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6. 20:04

D+10 070325 sun 오버랜드트럭투어 출발, Cederberg mountain

일주일동안 지낸 방을 떠나고 있다.
투어에서는 텐트치고 자야 한다는데 이런 안락한 혼자 쓰는 방을 언제쯤 다시 가질 수 있을까?
침대 가운데가 꺼지고 창밖에서 올라오는 담배 연기 때문에 좀 힘들긴 했었지만.
이른 아침 거리를 걸어 노매드 사무실에 도착했다.
올라가니 사람들이 왁자지껄 모여 있다. 이 사람들이 같이 투어를 떠날 사람들인 것 같다.
기대했던 데로 한국인은 없었다. 그나마 일본인도 없었다. 나 혼자 동양인이다.
몇몇이 말을 걸어와 인사를 나누었다. 모두 영어를 네이티브 수준으로 구사하는 것 같다.
점점 위축되어가는 내 자신을 느낀다.
트럭을 개조해 만든 투어 차량이다.
귀여운 오스트레일리아 친구 데이브가 도착하고 있다.
문 앞에 서 있는 친구는 최고의 꽃미남 이언, 불행인 것은 이 여행이 그의 신혼여행이었다는 것이다.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창문이 넓어서 바깥 경치 보기가 좋다.
맨 뒤에는 각자의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개인 사물함도 있다. 에어콘? 그런 것은 없다.
나중에 여러 투어 회사 차량을 볼 수 있었는데 이게 제일 나았다.

가이드는 금발의 영국여자 니키, 운전사는 짐바브웨 출신의 심바다.
차에 타니 몇 가지 규칙을 일러준다. 귀중품은 한 사물함에 보관하고 열쇠는 니키가 갖고 있다가 필요한 사람에게 주고,
경치를 즐기고 싶은 사람은 돌아가면서 앞좌석에 앉을 수 있고, 이 트럭을 절대로 '버스'라고 부르면 안 된다 등등.
우리는 모험을 즐기는 백패커스이지 관광버스를 타고 다니는 투어리스트가 아니라는 얘기.
멤버 22명, 가이드와 운전사까지 24명 출발.
나 말고 혼자 온 독일 아줌마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아줌마랑 같이 앉게 되었다.
우선 테이블 마운틴이 잘 보이는 바닷가에 잠깐 들렀다. 이제 테이블 마운틴, 정말 마지막이구나.
멤버중 잘생긴 남자가 손을 내밀며'이언' 한다. 그 옆의 여자가'알라나'한다.
아, 이렇게 소개하면 되는구나. 나도 '보람'했지만 매번 다시 말해야 한다. 외국인에게는 쉬운 이름이 아닌 것이다.
다시 트럭을 타고 쇼핑센터에 들렀다. 이제 갈 곳은 '오지'라 필요한 것을 구하기가 힘들다고 여기서 사가야 한단다.
중간에 내려서 광활한 대지를 구경하기도 하고.
20일 동안 가야하는 거리가 멀어서 나중에는 하루종일 차를 타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늘은 첫날이니 조금만 달린단다.
오후쯤 첫날 숙소인 Cederberg mountain의 Gerckos backpackers lodge 에 도착했다.
우선 텐트 치는 것을 배웠다. 음, 이거 만만치 않다.
역시 독일 아줌마랑 한 텐트를 써야 하는데 저 폴은 뻣뻣하고 높이가 높아 쉽지 않다.
니키 말로는 금방 익숙해질 거라고 하는데 글쎄...
주변의 강으로 놀러갔다.
모두들 훌떡 훌떡 벗고 잘 뛰어든다. 모두 안에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나는? 이 땡볕에 태우기도 싫고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지금은 후회한다, 저렇게 깨끗한 개울물에서 수영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얼마나 있겠냐)
옆의 금발 남자와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네덜란드에서 온 요른이다. 영어로는 존인데 네덜란드어로 읽으면 요른이다.
여자 친구 마릴레인과 티벳, 인도, 타이, 베트남등을 7개월째 여행중이란다. 한국 여행자 꽤 많이 만났는데 아프리카에서는 내가 처음이란다. 내가 의사라고 하니 자기는 물리치료사고 마릴레인은 간호사란다.
또 다른 네덜란드(Dutch) 여자 두 명이 있었는데 그들은 의대생이다. 여기서 교환학생을 하고 짬이 남아 여행을 하고 있단다.
우리 투어팀은 최강의 메디칼 팀을 이루고 있다고 농담을 하였다.
오후에는 뒷산에 올라갔다.
현지인 가이드가 안내를 해주었는데 뭔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잉글리쉬였다.

열심히 듣고 있는 다른 멤버들. 아저씨의 레게 머리와 다 빠진 앞니가 인상적이었다.
이번 여행 최고령 하이드룬 아줌마, 나의 룸메이트다.
전갈이닷!, 독이 있을까?
산에서 돌아오니 날이 어둡고 니키가 저녁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저녁은 남아공의 전통 바베큐 '브라이', 남아공 사람들은 주말마다 브라이, 브라이 하며 모인단다.
저녁을 먹고서는 모닥불 둘레에서 자기 소개를 했다.
음, 이거 떨리는구만. 다른 사람들 얘기도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한 두 문장 정도 얘기했던 것 같다. 나는 한국에서 온 누구야, 앞으로 20일동안 즐겁게 지내자. 이런, 진부하군. 진부한 잉글리쉬군.
남들은 모닥불가에서 맥주 마시고 얘기하는데 나는 들어와서 잤다.
영어가 안 되고 그것 때문인지 성격이 점점 소심해지고 있다. 먼저 말걸기도 어렵고 사람들이 얘기하고 있으면 끼어들기가 어렵다.
그러나 뭐 억지로 그러려고는 하지 말자. 20일 있게 되면 나름대로 친해질 수 있을 것이고 혼자서도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