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11. 09:11

D+282 071222 호반장님을 찾아서 마이애미 해변을 걷다.

아침 식사 때의 커피는 오버로스팅(overroasting)되어 썼고(과테말라 커피 농장 투어 이후 커피 전문가인 척 하고 있다) 빵도 별로였다. 그런 아침 식사를 먹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그래도 CSI 마이애미의 해안을 봐야 할 것 같아 나갔다.
호스텔에서 두 블록 건너가니 바다가 보인다.
음, 바다는 멋지다. 저 쪽 어디에선가 선글라스를 끼고 허리에 손을 얹은 호레이쇼 반장님이 나타날 것만 같다.
이 바퀴 자국은 뭘까?
모래를 고르는 트랙터가 다니고 있다.
아침 열 시도 안 됐는데 벌써 썬탠하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그렇게 많이 먹고 또 운동하려 애쓰고...조금 적게 먹고 그걸 굶주리는 나라에 보내던지 할 것이지, 탐욕스러운 사람들이다.
지구 자원의 반을 소비해서 없애는 나라, 내가 지나온 가난한 나라의 모습들이 눈 앞에 어른거린다.

해변을 좀 걷다 시내로 접어들었다.
담배 끊으라는 구호가 재밌게 그려져 있는 건물.
Ocean drive로 접어드니 노천까페와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가로운 곳이다.
인터넷 까페를 찾아갔는데 한 시간에 6달러라는 분노할 만한 가격이다. 영국에서 한 시간에 2파운드였으니 거기보다 더 비싸다.

보행자 도로라는 Lincoln 거리로 접어들었다.
Books & Books라는 서점을 발견했는데 모두 영어책이고 비닐로 싸여져 있지 않아 내용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못 사는 나라에서는 책이 귀하고 비닐로 싸놓는 경우가 많아 보기가 힘들기 때문.
레스토랑은 사람들로 북적북적했지만 모두 10달러가 넘어갔고 가격표에 씌여져 있지 않은 숨겨진 세금과 팁이 있을 것이기에 패스. 테이크 아웃 스시 집에 가서 스시 네 개와 롤 네 개를 선택했는데 5달러 50센트. 물가 싼 나라만 돌아다니다 오니 모든 것이 너무 비싸게 느껴진다.

공중 전화를 찾아 헤메고, 전화 카드가 있어도 따로 10분에 50센트씩 돈을 먹는 공중전화를 사용하기 위해 잔돈 바꾸러 다니는 하루를 보내고 나니 일상적인 삶이 그리워진다.
내 핸드폰으로 전화하고 내 노트북 컴퓨터로 인터넷을 하고 내 차로 어디든 갈 수 있는 일상적인 삶 말이다.
미국은 배낭 여행자에게는 힘든 나라다. 대중교통 수단도 별로 없고, 노트북이 있으면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인터넷 까페는 찾기 힘들고, 자기 전화가 있으면 카드로 싸게 전화할 수도 있지만 공중 전화는 찾기가 힘든 나라. 
미국을 마지막 여행지로 선택한 것은 잘 한 선택인 것 같다. 집에 가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