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12. 22:37

<베트남여행> 동네 보건소로 진료를 나가다.

낯선 곳에서의 아침, 역시 눈이 일찍 떠진다. 하지만 한국보다 두 시간이 늦으니 새벽 다섯 시에 눈을 떠도 한국 시간으로는 일곱 시까지 푹 잔 셈이다.

6시 반까지 아침 식탁에 도착, 단체 생활에서는 시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
녹두(?)를 넣어 지은 밥에 계란 후라이, 명태 보푸라기를 닮은 반찬, 한국에서 가져간 김과 고추장 고기 볶음.
그리고 바게뜨.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베트남의 일상적인 음식이다.
베트남의 진한 커피 믹스 한 잔과 함께한 든든한 아침 식사였다. 

버스를 타고 20여분 걸려서 오늘 봉사를 할 작은 보건소에 도착했다.
오전 여덟 시도 안 되었는데 개회식(?)할 준비가 벌써 다 되어 있다. 날이 덥기에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습관이라고.
식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 모두 처마 밑으로 들어와 꿋꿋하게 식을 계속했다.
보건소 내부 모습, 여기는 약국.
내가 진료할 방은 2층, 어느 새 비가 그쳤다. 그런데 아직 환자는 한 명도 오지 않는다. 아니 환자가 왔는데 아래층에서 챠트를 만들고 예진을 하고 있는 중.
우리도 진료 준비하는 중.
나는 놀고 있었지롱, 담당 간호사분과 하노이 외국어대학교 한국어학과에 다니는 통역 자원봉사 학생.
그런데 갑자기 환자들이 몰려들기 시작. 주로 노인분들인데 혈압이 거의 200에 육박하는 분들이 많고(뚱뚱한 사람이 한 명도 없던데 염분이 많은 식사를 하는 걸까?) 그 외 여기 저기 쑤신다는 분들, 머리가 아프고, 배가 아프고, 무릎이 아프고...
통역을 사이에 두고 진료를 하려니 의사 소통도 잘 안 되고 검사가 안 되기에 병력 청취와 청진기만을 갖고 진단하려니 어려움이 있었다.
오전 진료가 끝났다. 베트남 전통 모자를 쓰신 분들은 오셨던 환자분들.
버스가 데러러 오기 전 보건소 앞을 잠깐 걸었는데 학생들이 하교를 하고 있었다. 수업이 벌써 끝난 걸까? 점심 먹으러 집에 가는 걸까? 하얀 교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오고 있었는데 플라스틱 의자를 하나씩 들고 오는 게 신기했다. 자기가 앉을 의자를 들고 다녀야 하는 걸까?
베트남 국기가 휘날리는 거리.
숙소에 돌아가니 역시 점심이 차려져 있었다. 열심히 일하고 먹는 점심이어서 더 맛있었다.
바싹 튀긴 춘권, 껍질이 고소하다.
두부, 약간 유부 같기도...
오후에도 많은 분들이 오셨다. 단 하루의 봉사여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이 분들이 아픈 사정을 하루라도 들어드렸으니 그것 자체로 의미가 있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