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27. 09:50

D+227 071028 리우 데자이네로 해변, 쳐다만 보다.

나는 파티도 안 갔다왔는데 왜 남들하고 똑같이 10시에 일어난 걸까?
죠프에게 물어보니 어제 왔는데 내가 자고 있어서 안 깨웠단다
-You should have woke me up. 날 깨웠어야지. 진짜 아쉽단 말이다.

그래도 리우에 왔으니 바닷물에 발이라도 담그고 가야 한다.
무척 더운 날씨, 반바지에 티셔츠가 무색할 정도다.
오늘 일요일, 해안 도로 한 쪽을 막아서 차가 못 다니게 해 놓았다.
사람 정말 많다. 8월달 해운대 같다.
도시 사람들이 다 해변으로 놀러나온 것 같다.
이파네마 해변.
나도 탱크탑 같은 걸 입고 나왔어야 한다.
땡볕에서 덥지도 않은지, 나에게 꼭 필요한 건 비치 파라솔.
여럿이 몰려와 물놀이 하면 재밌겠다.
물결 무늬 보도는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걸, 리스보아, 리우, 마카오까지.
코파카바나 해변.
지친다. 슬슬 돌아가보자.
결국 걷는데 지쳐서 정작 바닷물에 발도 못 담궈보았다.
역시 이런 시끌벅적한 해변으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만 다시 깨달았다.
조용했던 잔지바르 해변, 느긋하게 바다를 즐겼던 터어키의 해변들이 그리워진다.
 
돌아오는 길에 재밌는 거리의 조각 발견.
이건 흔한 젖소 같은데,
알록 달록 재밌게 그려 놓았다.
이런 소를 모델로 한 조각을 만드는 작가 이름을 들은 적이 있는데 까먹었다.
혹시 아시는 분~

땀을 뻘뻘 흘리며 호스텔로 돌아오니 새로운 여자 스텝이 있다.
아일랜드 출신인데 여행하다 브라질이 너무 좋아 눌러앉아 잠시 일하는 거란다.
브라질 북부의 해안은 정말 아름답고 좋다는데 나는 거기까지 갈 시간은 없다.
-나도 여행지에서 눌러앉고 싶어.
-그래, 맘에 드는 호스텔을 만나면 혹시 일할 사람을 구하지 않느냐고 물어봐.
내게 정해진 스케줄이 없었다면 어디서 오래 머물고 싶었을까? 다음에 다시 긴 여행을 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있고 싶은 곳에서 있고 싶은 만큼 오래 머물고 싶다.

터미널 가는 버스를 물어보니 시내 버스를 타고 가란다. Rodoviaria 라고 쓴 버스를 타라고.
-일반 버스는 위험하지 않아?
-글쎄...나는 몇 달이나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별 일 없었어. 환한 시간에 타고 이용하는 사람도 많으니 괜찮아.
원래 공항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으나-터미널을 거쳐간다-오늘 해안 도로를 통제해 버스 노선이 바뀐 것 같다.
한 번 일반 버스를 타 봐야겠다.

저녁은 무게를 달아 돈을 매기는 부페 식당에 갔다.
1kg에 29레알(15000원), 뭐가 무거운지 생각하며 음식을 골라보긴 처음이다.
초밥하고 야채만 골랐는데 650g이 나와 19레알을 냈다. 그냥 마음껏 먹는 부페는 25레알이던데 거기 갈 걸 그랬나?
브라질에 일본 이민자가 많아 그런지 초밥이 보편적인 음식이다.

Rodoviaria라고 쓴 버스는 금방 왔다.
차장이 앞에 앉아 있는데 요금을 내고 바를 돌려야(예전 우리 지하철역처럼)들어갈 수 있다.
배낭 때문에 바를 통과 못하고 맨 앞 좌석에 앉았다.
시간이 지날 수록 사람이 점점 많이 탄다. 차도 막힌다. 일요일 저녁이라 해변에서 놀다 돌아가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중심가(Centro)에 들어서니 큰 도로에만 차가 꽉꽉 차고 골목길은 휑하다. 버스기사는 빨리 도망가야 한다는 듯이 마구 달린다.
그리고 나는 들었다. 세 방의 총소리를. 진짜 총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 확실하진 않지만 분명 영화에서 듣던 그 총소리였다. 센트로, 사람이 몇 명 모여 있는 곳에서 난 것 같다. 버스 안도 어수선해졌다.
해는 기울어가는데 버스는 지저분한 골목길을 요리조리 달리고 있다. 해변과 이 쪽은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
다음에 리오에 올 때쯤에는 이 곳도 해변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워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도 기사 아저씨가 달려줘서 늦지 않게 터미널에 도착, 이 앞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터미널 안에 들어가니 웬지 안심이 된다. 리오를 떠나는 게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