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3. 16:14

Day 1 : 비엔티안에서 인천공항까지

시작은 라오스 신년 휴일에 한국만 잠깐 다녀오기는 650불의 비행기삯이 아깝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방콕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 티켓을 끊으면 스탑오버로 한국도 들를 수 있고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티켓 값이 싸다는 데까지 발전했고, 8년전에 만들어둔 미국 비자 유효기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사소한 사실까지 보태져 미국에 다녀오기로 했다. 캘리포니아 사는 친구가 집을 샀다기에 구경도 할 겸 같이 미국 서부를 여행하기로 하였고 시애틀에 가려고 생각하니 그럼 밴쿠버는? 캐나다는 한 번도 안 가봤쟎아, 그래서 밴쿠버 인 샌프란시스코 아웃하는 항공권을 끊게 되었다.

그런데 여행계획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니 방콕까지 가는 항공권, 미국 국내선, 스탑 오버 차지 등을 합쳐셔 항공권만 백 팔십만원이 들었다는.... 그냥 한국만 다녀올 걸 그랬나봐ㅠㅠ

어쨌든 그래서 시작하는 캐나다, 미국 여행기.

 

비엔티안에서 방콕까지 가는 항공권은 왕복 2백불이 넘어가기에 태국 우돈타니로 넘어가서 에어아시아편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오후에 반차를 내고 딸랏사오 터미널에 왔다. 내가타고 갈 것은 우돈타니 행 14시 버스.

방콕, 콘캔까지 가는 버스도 있다.

터미널에서 버스 기다리는데 더워서 출발도 하기 전에 벌써 지쳐버렸다.

버스에 짐을 실을 때마다 일일이 체크하고 짐표를 준다.

표를 미리 사두었더니 맨 앞자리 좌석이라 전망이 좋다. 라오스-태국 국경 우정의 다리 가는 중.

작년부터 국경 통과 방식이 바뀌어서 미리 패스를 구입한 후(평일은 무료, 주말은 11,000킵) 심사대에 줄을 서야 한다.

라오스쪽 국경 통과후 버스에 다시 탔더니 기사 아저씨는 그 틈새 시간에 찰밥과 구운 생선, 채소무침으로 점심식사 중.

우정의 다리 건너서 태국 국경 통과할 때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에 몸만 쏙 빠져나왔더니 남들은 다 짐을 들고 있다. 어, 내 짐? 그런데 차장 아저씨가 저기에서 내 짐을 들고 있었다는...

태국 쪽으로 넘어오자 차량 통행 방향이 왼쪽으로 바뀌었다.

두 시간 이십분 걸려서 우돈타니 도착, 중간에 에어콘이 꺼져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왔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뚝뚝 기사들이 어디 가냐고 달려드는데 시간이 좀 남아 유유히 그들을 뿌리치고 간 곳은,

우돈타니 센트럴 플라자 로빈슨 백화점. 라오스에서 단순한 삶을 사는 나에게 가끔 자본주의 물질문명의 단 맛(?)을 보여주는 소중한 장소이다.

우선 스타벅스에서 과일 쉐이크 한 잔 마시며 땀을 좀 식혔다. 근데 솔직히 쉐이크는 내가 집에서 갈아만든 게 더 맛있다.

트렁크를 끌고 다니면서 옷 구경도 하고 만 원짜리 티셔츠도 한 장 샀다.

슬슬 공항으로 이동해야 할 때, 백화점 앞 광장에는 분수가 시원하고,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 조형물도 있다..

150바트를 부른 뚝뚝을 120바트에 깎아서 우돈타니 공항에 도착, 20분 정도 걸렸다. 공항에는 시원한 저녁 바람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나와 있어 공원 같았다.

저가 항공 에어 아시아와 녹에어 부스. 짐 20kg을 미리 결제했는데 10kg 밖에 안 되어 살짝 억울하였다.

7시 20분 비행기라 저녁을 때운다고 핫도그를 샀는데 피클이 없어서 실망. 난 항상 피클을 기대하고 핫도그를 사는데 싸구려만 고르다보니 매번 쏘세지뿐이다.

우돈타니 공항, 생각보다 널찍하고 사람도 많다.

에어 아시아 도착, 조금 늦었다. 방콕에서 온 비행기를 바로 타고 돌아가는 것.

우돈타니 야경.

에어 아시아 기내 서비스에 라오스 과일칩이 포함되어 있다. 역시 라오스를 대표할만한 자랑스러운 다오 프룻 과일칩.

방콕 야경.

 

에어 아시아는 돈무앙 공항으로 내리고 수완나폼 공항으로 이동해야 하기에 마음이 급했다. 8시 30분에 도착해 짐을 찾아 나오니 바로 셔틀버스 안내판이 있었다. 5번게이트 앞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수완나폼-돈무앙 사이는 무료 셔틀로 연결되는데 다음 비행편 티켓을 보여줘야 버스를 탈 수 있다. 아침 일찍, 밤늦게는 30분에 한 대, 다른 시간에는 20분에 한 대 꼴로 버스가 운행된다.

아홉시에 출발하는 셔틀을 가까스로 잡아탈 수 있어서 한시름 놓았다.

이렇게 귀여운 스님이 타면 당연히 자리를 양보할 것 같다.

두 공항 사이는 순환도로 같은 길을 한 시간 꼬박 달려야 한다. 비엔티안에 있다 오니 방콕은 그야말로 대도시.

방콕 공항도 휘황찬란하다.

오후 내내 정신없이 달려왔으니 라운지에 가서 좀 쉬어야겠다. 가장 크고 샤워시설도 갖춰져 있는 G 게이트 옆  CIP 라운지.

급하게 배를 채우고 샤워실에 갔더니 두 자리가 다 차 있다. 리셉션에 가서 다른 곳에 없냐고 물어보니 2층으로 가란다. 에스컬레이터를 막아 놓았는데 그냥 치우고 올라가니 2층은 훨씬 한가하였다.

샤워하고 새로 산 티셔츠를 입고 리프레쉬해서 인천행 비행편에 올랐다.

내가 뭘 시켰는지 기억 안 나는 기내식.

다섯 시간만에 올 수 있는 곳을 열 다섯 시간 걸려서 도착하니 더 반가운 인천 공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