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26. 22:59

D+108 070701 다이빙 하고 북쪽 끝까지 걷기

아침에 깨어나니 춥다. 나가보니 바람이 그야말로 시원하게 불고 있었다.
음, 좋은 날씨이긴 한데 다이빙하기에도 좋을까?

우선 아침은 먹고.

우리 호텔은 식당이 딸려있지 않아 옆의 호텔 식당에 갔다.
지난번 아메리칸 브렉퍼스트는 괜찮더니 오늘 컨티넨탈은 실패, 아니 이게 아메리칸이던가?
이 놈이 토스트 한 쪽을 발로 차서 떨어뜨리기까지 했다. 물론 다시 갖다달라기는 했지만.

약속한 11시 조금 전에 딥 블루 씨에 가니 아이맨이 장비를 정리하고 있다.
잠수복과 신발을 골라주는데 어디 갈아입을 곳도 없다. 지금 건물을 새로 짓느라 어수선하기도 하다. 안에 수영복을 입고가서 다행.
오직 이 날을 위한 일회용 콘택트 렌즈도 끼고 갔던 것이다.
아침에 눈 뜰 때부터 걱정이 되었는데 막상 옷 입고 나니 흥분된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아이맨이 기본을 설명해 주었다. 입으로 숨쉬는 방법, 호스에서 물빼기, 마스크에 물 들어갔을 때 빼는 방법.
이것만 알면 된단다. 어차피 아이맨과 계속 같이 움직이니 말이다.
단 둘이(난 다른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밴을 타고 해변으로 갔다.
허리 밴드와 aquatic lung 이라는 조끼와 산소탱크 메니 무겁다. 물까지 걸어가기도 힘들다.
그런데 물에 들어가자 마자 부력 때문에 몸이 가벼워진다.

물안경에 침을 뱉어 습기를 방지하는 법부터 배우고,우선 낮은 곳에서 숨쉬는 연습.
마우스를 물고 입으로만 숨을 쉬는게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몇 번 해보니 금방 익숙해진다.
그래, 난 비록 잘 하진 못해도 바다에서 수영하는 걸 좋아했던 것이다. 발이 안 닿는 곳까지 헤엄쳐 들어갔다.
그리 어렵지는 않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발이 안 닿는 곳에서 수영할 때는 줄곧 물에 빠질까봐 두려웠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안 드니 말이다.
아이맨이 잘한다고 칭찬해주는데 고양되어(칭찬에 너무 약해요) 점점 앞으로 나아갔다.
처음에는 바닥도 흙바닥이고 물도 지저분했는데 바로 몇 미터 나아가니 산호초다.
TV에서 본 바로 그 산호초, 형형색색의 물고기 떼가 산호 사이를 빠져나가고 있다.
이게 물 속 세계구나, 역시 사람들 말대로 안 해보고서는 모르는 것이다.
물고기 종류는 정말 다앙했고 바닷속 세계는 아름다웠다.
조금 물 속 깊이 내려가니 귀가 아픈데 코를 잡고 equalization 을 해도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그것만 문제였고 나머지는 진짜 즐거웠다.

40분의 다이빙을 마치고 나니 심각하게 고민이 된다. 오픈 워터를 해야할까?
지금 아니면 언제 자격증 딸까 하는 생각도 들고 또 자격증 딴다 해도 언제 또 다이빙을 할 기회가 올까 싶기도 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고(240불 + 교재 40불) 3박 4일의 시간이 좀 아깝기도 하다.
잘 이끌어준 아이맨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오픈 워터를 하면 꼭 당신하고 할 거라고 얘기하고 돌아왔다.

짧은 다이빙이었지만 힘들었던지 긴 낮잠을 자고 6시가 되어서 나갔다.
해변을 따라 북쪽으로 걷는다.
뜸해지는 인적.
물에서 놀고 있는 동네 아이들.
개팔자가 상팔자.
잘 정리된 길이 끝나고 흙길이 이어진다..
마지막 까페에 가서 이게 길 끝이냐고 그랬더니 아니란다.
계속 가면 다이브 사이트인 캐년, 블루 홀이 나오고 더 가면 베두인 마을이 나온단다. (나중에 지도 찾아보니 블루 홀까지는 8km) 
마을 여인들과 아이들이 바다를 보며 앉아있다가 나에게도 미소를 보여 준다.
어차피 이 길에 끝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으니 여기쯤에서 돌아서야겠다.
북쪽 마지막 까페에서 오렌지 쥬스 한 잔.
한적한 곳이다. 손님 달랑 나 하나, 아까 내 질문에 대답해 준 웨이터는 말도 시키지 않고 조용해서 좋다.
다 마시고 일어서며 보니 스파게티로 저녁을 먹고 있다.
왜 벌써 가냐고 묻는다. 스파게티 좀 먹겠냐고 묻는다. 그러게, 할 일도 없는데 왜 벌써 일어났지?
-이 길 반대쪽 끝에는 호수가 있어요. 거기도 멋지니 한 번 가봐요.
-그럼 내일은 남쪽 끝까지 가봐야겠네요.
-가보고 다시 와서 얼마나 좋았는지 얘기해줘요.
그러기에는 좀 먼데...
이집트의 복잡함에 질린 사람들이 상처를 치유받고 간다는 다합, 그 다합의 위안을 느낀 몇 분 간이었다.

저녁은 안 먹으려 했는데 레스토랑 즐비한 골목에서 또 부다 식당 매니저한테 걸린 것이다.
호객 행위하는 사람들에게 내일이요, 내일이요, 하며 도망가는데 3일동안 왔다갔다하니 사람들이 내 얼굴을 다 외웠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부다 식당 볶음밥.

다합, 남들이 말하는 것만큼 좋지는 않아도 한가하고 속이는 사람 없고 며칠 쉬기는 좋은 곳이다.
무엇보다도 난 여기서 새로운 세계-바닷속 세계-를 처음 경험했으니 잊지 못할 것이다.