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7. 20:06

1박 2일 홍콩 다녀오기

10시 45분 비행기, 케세이 퍼시픽 홍콩행을 타야 하는데 공항에 7시 50분에 도착했다. 인천 대교가 개통한 이후로 수원에서 인천 공항까지 한 시간도 채 안 걸린다. 
무인 체크인을 하는데 비행기 출발 시각이 12시로 찍힌다. 무슨 일? 데스크에 가서 물어보니 연기되었다고.
오늘 안개가 심하긴 하지만 다른 비행기는 다 뜨는데 왜 이 비행기만? 뭐 공짜 식사 쿠폰 같은 거 안 주냐고 물어보니 아직 못 받았냐면서 15000원짜리 쿠폰을 준다. 말 안했으면 큰일날 뻔했네...
쿠폰으로 9천원짜리 전복죽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남은 돈으로 껌 두 통까지 알뜰하게 사 가지고 면세점을 돌아다니며 소화를 시키고, 다시 허브 라운지에 가서 파인애플을 먹고 오렌지 쥬스를 마시고 인터넷을 한 시간이나 한 끝에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홍콩 다시 가기 힘들구나...

4월초 홍콩은 한국의 초가을 날씨다. 작년 7월에 왔을 때는 찜통이었는데 공항에 내려서니 매연 섞인 바람이라도 상쾌하다.

그래서 도착한 이 곳은 샹그리라 구룡(Shangri-La Kowloon)호텔. 로비의 샹들리에가 예사롭지 않다.
이 복도를 따라가면 샹그리라가?
호텔방의 샹그리라라고 해도 좋겠다. 현관에서부터 직원이 방에까지 쫓아와 체크인을 해주었는데 이런 서비스는 처음 받아본다.
곧 이상한 바구니를 들고 또 한 명의 직원이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웰컴티.
적당한 온도의 향기로운 자스민차였다.
7층이라 바깥 전망을 그리 좋지 않다. 높은 방을 달란 말이에요...

저녁 모임이 있기 전 잠깐 나가보자.
홍콩이 아닌 듯한 이 곳은?
4년전 세계일주 첫날 멋모르고 묵었던 청킹 맨션, 여전하였다. 그 때 내 방 크기는 샹그리라 호텔 침대만하였다.
그 날의 이야기 보러 가기 
스타 페리를 타고 홍콩 섬으로 향했다.
역시 홍콩은 이런 맛이다. 거리마다 까맣게 사람들이 몰려다닌다.
미드레벨 타러 가다가 김이 오르는 길거리 음식점 발견.
만두와 양념갈비를 넣은 쌀국수 한그릇 먹었다.

저녁에 10코스의 중국 요리 만찬을 두 시간 반 동안 먹고(나중에는 무얼 먹고 있는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다음날 5시간동안 강의 듣고 두 시간 동안 시험 치고(75점 넘어야 패스라 나름 열심히) 오후의 홍콩 시내로 다시 나왔다.
온통 쇼핑과 레스토랑 얘기 뿐인 가이드북에서 눈 데이 건이라는 곳을 발견했는데,
1850년부터 정오에 포를 쏘아온 곳이라고.
지도상으로는 바로 길 건너인데 왕복 10차선 도로, 건너는 곳이 아무데도 보이지 않는다. 다시 가이드북을 보니 월드트레이드 센터와 엑셀셔 호텔(Excelsior) 사이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라고?
여기?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다 듣지도 않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구석에 숨어있는 표지판을 따라,
파이프를 따라가야 한다.
애개? 천으로 싸 놓은 대포, 주변에 철책이 쳐져 있어 가까이 갈 수도 없다. 12시에 포를 쏘긴 하는 걸까?  지도에는 바닷가에 있어서 주변에 공원도 좀 있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 줄 알았는데 차 소리에 시끄럽고 바다에서는 썩은 냄새가 난다.
아까는 길 건너편에 있었다.
차 소리와 매연이 없는 곳을 찾아 간 곳은,
빅토리아 공원. 아무리 최고의 문명을 자랑하는 홍콩이라도 여기는 아열대 지방, 쭉쭉 뻗은 나무들이 이채롭다. 
이렇게 숨통 트이는 공원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공원 매점에서 버블티(오른쪽)와 팥 쥬스를 마셨다. 팥빙수를 녹여놓은 맛.

또 홍콩에서 할 일은?
이층 전차 타기. 작년에도 탔었는데 그 때는 사람이 너무 많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이번에는 이층 맨 앞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내부는 이런 모습.
코즈웨이 베이, 마주오는 전차와 거의 부딪힐 듯 달린다. 창밖으로 손을 내밀면 부상의 위험이 있겠다.
홍콩에서 제일 재밌는 건 이층 전차, 이층 버스를 타는 일인 것 같다.
빅토리아 피크에 올라가기 위해 중국 은행 지나서 내렸는데 트램 타는 곳에 가니 줄이 몇 겹이다. 한 시간 기다려야 한대서 그냥 후퇴, 토요일 이 시간이 제일 붐비는 시간이라고.
밤의 스타페리, 홍콩에서 두 번째로 재밌는 일. 나중에는 배 기름 냄새 때문에 멀미가 좀 났지만 말이다.
침사추이 뒷골목, 대충 들어간 식당, 러시아식 보르시치 수프, 타이식 볶음밥, 중국식 볶음 국수, 샐러드는 어느나라식이었더라?
라면땅 같이 튀겨진 볶음 국수가 특이했고, 모든 음식이 호텔 뷔페보다 더 맛있었다.
밤의 샹그리라, 밤 12시 40분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가야해 짐을 가지러 들렀다.
새벽 5시에 도착하는 비행기라 아침을 줄 것이라 생각하고 저녁을 잔뜩 먹었는데 타자마자 저녁을 준다. 음, 졸려 죽겠는데 뭘 먹으라고?
비몽사몽 간에 한국에 도착해 공항 버스에서 또 자고 집에 와서 일요일 내내 자버렸다. 이제 밤새면 다음 날 못 버티는 나이가 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