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24. 23:32

D+93 070616 알렉산드리아 둘러보기. 성채, 도서관, 해안도로

아프리카에서 지하철이 있는 유일한 도시는? 카이로.
알렉산드리아 가는 날, 지하철을 타고 람세스 역에 기차 타러 갔다. 무거운 배낭 메고 지하철 계단 오르려니 힘들었다.
영국이 건설했다는 철도, 역은 모네의 그림에 나오는 생라자르 역을 닮았다.
기차는 우리의 통일호.
좌석은 그런대로 넓고 깨끗했다. 2시간 반 걸려서 알렉산드리아에 도착.
역부터 카이로보다는 좀 깔끔하다. 5P로 흥정해 택시를 잡아타고 Union hotel 에 도착.
왜 싱글룸은 없는 거야? 혼자 다니는 여행자도 많은데 말이다. 60P shared bathroom 이다.
전망이 좋다던데...
그저 그렇군.
이쪽 전망이 더 좋은가? 앞에 있는 다른 호텔 방이 다 내려다보인다.
칠을 새로 했다고 론니에 나와있었는데 페인트 냄새가 심하게 나고 화장실 물도 잘 안 내려간다. 내일 다른 데 알아봐야겠다.

짐을 내려놨으니  우선 나가본다.
오늘 점심은 햄버거, 신들린 듯한 손놀림으로 햄버거를 만들고 있는 아저씨.  맛있다.

시가지 한복판의 전차역 Ramla station.
언제 한 번 타봐야지.
Midan Saad Zaghloul 광장..
해변을 따라 나 있는 도로, 26th of July 라는 이름이다. 카이로에도 똑같은 이름의 길이 있다. 국경일인가보다.
여기도 길건너기 어렵기는 카이로와 마찬가지.
멋지다.
해안을 따라 주욱 늘어선 건물과 바닷바람, 지중해성 기후라더니 바람도 시원하고 좋다.
쓰레기가 날리고 가끔 발에 말똥이 걸리는 것 말고는 꼭 프랑스 니스 같다.
 
시가지 서쪽 끝에 있는 콰이트베이 성채까지 걸어가보기로 한다.
바다 한가운데 저 줄은 뭐지?
여러 명의 남자들이 줄지어 서서 줄을 끌어당기고 있다. 사진 찍고 있으니 더 오바해서 당겨주신다.
점점 가까이 오는데,
두 명의 아저씨가 뛰어들어서 마무리. 물, 그리 깨끗해 보이지 않는데...
끌어올린 그물.
고기, 그리 많아보이지 않는데,
많은가? 사람들이 바구니를 들고 모여든다. 돈이 왔다갔다 하는 즉석 어시장이 열렸다.
20여명이 달라붙어 들인 노력에 비해 수확물이 너무 작은 것 같다는 내 나름의 생각.
구경 한 번 잘했다.

뒤로 하고 다시 걷는다. 지도에서는 멀지 않은 것처럼 보였는데 해안선이 길기도 하다.
그리스 양식을 모방한 것일까?
현대적인 건물도 있다.
야자수, 이국의 향기.
모래에 쓰레기도 많고 물도 더럽고 매연이 심해도 해변은 해변.
몇몇 아이들은 헤엄을 치고 그걸 바라보고 있는 엄마들이 있다.
Terbana 모스크.
모스크 앞 분수.
성격도 참 깔끔하시다.

에고, 진짜 멀다. 점점 지치기 시작.
드디어 성채가 보인다.
가로등이며 진입로 잘 해놨다.
튼튼하게 생겼고.
알렉산드리아 시민들의 휴식처인 것 같다. 바람 시원하고 좋다.

자 이제 동쪽 끝에 있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가야 한다.
돌아서는데 어떤 남자가 영어 할 줄 아냐고 묻더니 얘기나 하잔다. 세 명의 남자가 하릴 없이 농담 따먹기 하고 있는 분위기.
장사꾼도 아니고 삐끼도 아니고 모두 착하게 보여서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왼쪽이 영어 좀 할 줄 아는 모하메드, 엔지니어 전공인데 2주 전에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 실업자.
영어 발음이 진짜 이상하다. Thirty 를 쎄르티, father 를 페제르 라고 발음한다.
가운데 친구는 페인트공, 오른쪽 친구는 부자들이 오는 나이트 클럽 가이드였는데 문제를 많이 일으켜 짤렸단다.
말은 잘 안 통해도 웃고 놀다가 피곤해져서 까페에 갔다.
까페마다 남자들이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물담배(시샤)를 피고 있는 모습이 신기해서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여자 혼자는 도저히 들어갈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이 친구들하고 같이 가 본다.
설탕을 듬뿍 넣어 마시는 차.
이게 바로 물담배.
입으로 들이마셔서 코로 내뿜는 연기.
나도 한 번 시험해 봤는데 처음 향은 향긋한데 나중에는 담배랑 똑같다. 
까페에 들어올 때부터 돈이 없어 망설여서 내가 낸다고 했는데 나갈 때가 되니 여자가 내는 건 불명예라고 테이블 밑으로 돈을 달란다. 참 어디가나 남자들이란...무슬림은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인간이기 이전에 남자 여자를 따진다고 해야하나?
여행하다 보면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 외에는 만나기가 어려운데 진짜 보통 사람들 만나서 얘기하니 재밌다.

모하메드와는 저녁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도서관에 갔다.
기원전 3세기에 알렉산드리아에 있었다는 거대한 도서관을 기리기 위해 지은 도서관이란다. 기대만빵.
도서관이 가까워 오는구나.
거대한 책모양의 장식물.
그래, 나는 알렉산드리아에 와 있다.
남자는 시원하게 입고 다니는데 여자는 뒤집어쓰고 다녀야하니 참 모순이다.
도서관이 보인다.
외부에 여러 문자가 조각되어 있다. 한글 '우'자도 있다. 그런데 그 옆 글자는 자음이 빠졌쟎아. 옥의 티 되겠다.
도서관 주위에도 야자나무.
반구형의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물.
바깥만 봐도 감동적이다. 안은?
가방은 맡기고 들어가는데 사진은 마음껏 찍어도 된단다.
내부에 들어서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런 공간이 유럽에 있어도 감동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집트에 있다니!!!
바깥엔 허름한 건물과 쓰레기가 휘날리는 거리가 있는데 이런 멋진 곳이 바로 옆에 존재한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현대조각도 전시되어 있고,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빈자리도 많다. 우리나라 국립 도서관에도 사람이 별로 없나? 안 가봐서 잘 모르겠다.
이런 곳이 가까이 있으면 나는 진짜 위대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본다.^^
리셉션에 등록하면 인터넷도 한 시간 공짜로 쓸 수 있다.
주로 장서는 영국 책과 프랑스 책. 도서관도 외국의 도움으로 지은 것.
알렉산드리아의 역사에 관한 전시도 있었다.
가장 유럽적인 도시이고 1883년에 폭탄이 터져서 도시가 다 망가져 영국인들이 새롭게 세웠단다.
옛날 도시의 모습이 멋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유럽인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이집션들이 서서히 망쳐가고 있구나.
그걸 그대로 보존만 해도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모습일텐데 말이다.
뭐가 문제일까? 왜 사람들은 길을 마구 건너고 줄을 서는 적이 절대 없으며 길에는 소변 냄새가 진동할까?
대단한 과거의 문명을 이루었던 나라가 지금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정치 문제일까? 종교, 문화의 문제일까?
이 나라에 도착한 지 3일밖에 안 되었는데 생각이 복잡하다.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어 나왔다.
너무 아쉬워서 알렉산드리아 떠나기 전에 다시 한 번 와야겠다. 학생할인 5P

또 갈 길이 멀다. 큰 길에 미니버스가 다니는데 모두 아랍어로 써 있고 정류장도 표시되어 있지 않아 타기가 어렵다.
어떤 마부가 내 뒤에 서더니 타란다.
아, 대체 교통 수단 마차가 있었지. 그래서 길에 말똥이 굴러다닌다.
5P 불렀더니 10P 란다. 그냥 걸어가니 쫓아오면서 5P에 타란다.
마부 옆자리에 앉으니 흔들려도 재밌네.
아가씨들이 뒤에 타고 있었다. 사진 찍어도 되냐고 했더니 처음에는 안 된다고 하다가 웃어주기까지 했다.
이집트 여자들은 머리에 히잡을 두르고 긴 팔 옷을 입어도 꼭 끼는 청바지에 색색의 옷으로 멋은 있는대로 다 내는 경향이 있다.
살색의 꼭 끼는 티셔츠에 반팔 옷을 겹쳐 입어 안 입은 듯한 효과를 내기도 하고.
저녁의 해안가에 데이트하는 남녀도 물론 있다.
점점 해가 져 간다. 바다와, 전차와, 아름다운 도서관이 있는 알렉산드리아가 맘에 든다.
모하메드를 다시 만났다. 모하메드의 친구 모하메드까지 합류해서 동쪽 신시가지에 놀러갔다.
이슬람교 국가의 제일 흔한 이름이다. 예언자 모하메드.
결혼파티 하는 모습 발견. 북을 치며 말 가면을 쓴 사람이 춤을 주도한다.
신랑 신부를 둘러싸고 모두 춤을 추는 모습이 인상적.

동쪽 시가지는 신시가지로 고급 호텔과 아파트가 즐비하다.
10시가 넘었는데도 바닷가에는 사람이 무척 많다.
8월 휴가철 동해바다 같다. 가족들끼리 나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바닷바람을 즐기고 있다.
여름에만 이렇게 논단다. 아침까지 불밝히고 논다고.
으~난 더 이상 못 놀겠다. 알렉산드리아 서쪽 끝부터 동쪽 끝까지 걸어다녔더니 너무 피곤하다.
(실제로 알렉산드리아는 해안선을 따라 동 서로 20km, 남북은 3km인 긴 띠 모양의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