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5. 20:39

<로마여행>저녁 무렵 거닐기, 트라베스티어까지

떼르미니역 앞을 지날 때마다 타보고 싶었던 전차, 마지막날이 되어서야 타 볼 수 있었다.
세 가지 번호의 전차가 와서 서는데 어디 가는지 알 수가 없다. 주로 시 외곽으로 나간다는데 어차피 레일을 따라가는 거니 가다 내리지, 생각하고 아무거나 탔다.
인간의 발걸음과 가장 호흡이 잘 맞는 교통수단이 전차가 아닐까 하는 게 내 생각
삐걱거리는 소음을 내며 천천히 가다 보이는 정류장마다 선다. 아무도 서두르는 사람 없이 천천히 타고 내린다.
그런데 퇴근 교통정체 시간이라 버스랑 뒤엉켜 자주 서 있길래 몇 정거장 가다 내렸다. 전차를 타 본 것으로 만족한다.
도시 어디에서나 이름 모르는 유적을 만나는 곳이 로마다.
전차는 쉬는 중.
이제 어디로 가지?
얼마 전에 읽은 소설에 나오는  Travestere 라는 곳에 가보자. trans Tiberim, '티베르 강 건너'라는 뜻.
유학생과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예쁜 골목과 레스토랑, 바가 있는 곳이라는데...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서 버스를 탔다.  
어, 갑자기 낯익은 모습.
버스가 콜로세움 앞을 지나가고 있다.
안에 꼭 들어가 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두 번의 로마 방문중 겉모습만 두 번 보고 간다.
지도와 거리 이름을 비교하며 가다가 travestere 거리에서 내렸다. 
잠깐 책 이야기.

Jhumpa Lahiri <Unaccustomed Earth>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좋은 사람>이라고 번역이 되어 있다.
인도계 미국인 여성 작가로 주로 인도 유학생과 그들의 2세의 삶을 다룬 소설을 쓴다.
이 책에 어렸을 때 미국에서 가족끼리 만났던 남녀가 20년이 지난후 로마에서 다시 만나는 <헤마와 코쉭>이라는 중편이 실려있다.
헤마와 코쉭이 다시 만나는 곳이 바로 travestere이고 그 외 로마의 정경이 잘 묘사되어 있다.
어찌 보면 흔한 이야기인데 작가의 유려한 문체로 씌여져 있어 가슴이 먹먹해졌던 이야기.
그 외 단편도 모두 수작이다.
영어 문장 자체는 길지만 문예창작과 출신답게 문법을 잘 지켜져 씌여 있어 읽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런 곳을 말하는 거였다. 잔돌로 포장되어 있는 골목길,
덧문을 닫은 2층, 작은 숍과 레스토랑이 있고 사람들은 천천히 걸으며 저녁 먹을 곳을 고르고 있다.
광장이 나타나기도 하고.
그런데 혼자니 재미가 없다.
론니에는 아주 멋진 곳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그건 누구랑 같이 와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저녁 식사를 할 때 얘기. 아니면 혼자라도 옆 테이블 사람과 말을 틀 수 있거나.    
나는 다시 티베르 강을 건넌다.
시스토 다리(Ponte sisto)
 강 이쪽으로 가는 길.
강가의 레스토랑이라...향기가 좋을 것 같지는 않다.
좀 걸어서 캄포 디 피오리(campo de'fiori-꽃시장)에 도착.
다쓰베이더를 닯은 동상은 이교를 추종했다는 이유로 1600년에 이 곳에서 화형당한 Giordano Bruno 의 것.(그런데 동상은 왜?)
카라바조는 이 광장에서 열린 테니스 게임에서 자기를 이긴 사람을 죽이고 도망쳐 다니기 시작했다고.(엄청 놀려대며 이겼나보다)
골목골목을 누비는 미니버스, 귀여워서 한 번 타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로마에 딱 어울리는 교통수단.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본 비토리오 엠마뉴엘 2세 기념관(Monumento a Vittorio Emanuele II), 유명한 것은 모두 지나가다 보고 있다.
마지막 밤이니 맥주는 마셔줘야 하는데 웨이터 말로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주로 하이네켄을 마신단다.
그래도 난 이탈리아 맥주 Peroni, 맛은 뭐 그냥 맥주 맛.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너무 짜서 거의 남겼다.
그러고 보니 로마에서 맛있는 이탈리아 음식은 못 먹은 것 같다. 다음에 오면 꼭 맛있는 걸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