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22. 22:23

D+92 070615 피라밋, 킨카힐리 시장 구경.

이슬람교의 휴일은 금요일, 오늘이 바로 금요일이다.
피라밋은 사막 한가운데 있어서 햇볕이 강한 낮보다 아침 일찍 가는 게 좋단다.
휴일 아침 풍경. 

그 복잡하던 교차로도 한산하다.

이 정도면 길도 건널만 하겠다.

새벽 공기가 상쾌하기까지 하다.
일찍 나가도 아침은 먹고 가야지.

호텔 라운지.
사진에서 잘 안 보이지만 거의 모든 집에 위성 안테나가 달려 있다.

꼭 한 입 먹고 나서 사진 찍을 생각이 난다.
빵, 크림치즈, 버터, 쨈, 차와 삶은 달걀, 이집트의 호스텔의 전형적인 아침 식사.

지하철을 타고 El GIZA역까지 갔다.
미단 타흐릴에서 버스를 타고 가도 된다는데 정류장이 없이 손을 들어 버스를 세워야 된대서 지하철 타고 택시 타고 가기로 했다.
지하철역에 내리니 역시 택시 기사가 따라붙는다. 10P 불렀는데 6P까지 깎았다.
고속도로 같은 길을 달리는데 피라미드가 보인다. 뿌연 하늘 아래 세 개의 피라미드가 있다.
택시가 좁은 길로 들어선다. 길 양 옆으로 낙타며 당나귀를 몰고 가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이 아저씨가 차를 세운 곳은 매표소가 아니다. 매표소까지 길이 없고 2Km 남았으니 내려서 걷던지 낙타를 타란다.
오호~이게 익히 들었던 이집션들의 사기 행각이군.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여기는 티켓 오피스가 아니다. 나는 동키도 호올스도 타기 싫다. 티켓 오피스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이게 뭐냐, 꽥꽥.
성질 나면 영어가 더 잘 나오는 이상한 현상을 겪고 있다.
아저씨, 꼼짝 못하고 티켓 오피스로 데려다 주었다.
여기 맞아?진짜야? 관광객 하나도 없고 경찰들만 지키고 있는 매표소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정문 아닌 후문.
이집션들이 끊임없이 바가지를 씌우고 사기를 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직접 겪고 보니 진짜 장난이 아니다.
피라밋이고 뭐고 기분이 팍 상해버렸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보고 가야지.

학생 할인 25P

오른쪽이 Great Pyramid of Khufu. 146.5m로 이집트에 있는 피라밋 중 가장 크고 B.C 2600년에 지어져 기자의 피라밋 중 가장 오래되었다.

너무나 익숙한 스핑크스와 피라밋 풍경.
오른쪽에 모자를 쓰고 있는 건 Khafre 피라밋. 원래 피라밋 전체가 대리석으로 덮여 있었는데 지금은 꼭대기만 남아있다고.

햇볕은 점점 강해지고 덥다.
피라밋 세 개를 한꺼번에 찍기는 어렵다.

왼쪽 끝은 62m 의 가장 작은 피라밋.

후문으로 들어와 사람을 거의 못 만났는데 관광 버스가 많이 와 있다.
결론적으로는 택시 아저씨가 후문에 세워줘서 스핑크스부터 한갖지게 구경할 수 있었다는...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피라밋. 또 누가 낙타를 타라고 외친다.
동키도 싫고 호올스도 싫다니까! 이건 카멜이란다. 맞다, 카멜이었지...짜증이 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증명 사진 한 장 찍어주고,

모두들 피라밋 기어올라가는 데 동참하여

나도 한 번 올라가 보고.

쿠푸 피라미드 안에 들어가는 데 따로 15P를 내야 한다.
유물은 다 박물관에 가 있고(대영박물관이겠지) 볼 거 없다는데 그래도 한번 들어가봤다.
가파른 계단, 숨이 막힐 듯한 좁은 공간이다. 음, 죽은 사람은 여기에서 몇 천년이고 지낼 수 있겠지만 산 사람은 1분도 안 되겠다.
입구의 경비(?)에게 카메라를 맡기고 들어가야 한다. 제대로 돌려줄 지 의문. 다행히 한국 가이드 분을 만나 그 분이 맡아주었다. 

피라밋, 크긴 크군, 하며 돌아서 나왔다.
제대로 돌아보려면 4시간이 걸린다는데 나는 2시간 만에 퇴장.
너무 유명한 것은 실제로 보면 감흥이 덜하다. 기대를 많이 해서도 그렇고 너무 익숙해서도 그렇고...

원래 입구 쪽에는 마차도 다니고,

호텔도 있다.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탔다. 2P 

어디에서나 무단 횡단.
그런데 버스가 Midan Tahrir 를 지나서 막 달려버린다.
아저씨, 내가 Tahrir 에서 내려달라고 했쟎아요. 또 짜증을 내버렸다.
안되겠다. 좀 릴랙스해야지, 아침에 나빴던 기분이 계속되고 있다. 먼 길을 걸어 다운타운으로 돌아왔다.

오늘 점심은 Felfela takeaway 에서 쿠사리와 콜라.

마카로니와 쌀과 콩위에 토마토 소스를 얹어주는 이집트 스낵. 맛있다.
더위와 사람들에 지쳐서 호텔에 들어와서 낮잠을 잤다.

4시 반에 깨어 킨카일리 시장 둘러보러 나갔다.
신발 밑창이 얇아 발바닥이 아프던 중 구두 만드는 곳 발견.
영어는 안 통하고 대충 몸짓으로 의사 전달하니 깔창을 깔아주겠다고 한다.

앉아서 기다리라고 차도 한 잔 주시고,

사진 좀 찍어도 되냐고 했더니 너무 좋아하시고.
나도 좀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단돈 2P에 색깔까지 맞춰서 밑창을 만들어주신 아저씨.
오늘 여러 일로 상처받은 거 여기서 다 치유하고 간다.

한참동안 걸어 킨카일리 시장에 도착.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과 비슷한데 훨씬, 훨씬 복잡하다.

차와 사람이 마구 엉켜있고,

카이로의 거의 유일한 육교인 듯 싶은 게 있고,

거의 기능을 못하고 있는 중앙 분리대.

우리나라 반찬 가게 같은 것도 있다. 발효식품인데 많이 짤 것 같다.
복잡한 시장을 빠져 나와 성당 발견.

94%의 국민이 이슬람교를 믿고 나머지가 콥트 크리스찬이라는데 여긴 카톨릭 교회 같다.

마침 미사가 열리고 있어 들어가 보았다.

열 명 정도가 모인 조촐한 미사였다.

돌아가는 길, 카이로에 다시 밤이 내렸다.

광장, 벤치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

길을 건널 때 어떤 아저씨를 따라 건넜는데 웬지 내 뒤를 따라오는 것 같다.
제복을 입은 경찰 비슷한 아저씨에게 길을 물어보며 시간을 끌어 그 사람이 먼저 지나가게 했다.
아랍 남자들이 친절하긴 한데 외국 여자들은 다 자유분방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데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부터 끝까지 피곤한 하루.

카이로...별로 내 타입은 아니다.  덥고, 시끄럽고, 복잡하고, 공기 나쁘고.
내일 알렉산드리아로 갈 예정인데 빨리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