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17. 10:06

D+271 071211 빨렝께 유적 투어

오늘 투어 일찍 가고 내일 안티구아로도 일찍 출발해 아침식사를 하지 못하니 방 값을 깎아달라고 했더니 아구스틴(첫날 만난 삐끼, 이 집 아들)이 샌드위치 싸준단다.
6시 반에 투어 버스가 왔다고 문을 두드리는데 진짜로 샌드위치를 싸 놓았다.
아구스틴은 어제 얼굴에 광대 분장을 하고 늦게까지 들락날락하면서 놀더니 맛이 간 얼굴로 앉아있고 그 부인이 싸준것.

빨렝께 투어는 아구아 아줄(Agua Azul), 미솔하(Misol-ha)를 거쳐 빨렝께(Palenzue)를 찍고 오는 것인데 가는데만 5시간이 걸리기에 일찍 출발한다.
멕시칸 부부, 자식이 세 명인 덴마크 부부,혼자 온 남자 두 명, 네덜란드 여자 한 명, 그리고 나, 미니 버스에 12명 꽉 찼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계속 달린다. 덴마크 집 딸 애는 계속 토하고 있다. 나도 울렁댔는데 네덜란드 여자애마저 토하는데 동참하기 시작한다. 투어, 쉽지 않다.
잠시 쉬기 위해 레스토랑에 들렀다. 해가 뜨면서 아침 안개가 걷히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아침 식사를 하고 나는 샌드위치를 씹으며 주위를 둘러 보았다.
네 시간 걸려 아구아 아줄(푸른 물이라는 뜻)에 닿았다.
정말 물이 푸른 색이다.
낮은 폭포,
조금 높은 폭포,
열대 정글 사이로 맑은 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다.
주변에 작은 노점들이 많은 게 딱 우리나라 계곡 분위기.
꽤 깊어 보이는 곳도 있다.
수영을 하고 있는 동네 아이들, 덴마크 가족도 뛰어들어서 합류한다. 아, 나도 뛰어들고 싶다, 너무 덥구나.

다시 50km를 달려 미솔하에 닿았다. 미솔하가 뭔지 몰랐는데,
폭포다.이과수 폭포를 보았으니 놀랄 정도는 아니지만 35m라니 꽤 높은 폭포다.
폭포 뒤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재밌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참선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
앞에서 폭포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바위에 뚫린 구멍이 마치 샤워기처럼 물을 뿜어내고 있다. 
다음 목적지는 빨렝께 유적, 정글 속에 있다고 들어서 기대된다.
AD600년부터 800년까지 전성기를 이루었던 마야의 유적.
입구 들어가자 마자 보이는 비문 사원(Templo de las Inscripciones),안에 멋진 벽화가 있다는데 지금은 보수중이라 들어갈 수 없다.
멕시코 피라미드의 좋은 점은 어디든지 기어올라갈 수가 있다는 것.
진짜 정글 속의 유적이다.
우리 투어는 이동만 시켜 주는 거라 가이드 설명 같은 게 없다.
그냥 혼자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그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느껴보고 있는 중.
계단이 있으면 올라가고,
유적은 여러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건 Central 그룹.
빨렝께에 왔었다는 증명 사진.
공사중인 곳이 너무 많아 좀 어수선했지만 그래도 재밌는 곳이었다.
오후 네 시가 넘으니 그늘이 지기 시작한다.
천 년을 살아남은 빨렝께의 유적들이 언제까지 이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 개울물은 언제까지 흐르고 있을지?

덴마크 가족과 네덜란드 여자애는 빨렝께에서 묵는다고 내렸다.
앞으로 다섯 시간 꼬불꼬불한 길을 가야할 걸 생각하니 그들이 부러웠다. 과테말라를 포기하고 메리다로 올라갈 걸 그랬나?
지루하게 돌아가는 길, 아직 1/3도 안 왔다.

산 크리스토발에 도착한 시각이 밤 9시, 따꼬 사먹기도 지쳐서 라면 먹기로 하고 집에 왔다.
컵라면을 먹고 커피 한 잔 타서 내려오는데 아구스틴이 부른다. 씨디로 음악을 틀어놓고 데낄라 한 잔 해서 벌개진 얼굴로 애들이랑 놀고 있다.
물담배 스샤를 시도하고 있더니 나보고 해보란다. 음, 좋지. 이집트에서 해 봤던 스샤를 여기서도 해 보게 된다.
빨아봤는데 역시 별로, 담배는 어떤 종류이건 내 스타일은 아니다.
아구스틴은 30살인데 11년 전에 결혼해서 9살, 5살 아들이 두 명 있다.
-셋째는?
-생각 중이야,
하며 옆의 부인을 잡아당긴다. 
열린 대문으로 끊임없는 사람들의 행렬이 지나가고 뉘 집 애들인지 계속 들락날락하고, 축제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나도 데낄라 한 잔 하고 아구스틴이랑 살사까지 추며 분위기에 동참했다.
그런데 내일 아침 일찍 어떻게 일어나지?


*빨렝께 투어 : 아구아 아줄, 미솔하를 거쳐 가는 것이 250페소. 입장료 포함. 멀미약을 준비하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