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29. 20:52

D+229 071030 구름 속을 달리는 기차, 모헤티스에 가다.

고원을 달리는 멋진 기차여행, 모헤티스(Morretes)까지 가는 기차는 8시 15분 출발, 서둘렀다.
오늘도 여전히 신기한 버스 정류장.
어제 표 사러 왔을 때는 한가하던 기차역이 북적북적하다.
평일에는 8시 15분에 모헤티스까지만 가는 보통 기차(Trem)가 운행되고 주말에는 파라나구아(Paranagua)까지 가는 관광열차(litorina)가 운행된다.
오늘 평일인데, 관광객도 꽤 있고 수학여행 온 듯한 학생들도 많다.
내가 타고 갈 기차.
왼쪽에 앉는게 풍광이 좋다고 해서 표 살 때 당부했건만 않고 보니 오른쪽이다.
다른 사람들 대부분은 왼쪽에 앉아 있었는데 말이다.
왔다갔다 하며 사진 찍기.
도시 외곽 철로변에는 나무 판자로 지은 집, 걸려 있는 빨래, 어느 도시나 철로변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것 같다.
어제 보았던 잘 정돈된 중심가와는 다른 인상을 주었다.
한시간쯤 달리자 점점 산 속으로  들어가는 게 느껴진다. 물 많은 개울도 흐르고.
첩첩 산중에,
어떻게 이런 철로를 놓았을까,
무척 긴 터널도 여러 개 뚫려 있고 대부분 허공에 놓여진 듯한 기찻길을 따라간다.
이 철로는 항구 도시 파라나구아까지 연결되어 있다. 전에는 물자를 수송하는 데 씌였겠지만 지금은 길이 잘 뚫려 있어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는 용도로 쓰이는 것 같다.

숲을 뚫고 가는 기차 여행이 지루해질 무려 모헤테스에 도착.
터널을 지나갈 때마다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지르던 어린 학생들도 다 내려 관광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향한다.
나는 어디 가야 하지? 돌아가는 기차는 3시에 있으니 그 때까지 이 동네를 돌아봐야겠다.
우선 교회,
특이한 십자가.
강, 아마존 강에 안 가 봤지만 그것의 축소판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
강가에는 큰 나무가 우거져 있고 갈색 물이 천천히 흐르고 있다.
예쁜 색깔의 집. 꾸리찌바도 그렇고 브라질다운 색깔이 이런 건가 보다.
다시 강.
습도가 높은 공기가 축축하고 무겁다. 팔을 앞으로 내밀어 수영하는 흉내라도 내야 할 것 같다.
별로 걸어다니는 사람도 없고 버려진 도시를 혼자 탐험하는 기분.
이런 집에는 누가 살고 있는 걸까?
여기도 전혀 인기척이 없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열대의 꽃 뿐.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별장 같은 것일까?
열대 우림 기후에서는 나무가 쭉쭉 자란다.
보도 블록 까는 사람들도 다 예술가.
이 조용하고 작은 마을이 맘에 든다. 자동차도 거의 안 지나다니고 남녀 노소 모두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점심을 먹으러 제일 허름해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바레이도(Barreado)라는 전통 요리를 시켰다. 
쇠고기와 베이컨을 12시간 이상 푹 고아 만든 것이라는데,
이건 바로 갈비찜 국물 맛이다. 밥도 같이 나오기에 비벼 먹으니 진짜 익숙한 맛.
바나나는 아마 메인 요리일 텐데(바레이도랑 같이 먹도록) 나는 그걸 디저트로 먹었다는.
10레알, 음, 괜찮군. 리오 이후로 브라질은 모두 다 맘에 든다.
밥 먹고 기분 좋아져서 셀카 한 장 (지금 보니 정말 날씬했었구나)
기차 타러 돌아가는 길.
자전거 많은 동네니 당연히 자전거포가 있겠지.
자전거 타고 마실 나온 아저씨들.
이 마을도 또 하나의 생태 마을이 아닌가 싶다.

돌아가는 기차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버스는 자주 있으니 기차 타고 와서 버스로 돌아가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역시 아까 왼쪽에 앉았어야 한다. 지금은 오른쪽.
구름이 점점 낮게 깔리는데,
기차는 속도를 내어 달린다.
공중에 떠 있는 철교.
이 철로를 만드는데 수고한 사람들에게 감사.

별 기대 안 했던 기차 여행이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브라질의 작은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엿보고 온 느낌.

7시 반에 포르투 알레그레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는 고급이었는데 하도 여러 도시에 정차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아침 8시 반에 포르투 알레그레에 닿았다.


*꾸리찌바-모헤티스 기차, 이등석 왕복 46레알, 하루쯤 투자할 가치가 있다.
*꾸리찌바-포르투 알레그레, 야간 버스이동 12시간, 84레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