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2. 19:47

<로마여행>카라바조를 다시 만나다

팡테옹에서 나보나 광장으로 가는 길목에 카라바조의 마태오 삼부작이 있는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 성당(Chiesa di San Luigi Dei Francesi)이 있다.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극적인 효과를 내는데 뛰어났던 카라바조, 불같은 성격으로 살인을 저질러 도피 생활을 하다 39살에 객사한 불행한 사람이었지만 그의 그림은 많은 화가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불멸을 누리고 있다.
성 마태오 삼부작, 오른쪽부터 성 마태오의 소명, 성 마태오와 천사, 성마태오의 수난.
성당이니 입장료는 없고 2002년에 왔을때는 동전을 넣어야 조명이 켜지는 치사한 시스템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볼 수 있다.
그림 자체도 오른쪽이 밝고 왼쪽이 어두워 극적인 효과를 보여주는데 창문이 있어 빛이 비치니 효과가 더 커진다.
빛이 오는 쪽에서 예수가 '너 이리 와봐' 하고 마태오를 찍는다. '나요? 내가 왜?'하는 듯한 마태오의 표정.
예수를 따라가면 힘든 일도 있겠지만 정말 의미있는 일을 할 거라는 걸 저 때 알 수 있었을까?
인생에서 선택의 순간이 올 때마다 참 어렵다.
내가 선택한 결과의 황당함을 느낄 때마다 누가 내 앞길  좀 찍어줬으면 하는 심정인데 점이라도 보러 가야 하나?
성 마태오와 천사,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는(아마도 성경?) 마태오를 찾아온 천사, '하느님의 뜻은 이거래요'하고 알려주는듯.
처음 그려졌을 때는 맨발이 불경스럽다고 교회에서 전시하는 걸 거부했단다.
성 마태오의 순교.
2002년도에 루브르 미술관에서 카라바조의 <성녀의 죽음>을 보고 감동받아서 가는 곳마다 그의 그림을 찾아봤었다.
모나리자와 같은 방에 있는 그림이었는데 모나리자는 대충 봤지만 사람들의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이 그림 앞을 떠날 수가 없었다. 
또 로마의 보르게제 미술관에서 본 팔라프레니에리의 마돈나(La Madonna dei Palafrenieri).
뱀을 무서워하는 어린 아기 예수, '자, 엄마 발 위에 올려놔봐, 괜찮을거야'
자식이 힘든 길을 가야 한다는 걸 알고 강인하게 단련시키는 진짜 어머니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다. 
살짝 터미네이터의 사라 코너가  떠오르기도.
컴컴한 교회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극적인 빛과 어둠보다는 역시 파란 하늘이 좋다. 나보나 광장. 
저녁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