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28. 21:28

D+228 071029 꾸리찌바에 간 이유는?

아침 8시 반, 익숙한 이름 꾸리찌바에 도착했다.
이 이름이 익숙한 이유는 <꿈의 도시 꾸리찌바>라는 책 때문.
체계적인 대중 교통 시스템등, 생태적으로 디자인된 도시라고 책날개에 소개되어 있는데 정작 책은 몇 번 읽으려 했으나 끝내지는 못했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부에노스아이레스 가는 길에 상파울루 말고 이 도시에 들르기로 결심했던 것.
오늘이 월요일, 일요일에 대디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하므로 그 전까지 가야할 길이 멀다.
포르투 알레그레, 몬테비데오를 거쳐 토요일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하는 게 목표.
 
터미널 앞의 마이어 호텔(Hotel Maia)에 짐을 풀었다. 
싱글, privado bano(욕실 딸린), 35레알, 리오의 8인실 도미토리보다 싸다.
좀 쉬다 기차표를 사러 갔다. 꾸리찌바에서 파라나구아(Paranagua)까지 산악 기찻길이 아름답다고 해서 내일 가 볼 예정.
내일 저녁 포르투 알레그레 가는 버스표도 샀다. 버스 터미널과 역이 붙어 있어 편리하며 사람이 별로 없어 한가하다.

할 일을 마쳤으니 점심을 먹으러 가자.
호텔 가까이 시장이 있는데 너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나는 시골 풍경보다는 도시 모습에 더 마음이 끌린다. 이렇게 정돈된 도시를 보면 감동받는다.
같은 브라질 도시라도 리오와는 정말 다르다.
2층 푸드 코트에서 점심.

오늘은 그냥 부페, 고기 종류는 세 가지를 고를 수 있으며 나머지는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 6.5레알. 물가도 싸네.
절인 음식, 너무 예쁘다. 맛은 어떨까?

이제 시내에 가보자.
앗, 바로 이거다. 책에 나왔던 사진. 원통형의 버스 정류장.
들어갈 때 돈을 내고,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발판이 내려오면 탑승.
내리는 곳은 정류장 바깥에. 꼭 전철 같다. 너무 신기하고 재밌다. 버스 요금은 2레알, 1000원정도니 우리랑 비슷하다.
시내 광장에 여러개의 정류장이 모여 있다.
버스는 빨간색.
대중교통 수단 이용을 장려하고 자가용 이용을 절제하도록 만들어 교통 체증 없는 도시를 만들었다.
단점은 바람이 안 통해 좀 덥다는 것. 
그리고 점점 인구가 늘어나면서 교통 체증도 조금씩 생기고 있다고.  
24시간 거리.
원래는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거리라는데,
지금은 공사중.
봄이 어쨌다는 걸까? 스페인어도 모르지만 포르투갈어는 더 모른다.
도심 중간에 나타나는 키 높은 나무들이 있는 공원.
점심 시간에 공원에서 도시락 먹으면 딱 좋을 것 같다.
여기도 물결무늬,
보도 블록 까는 사람도 예술적인 감각이 있어야겠다.

남미의 어느 도시나 보행자 전용 도로가 있지만 꾸리찌바의 것이 가장 넓고 시원하다.
한참을 방향 없이 걸어다니다 오르덴 광장(Largo da Ordem)까지 왔다.
건물 색깔 너무 강렬하다.
건물 주인들끼리 파스텔톤으로 맞추자고 의견을 모으기라도 한 걸까?
오르뎀 교회.
360도 방향 어디를 보아도 아름다운 오르덴 광장.
또 다른 교회.
꾸리찌바, 오기를 잘했다. 걸어다니는 곳 어디나 편리하고 아름다운 도시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은 곳이었다.
브라질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은행 간판, 은행 이름이 뭐 이따우야, 하면서 혼자 웃곤 했다.

인터넷을 좀 하다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어두워지면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역시 나는 브라질, 열대 우림 기후에 와 있는 것이다.
퇴근 시간, 모두 비를 피해 원통형 버스 정류장에 들어가있다. 이런 날씨라면 비를 막아줄 수 있는 정류장이 더 유용하겠다.그런데 사람이 무척 많아 습기차고 후끈거리며 덥다. 버스도 한참을 기다렸는데 꽉꽉 채워져 와서 겨우 탔다.
출퇴근 시간 교통 혼잡은 어디에서도 피할 수 없는 일인가보다.
책 제목만 보고 들렀던 꾸리찌바, 차를 위한 도시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도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사는 도시도 그랬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꾸리찌바 숙소, Hostel Maia, 욕실 딸린 싱글, 35레알, 역, 터미널 바로 앞에 있어 교통 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