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17. 14:13

졸업식에 가다

원래는 다음 주에 출장을 가려 했는데 시엥쾅 보건학교 졸업식에 참석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오게 되었다.

졸업식은 2시 시작, 비행기가 두 시 넘어 도착하기에 조금 늦었다. 벌써 졸업식이 한창이다.

각종 꽃으로 꾸며진 화려한 연단.

성적 우수자들인가, 호명을 하면 차례로 나와 상장을 한 장씩 받고 기념 사진을 찍고 들어간다.

선생님들에게 감사를 표한 듯, 기념 사진은 빠지지 않는다.

졸업장 수여 중,

시장님(?)으로 부터 한 명씩 졸업장을 받고(한 손으로 주고 한 손으로 받는다),

뒤로 세 걸음 물러나 여자들은 무릎을 굽혀 인사하고 남자들은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조산사들, 대부분 여자들이지만 남자들도 간혹 섞여 있다.

보조 의사.

화면에서는 그동안 어떻게 공부하고 실습했는지를 슬라이드로 보여준다.

조산사들에게는 특별히 분만 키트가 증정되었다.

오늘 제일 기분이 좋으실 교장 선생님.

학생들이 학교에 기념품을 남기고 가는 듯.

상장, 졸업장을 주는 것이 거의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박수 치느라고 손바닥이 아프기까지 했다. 막상 시장님 연설은 길지 않았고 다른 높은 분들도 따로 격려사 같은 걸 하지는 않았다.

졸업생 송사를 마지막으로 졸업식 마무리, 그래도 두 시에 시작한 것이 다섯 시가 다 되어 끝났다.

오늘 여기서 졸업한 간호사 89명, 조산사 29명, 보조의사 24명이 모두 지역 사회로 돌아가 훌륭한 일꾼이 되길 바란다...이런 격려사를 마음 속으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한 마디 하라고 시키지는 않았다.

졸업식에 빠질 수 없는 가족 사진.

어느 나라나 비슷할 것 같은 졸업식 후 풍경.

그리고 같은 장소에 준비된 기념 만찬.

어느 새 연단이 무대로 바뀌어 밴드가 와서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학생들이 한 달 동안 준비했다는 전퉁 무용 공연을 보여주는데 프로 같이 너무 잘해서 감탄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이 되자 모든 사람들이 나가 람봉(Lam bong)을 추기 시작한다. 람봉은 남자와 여자가 마주보고 원을 만들어 손동작을 하며 빙글빙글 도는 라오스 전통춤인데 나이든 사람이나 젊은 사람이나 모두 즐길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다.

동영상을 찍었는데 불안정한 인터넷 환경에서는 올리기가 힘들다.

또 공연이 있고, 람봉을 추고, 중간중간 와인도 마시고...람봉은 격렬한 동작이 없어 조금 추고 나니 몸이 더 근질근질해졌다는...

그동안 사람들이 점점 빠져나가는데 시장님, 보건부 국장, 교장 선생님은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으신다.

나는 8시 반에 철수, 이 파티는 열 시까지 계속된단다.

 

그래서 주말을 시엥쾅 호텔에 박혀 보내게 되었다. 가져온 세 권의 책 중 두 권을 벌써 다 읽어버렸다.

킨들에 20%가 남았던 'The Imperfectionists'(번역판 '불완전한 사람들')- 로마의 국제신문사에서 일하는 개인들의 일상을 옴니버스로 표현한 작품인데 허를 찌르는 반전이랑 심리묘사가 재미있다.

킨들에 60%가 남았던 'Snow White Must Die'(번역판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렇게 나쁜 사람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스릴러는 본 적이 없다. 그동안 읽었던 많지 않은 스릴러물과 비교해도 뭔가 부족함이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인기가 많은 걸까?

 

자, 이제 남아있는 긴긴 오후를 뭐하면서 보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