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3. 10:07

D+233 071103 몬테비데오-부에노스아이레스 이동, 루이스를 다시 만나다.

몬테비데오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는 버스-페리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버스 정류장에서 오는 버스마다 테르미날 가냐고 물어봤는데 세 번째 버스가 간다.
버스 차장은 여자, 차장이 있는 버스는 웬지 안심이 된다. 목적지에 잘 내려줄 것 같다.
7월 18일 거리(Av.18 de Julio)를 따라 달리는데 여기가 진짜 번화가인 것 같다.
어제 독립 광장 주변만 뺑뺑 돌지 말고 여기 왔어야 되나? 하지만 어젠 여기도 문 다 닫았을 것이다.

콜로니아(Colonia del Sacramento)까지 버스로 가고 바로 페리로 연결된다.
출국 도장은 없고 아르헨티나 입국 도장만 찍어준다.
배는 흙빛 강물을 한 시간쯤 달려 부에노아이레스에 도착했다.
왜 강물이 흙빛일까? 바닥이 진흙인 걸까?

짐을 찾아 택시를 타고 산텔모(San Telmo) 지구로 가자고 했다.
호스텔 예약을 안 해서 가이드북에서 본 이름을 알려줬더니 택시 운전사가 대충 데려다 준 곳이 Hostel-Inn Tengo city.
무척 큰 호스텔인데 음악 소리가 귀를 찌르고 지하에 바도 있는 파티 호스텔, 하룻밤이니 그냥 묵기로 한다.
체크 인 시간이 오후 2시라 짐을 맡기고 나왔다.
인터넷 까페에서 메일을 확인하니 우유니에서 만난 루이스가 Hoste-Inn Buenos Aires 에 있단다.
이전부터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했었던 것, 그럼 그리로 갈 걸 그랬네.
클럽에 갔다 아침 7시에 돌아올 테니 이후 아무 때나 와서 쿠반 가이를 찾으면 된단다.

내일 대디가 오시기에 방을 구하러 돌아다녔다.
건물의 한층, 혹은 두 층을 사용하고 있는 작은 호텔들이 대부분인데 방이 없다는 곳이 많다.
몇 군데 돌아다니다 Hostel Antique Boutique 에 내일 비는 방이 있다.
인테리어가 고급인데 비싸다. 트윈 룸 140페소(1아르헨 페소 = 300원)
그 정도에서 타협하기로 했다. 더 찾아다니는 것도 힘들고 무엇보다 파티 분위기가 아니라 조용해서 맘에 들었다.

이제 슬슬 루이스를 찾아가볼까? 자고 있으면 깨우라고 했지만 그러면 나중에 다시 가야 하겠지?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하이, 루이스!
그야말로 오랜 친구를 10년만에 만난 것처럼 반갑게 포옹을 했다.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와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이라길래 나도 동참했다.  
볼리비아에서 살타, 이구아수 폭포에 갔다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일주일째 머물고 있다고.
일주일 정도 더 있다가 바릴로체, 푸에르토 마드린, 우슈아이아까지 갔다가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
그럼 어디서 또 만날 수도 있겠다.
역시 아르헨티나는 이탈리아 음식이 대세. 이름도 맛도 기억이 안난다.

루이스를 따라 Hostel-Inn Buenos Aires에 갔다. 
작고 아담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이 쪽 호스텔이 더 낫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머물며 탱고 레슨을 받고 있다는 슬로베니아 여자애가 들어왔는데,
루이스랑 탱고를 추기 시작한다.
-오, 루이스, 넌 탱고를 배운 적이 없다고 했쟎아?
쿠바의 리듬감이 핏속에 흐르고 있으니 정말 잘 춘다. 진짜 탱고쇼를 보는 것 같았다. 아직 본 적은 없지만.

저녁에 만난 같이 클럽에 가기로 하고 돌아왔다.
6인용 도미토리인데 오랜만에 만나는 좁고 캄캄한 방이다.
2명이 아직도 자고 있다. 대부분 배낭 여행자들이 밤에 놀고 낮에 자는 동네인 것.

호스텔 로비에서 일기를 쓰다 벨기에 친구랑 얘기를 하게 되었다.
칠레 푸에르토몬토로 날아가서 3일동안 배 타고 뿌에르또 나딸레스까지 가는 투어를 한다고. 그것도 재미있겠다.
컴퓨터 관련 일을 하는데 한국에는 아직 안 가봤지만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등 많이 가봤단다.
마이 대디가 내일 와서 3주동안 여행을 같이 할 거라고 했더니 그것 참 신기한 일이라고, 걱정스러운 눈치.
하긴 리오에서 만난 죠프는 그러면 'probably kill him' 이라고 했던 것.
대디랑 오래 여행해 본 적은 없지만 워낙 적응을 잘 하시는 분이고 내가 하자는 대로 하실 것이기에 나는 걱정이 안 되고,
단지 오랜만에 만나는 게 너무 기뻐 가슴까지 두근거리는데, 일찍 독립하는 서양애들은 잘 이해가 안 되는 일인 것 같다.

7시에 나를 데리러 온다는 루이스는 오지 않는다.
분명히 자고 있을 거다, 잠꾸러기 루이스 같으니라고.
8시가 넘어서야  온 루이스는 머리를 긁적이며  내 예상대로 잠들어 못 일어났다고 한다. 
여행지에서 하는 약속은 대개 정확하게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여태까지의 경험. 어쨌든 왔으니 됐다.
오이라는 이름의 이스라엘 친구와 셋이 시내를 헤메기 시작. 클럽은 아주 늦게 열기 때문에 일찍 가도 소용이 없다고.

나는 엄청난 크기의 닭고기, 루이스는 또 엄청난 스테이크로 저녁을  먹고 채식주의자인 오이는 매쉬드 포테이토만.
다시 루이스 호스텔에 가서 많은 친구들과 같이 클럽을 찾으러 갔다.
산텔모는 밤에 더 활기차다. 모두 뭔가를 먹거나 마시거나 떠들거나 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너무 이르단다. 12시가 넘어가는데 아무도 춤추는 사람이 없다.
난 이미 지쳤다. 내일 공항에 대디 마중가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고.
결국 클럽을 포기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아쉽지만 클럽에 가서도 라틴 애들처럼 춤을 출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루이스 안녕, 또 어디에선가 만나. 나중에 미국 가서 만나도 되고

지도를 안 가져가고 계속 일행들만 쫓아다녀 길을 몰라 밤길을 30분이나 헤맨 끝이 호스텔을 찾을 수 있었다.
아, 정말 피곤하다.
내 침대는 아래층이고 일기장과 물병을 올려놓았는데 어떤 여자가 거기서 자고 있다. 
이층 침대에 기어올라가 잘 수 밖에 없었다.
내일 늦지 않게 공항에 가야 하는데...


*몬테비데오-부에노스아이레스 이동, 버스-페리 연계요금 877우루과이페소(4만원) 5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호스텔,  Hostel-Inn Tengo City, 6인 도미토리 36아르헨페소(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