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21. 00:00

D+91 070614 카이로 둘러보기, 이집트 박물관

모기에 엄청 물렸다. 모기에 안 좋은 추억이 많은데... 이불을 뒤집어쓰고 잤는데도 손가락까지 물렸다.
안되겠다. 모기 때문이라도 호텔을 옮겨야겠다.
전망이 좋고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이스마일리아 호텔(Ismailia house hotel)에 갔다.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제대로 작동할까 싶지만 그런대로 잘 움직인다.
문은 탈 때나 내릴 때나 잘 닫아주어야 한다.
싱글룸은 50P, 화장실 딸린 방은 65P란다. 묵기로 했다. 아직 방이 안 비어서 우선 좀 둘러보고 와야겠다.

씨티은행 ATM 찾아나섰다.
원형 교차로에서 방향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길을 건너야 하는 것도 고역.
정말 론니 말대로 이집션들을 방패로 삼지 않으면 건널 수가 없다. 혼자서는 못 건너겠다, 도저히.
이건 병원 건물이었던가?
어느 건물 뒤 씨티은행  ATM 기계가 숨어 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우선 2000P 뽑았다.

선 호텔에 가서 짐을 싸가지고 이스마일리아로 왔다. 역시 한국 사람들이 많다.
이런 저런 얘기해보니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코이카로 이집트에서 2년간 봉사하고 여행하고 있다는 40대 아저씨, 중동을 몇 달 째 여행하고 있는 남학생, 또 다른 여학생, 나보고 나온지 몇 년 됐냐고 묻는다. 예? 90일째...
여긴 장기 여행자들의 집합소구나. 조용해 있어야겠다. 유럽에서 한국 사람들 만나면 웬지 으쓱해졌는데 말이다.
코이카 아저씨말이 이집트에서 제일 좋았던 곳은 카이로도 아니고 룩소르도 아니고 마사 마투루라는 도시란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맥도날드와 제일 아름다운 비치가 있단다.
그래요? 처음 들어본 곳인데 가봐야겠네요. 나름의 정해진 일정이 있기도 하지만 일정은 바뀌라고 있는 거니까.
 
방은 좋았다. Tahrir 광장이 바로 내려다보인다.
엄청난 차와 사람들이 대충, 신호등, 횡단보도란 것도 없이 다니고 있다.
차가 쌩쌩 달리는데 아무 거리낌 없이 길을 건넌다.
클랙션은 빵빵 울려대는데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 지하철역으로 연결된 지하도가 있지만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다.
교통사고 사망률을 알고 싶다. 이집트...흠, 재밌는 나라인걸...
만 원짜리 방인데 전망은 힐튼 호텔 못지 않다.

대충 정리하고 기차표 사러 갔다. 바람도 불고 견딜만한 날씨다.
람세스 기차역까지는 다운타운을 거쳐 걸어갔는데 멀었다. 지쳐서 기차역에 도착했는데 사람은 왜 이리많고 아랍어로만 잔뜩 써있고 어쩔 줄 모르겠다. 매표소 앞에 어정쩡하게 서 있으니 경찰 아저씨가 와서 어디 가냐고 묻는다.
이집트엔 참 경찰이 많이 보인다. 진짜 경찰인지 모르겠는데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별 하는 일 없이 거리에 쫘악 깔려있다.
창구에 가서 내가 말한대로 아스완 가는 표를 사주고 언제 어디서 타고 자리가 어딘지 아라비아 숫자로 다시 적어준다.
친절한 아저씨네. 이집션들이 친절을 베풀고 박시시(팁)을 요구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빨리 돌아섰다.
팁을 주기 싫어서가 아니가 친절을 그냥 친절로 느끼고 싶어서였다. 팁을 요구했다면 상처받았을 것 같다.
아스완은 밤새 가야 되서 일등석을 끊고(학생할인 68P), 알렉산드리아는 이등석 21P였다.
이등석 표는 바깥 창구에서 따로 팔기에 이것도 좀 헤매야 했다.

할 일을 하고 나니 완전히 지쳐버렸다. 그래도 박물관에 가야지. 이 매연과 소음을 벗어나는 한 방법이기도 하고.
박물관 외관.
피라밋 모형과 스핑크스 상이 있다.
점심도 못 먹고 목이 말라 카페테리아에 들렀다. 핫도그와 물이 27P라니 바깥의 6-7배나 되는 바가지다.
어쩔 수 없어서 먹었는데 다음에는 꼭 일반 식당을 이용해야겠다고 생각.
그래도 시원한데 앉아 있으니 좋다. 관광객이 무척 많다.
웨이터가 흑인이어서 넌 어디서 왔냐고 했더니 이집션이란다. 누비아인.
이집트 인구가 7천만인데 자기네 종족은 백만명 뿐이란다. You are so unique, 라고 하니 아주 좋아한다.

박물관은 정말 대단한 걸 많이 갖다놓은 것 같은데 웬지 마음에 잘 와닿지 않았다.
몇 천년 전 돌덩이를 저렇게 막 굴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대충 전시되어 있었다. 너무 많아서 그럴 것이다.
이집트 역사도 잘 모르겠고...소설 람세스라도 읽고 왔어야 하나보다.
그래도 투탕카멘 유물은 감동적이었다. 3300여년 전의 유믈이 그렇게 온전히 보존되어 있는것도 그렇고 정말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1922년 저걸 처음 발견한 사람은 얼마나 황홀하고 기뻤을까? 줄서서 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학생할인해 주는데 전시실 옮겨갈 때마다 학생증을 보여달라고 해서 짜증이 좀 났다.
미이라는 따로 입장료를 받는 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바싹 바른 시체가 해부 실습을 연상시켰다.
4천년 전 저 미이라의 주인공들은 이렇게 긴 시간이 흐른 후 유리관에 넣어져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영생을 누릴 줄 알았을까? 부활하는 건 둘째치고라도 말이다.
이 길고 긴 역사 속, 이 넓고 넓은 지구라는 공간 속에서 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매일 새삼 느끼고 있다.

호텔로 돌아가기 전 저녁거리도 살 겸 뒷골목을 좀 헤매봤다.
피자 가게 아저씨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꼬마들, 사진찍어주니 좋아한다.
피자, 방금 구워져 나와 맛있었다.
피자 먹고 돌아서니 또 어디선가 나타난 아이들
이집트에서 먹어야 할 것은 아에시(일명 걸레빵). 살구도 달콤하고 맛있다.
호텔방에 돌아와 또 한국인들을 만났다. 한 아주머니는 애들 둘과 남편과 6개월째 여행중이란다.
진짜 이집트는 여행 베테랑들이 오는데구나. 아프리카도 그렇겠지만 거긴 워낙 한국인 여행자가 드물고 여긴 베테랑이 많은 곳.
한국인들이 모이면 각자 얼마나 싸게 여행하고 있는지 어디가 좋았는지 하는게 자랑하는 것처럼 들려서 좀 불편하다.
내가 얘기하는 것도 그렇게 들릴 것 같고. 말하기가 좀 조심스러워진다.
나도 싸게 여행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하룻밤에 만 원 정도를 주고 싱글룸에는 잘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래도 조금은 부르주아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내 방 창으로 본 카이로의 밤풍경.
열 시가 넘어도 클랙션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전망은 좋은데 그게 문제군.
그래도 낮은 혼란함이 가라앉아가는 카이로의 밤거리, 오늘 이 교차로에서 아무도 다치지 않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