 운반하느라 섬의 나무를 벌채해야 해서 지금은 나무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10-11세기 경 모아이 제작에 집중하느라 삼림도 파괴되고 농경도 할 수 없어 식량 부족이 일어났고 이후 식량을 둘러싸고 전쟁이 일어났다. 전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은 마을의 수호신 모아이를 쓰러뜨렸고 18세기 경에는 서 있는 모아이가 남아있지 않았다. 지금 서 있는 것은 현대 사람들이 세운 것.
모아이는 거의 다 내륙을 바라보고 세워져 있었다고.
걷다가 예쁜 꽃 발견.
오, 이거 너무 예쁘쟎아.
이름 모를 풀꽃을 한참이나 쳐다보다 고개를 드니,
묘지다.
묘지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소박하게 꾸며진 무덤 사이를 걸어본다. 묘비명을 읽는다.
이 섬에서 태어나고 칠레에서 죽은 사람들도 있다. 고향에 돌아가 묻히고 싶은 마음은 전 세계 사람에게 공통인 것.
이런 묘지에 묻힐 수 있다면, 살아서 행복하지 않았더라도 죽어서는 행복할 것 같다.
섬에는 바람이 세다.
여기도 바다를 막아 놓았다.

천천히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산티아고 한국슈퍼에서 산 쌀로 밥짓기 시도. 역시 거기서 사 온 김과 통조림 김치(전혀 김치 맛이 아닌데)로 맛있는 식사.
주인 아줌마가 옆에서 수프 같은 걸 끓이고 있는데 보니 안성탕면을 끓이고 있다. 어디서 났어요? 모르겠는데...
라면스프를 반만 넣고 야채를 많이 넣고 푹 끓여 라면발은 퉁퉁 불었다. 내 눈에는 전혀 맛있어 보이지 않는데 가족이 모여 맛있게 먹는다.

주인 아줌마는 자기는 폴리네시아인이라고 칠레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칠레 사람이 침략해서 식민지를 만든 거라고.
폴리네시아 전형적인 여인처럼 엉덩이가 펑퍼짐한 뚱뚱한 아줌마다.
딸이 세 명 있는데 막내딸은 진짜 날씬하고 예쁜데 중간의 딸, 큰 딸로 올라갈수록 몸매가 점점 펑퍼짐해진다.
아저씨는 없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보지는 않았다. 모계 사회의 전통이 남아있지 않나 혼자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