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15. 10:14

D+270 071210 산 후안 차물라에 다녀오다.

빨렝께 투어는 가는 길에 아구아 아줄(Agua Azul)이라는 폭포에도 들른단다. 어차피 유적에서 시간을 많이 보낼 것도 아니니 내일 그 투어를 가기로 하자. 그럼 안티구아에도 갈 수 있으니.
오늘은 원주민 전통 문화와 크리스트교 문화가 어떻게 혼합되어 있는지 잘 보여 준다는 산 후안 차물라(San Juan Chamula)에 가기로 했다. 
차물라 가는 콜렉티보를 찾기가 어려웠다. 온통 시장골목을 헤치고 나가야 했다. 
기사에게 물어보고 탔는데 온통 전통 복장을 한 아줌마들 뿐이다. 
30분쯤 지나 차물라에 도착한 것 같았는데 기사 아저씨가 그냥 가길래 또 다른 정류장이 있나보다 하고 가만히 있었더니 다시 차를 세우고 나를 내려준다.
그래서 이런 인적이 드문 산길로 마을로 들어가게 되었다.
Tzotzil(쯔오질이라고 읽는걸까?)부족이 사는 이 마을은 1524년 스페인 침략시 거세게 저항했고 1869년 반란을 일으켜 지금의 산 크리스토발을 공격하기도 했던 곳이다.
특이한 종교적 의식을 치르는 성당이 유명한데 그 안에서 사진 찍는 건 절대 금지되어 있다. 요즘은 밖에서는 괜찮단다.
어째 좀 긴장되는 마을이다.

교회 앞은 큰 광장, 노점으로 꽉 차 있다.
산 후안 차물라 교회(San Juan Chamula), 역시 깃발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과달루페 성녀 축제 기간이라 더 장식이 화려한지도 모르겠다. 'Viva la virgen de guadalupe'라고 씌여 있다.
관광객이 들어가려면 관광 안내소에 가서 15페소를 내고 영수증을 받아 와야 한다.
들어가보니 어둡고 각종 성화가 벽을 가득 채우고 수 백개의 촛불이 켜져 있고 꽃 냄새, 향 냄새가 코를 찌른다.
사람들은 제각기 모여서 노래를 부르거나 뭔가를 기도하고 있다. 어디서드 느껴보지 못한 기이한 분위기.
어렸을 때 무당집 앞 지나갈 때 느꼈던 두려우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이다.
교회가 아니라 거대한 굿판에 참여하고 있는 느낌. 크리스트교는 이렇게 이들의 전통 신앙과 결합한 것이다.
종교의 영향력이 과도한 곳에 올 때마다 드는 생각, 이들이 여기 쏟은 에너지를 다른 경제 활동에 쏟으면 훨씬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어차피 그들의 능력으로 생활이 나아지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종교에 의지해 마음의 안정이라도 찾는 게 나을까?
종교적 축제가 일년에 몇 번 있는데 그 때마다 2만 명의 정도의 사람이 이 곳으로 모여든다고.

바깥에서 엄청난 인파가 꽃다발을 앞세우고 교회로 들어오고 있다. 이제 그만 나가봐야겠다.
구경하다 만난 오하이오 멕시코 식당에서 2년간 일했다는 Candid라는 남자와 같이 나왔다. 
이런 행사는 매달 10,11,12일에만 있다고. 그럼 내가 날을 잘 잡아온건가?
조카라는 소년과 셋이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광장 구석의 허름한 식당에서 Candid가 시킨 것. 정체가 좀 모호한 음식이었지만 그런대로.
음식값은 40페소, 내가 냈지 물론.
Candid는 23살, 미국 음식을 좋아하고(난 멕시코 음식이 더 좋은 걸요) 여기서는 할 일이 없어 놀고 있다는 청년.
빨리 일자리를 찾기 바란다고 말하고 헤어졌다
그런데 난 왜 말도 별로 안 통하는(미국에 2년 살았다면서 영어가 너무 안 된다) 이 사람들이랑 점심을 먹었던 걸까?
차물라의 분위기에 홀린 것 같다.  
다시 산크리스토발 성당.
가까운 거리인데 차물라에서 돌아오니 문명세계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도 산 크리스토발 거리에는 축제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