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31. 21:08

D+230 071031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비엔날레를 보다.

터미널이 무척 크고 복잡하다.
우선 오늘밤 몬테비데오 가는 버스표를 샀다. 국경을 넘어가야 해서 혹시 낮에 출발하는 것만 있나 걱정했었는데...
이틀 연속 밤버스라니 몰골이 말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터미널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이를 닦고 기본적으로 인간답기 위한 준비를 하고 배낭을 맡기고 나왔다.
관광 안내소에 가니 친절하게 여기여기 가라고 얘기해 준다.
론니에 뮤지엄이 좋다더니 여러 개의 뮤지엄이 있고, 메르카도(mercado시장)에 가면 공짜 인터넷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지하철 타고 한 정거장,메르카도에 내렸다.
큰 사각형 모양의 건물이 시장이다. 꾸리찌바보다 훨씬 크고 복잡하지만 구조는 비슷, 브라질 시장은 다 이런 모습이다.
2층에 가니 진짜 공짜 인터넷이 있어 30분만 하라는 경고를 무시하고 한 시간 반 동안 하다 쫓겨났다.
다른 사람들은 더 오래 하고 있었는데 내가 눈에 띄어서 그런것 같다.

광장, 노천시장을 지나 걸어가니 북페어 같은 것이 열리고 있다.
53번째 북페어? 역사가 오래 되었구나.
비엔날레도 열리고 있다. 메르코수르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구 아이, 파라구아이, 베네주엘라(모두 남쪽에 있는 나라인데 베네주엘라는 왜 낀 거지?)가 속해 있는 경제 블록이다. 문화 행사도 같이 하는구나.
오랜만에 그림 실컷 보겠다.
브라질다운 거리 그림, 나는 이런 그림이 좋다.
이것도 같은 작가의 작품. 이건 웬지 안데스 산맥 원주민 느낌.
초기에 구상화로 시작해서 점점 추상으로 변해가는,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좋은 전시였다.
또 다른 미술관.
슈퍼맨의 이미지로 대표되는 미국 제국주의를 비판한 것.
성조기 헬멧을 쓴 군인,
브라질은 결국 미국에 종속되어 있는 걸까?

강가의 창고 같은 건물에서도 비엔날레는 계속되고 있었다.
각종 설치 미술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미 많이 지쳐버려서 자세히 보진 못했다.
구아이바 강(Rio Guaiba)
관람하러 온 학생들, 이 사진을 찍은 이유는 몸매를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패션 때문.
대부분이 저런 옷을 입고 다닌다. 우리나라는 최소한 긴 티셔츠는 걸쳐 주는데...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문다.
오늘 미술관 순례의 마지막 코스, 포르투 알레그레의 상징이라는 Usino do Gasometro, 원래 열병합 발전소였는데 지금은 문화 센터로 쓰이고 있다.
50여년간 문화사를 정리한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 오래된 TV 드라마도 보여주고 노래도 들을 수 있다.
나로서는 모르는 사건이 더 많았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런 전시가 있으면 재밌을 것 같다.
포루투 알레그레, 별 기대 안 하고 지나가다 들른 도시인데 비엔날레를 만나서 오랜만에 문화생활 좀 했다.

이제 가야 한다. 버스를 탈까 했는데 정류장에 물어볼 사람도 하나 없다. 지도를 보고 걷기 시작한다.
거리에 사람이 없어 좀 무서웠다. 관광안내소에서도 늦으면 꼭 택시를 타라고 했었던 것이다.
빨리 걸어 메르카도까지 돌아와 전철을 타고 터미널로 갔다.

버스 차장이 여권을 걷어간다. 빵도 주고 콜라도 주는 서비스 좋은 버스다. 7만원이 넘어가니 그럴만도 하다.
버스는 밤새 내쳐 달렸다. 국경에서도 차장이 일괄적으로 여권에 도장을 찍어 돌려주었다.
좋은 시스템이다. 가까운 나라끼리는 이렇게 하고 살아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브라질은 흐리고 비도 가끔 뿌렸는데 우루구아이에 들어서니 팜파스 지형에 지중해성 기후인지 하늘이 무척 파랗고 나무들도 더 온화해 보인다.

몬테비데오에 거의 왔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딱'하고 큰 소리가 나더니 내 옆 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났다.
다행히 부서져 내리지는 않고 온통 금이 간 채로 창틀에 붙어 있다.
누가 돌이라도 던졌던 걸까? 잘 자다가 잠이 다 달아났다.


*포르투알레그레-몬테비데오 야간 이동 버스, 143레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