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28. 20:46

11월 후아판 출장일기(II)

11/22(목)

쌈느아에서 후아무앙(huamuang)을 거쳐 비엥통(Viengtong)에 도착.

인도차이나 반도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호랑이의 서식지인 비엥통, 열 마리 정도 있을 거라고 하는데 물론 보기는 어렵다.

숙소는 쑥사콘 게스트 하우스. 쑥사콘?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쌈느아 사무실에서 일하는 우리의 쑥사콘?

쑥사콘 네 엄마가 하는 게스트 하우스, 이 읍내에 같은 이름의 게스트 하우스를 세 개나 갖고 있다고.

부자구나, 쑥사콘, 결혼은 했나?

앞 발코니에서 바라본 읍내 모습.

뒷 베란다에선 가을걷이가 끝난 평화로운 농촌 풍경.

나름 깨끗한 방.

 

- 온천 가자

- 여기도 온천이 있어?

지난 번에 씨엥쾅 쪽에서 갔던 온천물은 별로 안 뜨거웠는데 여기는 아주 뜨겁단다.

그런 한 번 가 볼까? 주섬주섬 타월과 샴푸를 챙겨 따라나섰다.

비엥통 핫 스프링, 담장 밖 파이프를 통해 나오는 물로 사람들이 몸을 씻고 있다. 여기는 공짜라고.

안에 들어가는 입장료는 오천 킵, 외국인은 비싸게 받으니 말하지 말고 먼저 가란다.

유황 냄새가 나는 듯도 하다. 그물망에 계란 담아갖고 가는 중.

물이 진짜 뜨겁다. 계란을 넣으니 5분만에 반숙이 되었다는.

근데 온천은 어디서 하는거야? 입장료를 받는 조그만 오두막 말고는 건물이 없다.

여기서 하는 거지, 닥터 캄과 운전사가 성큼성큼 걸어가 옷을 벗고 팬티 바람이 되더니 씻기 시작한다. 

으~~~별로 보고 싶지는 않단 말이다.

라오 스타일의 목욕은 남자는 삼각팬티, 여자는 씬을 가슴 위까지 올려 입고 어깨를 드러내고 하는 것이다.

차를 타고 가다보면 길가의 수도에서 목욕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마담 방싸마이가 매표소에 가서 친절하게 씬을 빌려다 주었으나 차마 시도해 볼 수는 없었다.

세수하고 발만 씻었는데 물은 참 따뜻하고 좋았다. 다음에는 안에다 수영복 입고 와서 한 번 시도해볼까?

 

오는 길에 마담 방싸마이가 싸폰을 하러 간데서 따라갔다.  싸-씻다, 폰-머리, 머리 감으러 미용실에 가는 것.

거의 20 분에 걸쳐서 세 가지 정도의 제품을 사용해 머리를 감겨 주고 마사지까지 해 준다. 라오스 여자들의 길고 윤기나는 머릿결은 이런 과정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11/23(금)

비엥통 다섯 시 50분 출발

시장에는 벌써 사람들이 바글바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라오스 사람들.

 

오늘도 아침 식사는 남언에서 먹었다. 머리도 어지럽고 속이 안 좋아 밥을 못 먹으니 닥터 캄이 '커피 먹을래?'한다.

-응!!!!

달달한 연유를 바닥에 깔은 진한 커피를 한 잔 먹고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닥터 캄은 앞자리에 앉아서 가끔 뒤를 돌아다보며 'Are you OK?" 한다. 나는 멀미에 시달리면서도 'I'm OK'하고 웃어준다.

5시간 걸려서 퐁사반 도착. 이제 나와 닥터 캄은 비행기 타고 비엔티안 가면 되는데 후아판 운전사와 마담 방싸마이는 다시 5시간을 달려 쌈느아로 돌아가야 한다.

 

비행기 시간이 남아 닥터 캄이 멋진 레스토랑에 가자고 한다.

론니에도 나온 언덕 위 호텔 'Auberge de la Plaine des Jarres'-항아리 평원 호텔.

내부 모습.

외부 데크와 방갈로.

여기서 바라보는 퐁사반 풍경 진짜 끝내준다. 이런데는 데이트 하러 와야 하는데...

진짜 감자튀김이 나와서 많이 먹었다.

내려가는 길.

차가 있어야 올 수 있고 음식값이 좀 비싸지만 한 번씩 올라와서 음료수 마시고 가면 좋을 것 같다. 

 

원래 토요일 돌아가는 일정이었다가 금요일로 변경이 되었는데 나는 비행기표를 바꿨고 닥터 캄은 못 바꿨다.

공항에 가서 대기했는데 오늘따라 단체 관광객이 많아 자리가 없단다.

나도 집에 가고 싶었지만 쌍둥이 딸이 아프다는 닥터 캄에게 자리를 양보할 수 밖에 없었다. 딸린 식구 없는 내가 양보해야지 어쩌겠어. 

오늘은 혼자이니 퐁사반에서 좋은 호텔 축에 들어가는 아노락켄라오에 묵는다.

20만킵(3만원)짜리 방이 석 달 전에는 싸다고 느껴졌는데 지금은 비싸다고 느껴지니 라오스 물가에 적응은 다 된 것 같다.

 

11/24(토)

날씨가 흐리고 춥다.

맨날 기사 딸린 차 타고 다니다 혼자 뚝뚝에 짐 싣고 공항 가려니 괜히 처량했다.

 

네 시 반  집에 도착, 빨리 밥해서 고추장에 비벼 먹어야지.

이제 비엔티안이 진짜 우리집 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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